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이 끝난 후 조실(祖室, 선원에서 가장 높은 스승) 스님은 버린 시래기 속에서 열심히 손을 놀리고 있었다. 김장에서 손을 턴 스님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조실스님은 최악의 경우 최소한도로 먹을 수 있는 시래기를 다시 골라 엮고 있었다...... “어떠한 상황하에서도 식물(食物)은 아껴야만 하겠지요.
식물로 되기까지 인간이 주어야 했던 시간과 노동을 무시해 버릴 순 없잖아요. 하물며 남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 식물이야 더욱 아껴야 하겠지요.” 나는 침묵하면서 시래기를 뒤적일 뿐이었다. 진리 앞에서 군말이 필요할까.
* 1970년대 한국 선방의 모습을 담은 지허 스님의 「선방일기」
사찰 음식은 전체식(全體食)을 지향한다. 하나도 버리는 부분 없이 모두를 먹는다는 이야기이다. 이는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낭비하지 않기 위함이기도 하고 식품의 영양소를 빠짐없이 섭취하고자 하는 뜻도 있다.
쌀을 정미할 때는 너무 깍아내지 않도록하여 영양소의 손실을 막는다. 과일도 가능하면 껍질째 먹기를 권한다. 쌀 씻은 물이나 표고버섯 불린 물은 찌개에 쓰고 나물 데친 물도 버리지 않고 국을 끓여 먹거나 물김치를 만들어 먹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영양학적으로 껍질에 많은 영양소가 들어있다는 것을 알기 이전인 오랜 옛날부터 그렇게 해왔다. 아무것도 버리지 않는 전체식의 하이라이트는‘ 시래기’라는 식재료다. 대부분 버려버리는 무의 잎사귀 부분조차 잘 다듬어 말렸다가 여러 음식에 사용한다.
필요한 부분을 얻고 난 찌꺼기라 생각하는 부분에서조차도 최선을 다하면 쓸모를 찾아낼 수 있다. 수행자를 위해 자신을 온전히 내어준 식물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고 그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