최근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종가의 내림음식이나 상차림이 매스컴에 종종 소개된다. 흔히 종가음식 하면 상다리가 휘어질 듯 산해진미가 가득한 음식을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종가음식은 소박하고 정성이 깃들어 있는 음식이 더 많다. 종가음식은 양반계층이 주로 먹던 반가음식을 바탕으로, 지역민이 즐겨 먹던 향토음식과 궁중에서 먹던 궁중음식이 잘 어우러져 있다. 종가음식은 종가의 종부에서 종부로 이어진다.
종부는 종가의 살림살이를 맡아, 종가의 대소사와 의식주를 관장했다. 우리 음식의 맛은 장맛으로 좌우된다. 종부는 정성 들여 만든 장류를 대물림하면서 한결같은 종가음식의 맛을 고집스럽게 지켰다. 집주변이나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제철 재료로 음식을 만들었다.
종가의 가장 큰 역할은 제사다. 4대조까지의 기제사와 명절의 차례, 불천위 제례까지 많은 제사를 지내는 동안 자연스럽게 제례음식이 발달했다. 제례음식은 지역이나 가문에 따라 다르지만, 최고의 재료로 정성을 다해 만든다. 궁중의 하사품이 종가음식으로 전하기도 한다.
또한 종가는 관혼상제를 주관하였으므로 예식에 쓰이는 음식들은 색과 형태가 화려했다. 종가에 모일 수 있는 노동력을 바탕으로 손이 많이 가는 음식도 만들 수 있었다. 농촌진흥청(2011)에서 발간한 인테러뱅 제12호에 수록된 자료를 살펴보면 종가음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종가음식은 크게 맛과 멋, 정(情)과 예(禮)라 표현할 수 있다. 첫 번째 맛(味)은 종부로부터 종부로 이어진 것으로 한결같고 정성이 담긴 맛을 고집스럽게 지켜온 것이다.
두 번째는 멋(美)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있듯이 종가음식은 항상 맛깔스러운 색과 모양, 담음새를 유지한다. 세 번째는 정(情)이다. 종가는 지역사회에서 ‘상부상조’라는 미덕을 실천하는 구심점이었다.
제사를 중심으로 공동체적인 협동이 이루어지고, 마을에서 함께 제사에 올렸던 음식을 음복하는 나눔의 정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예(禮)이다. 종가의 음식은 관혼상제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혼례가 있는 날은 맏며느리에게 큰상 내리기 등의 행사가 진행되며, 기제사와 명절의 차례, 불천위 제례까지 많은 제사를 지내는 동안 제사 음식이 계승・발전되어 왔다.” 이처럼 대를 이어 내려온 종가음식에는 나눔과 배려, 섬김에 대한 아름다운 정신이 담겨있다.
종부는 위로는 조상으로부터 지아비, 아래로는 자녀, 가문과 마을을 찾는 손님과 마을공동체를 이루며 일하는 사람들을 배려하고 섬겼다.
종가음식에 담긴 나눔의 정신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종가음식은 한국의 전통 음식문화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보고(寶庫)로, 앞으로도 지키고 전승해야 할 가치가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