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은 샘물처럼
산세 수려하고 골이 깊은 곳에 절터를 잡았다. 사시사철 맑은 물이 펑펑 솟아나 맑게 흐른다. 감로수 같은 물의 은덕을 스님과 신도들은 물론 오가는 사람들까지 고루 나눈다. 흐르는 물을 더 편리하게 이용하려고 절 안으로 물길을 끌어왔다.
끌어온 물을 한 곳에 고이게 하면 자연스럽게 넘쳐흐른다. 큰 돌을 넓게 파서 물을 받아 사용하도록 한 돌구유를 석조(石槽)라고 한다. 석조에 물을 받으면 좋은 점이 또 있다.
흐름이 멈추면 물 안의 잔모래는 바닥에 가라앉아 물이 더 맑아진다. 그래서 석조를 2단, 3단으로 하여서 한 곳에서 넘친 물이 다음 석조에 또 모이게 함으로써 불순물을 걸러낸다.
절의 석조는 채소를 씻기도 하고 그릇을 설거지하기도 하는 것은 물론 혹시 절에 불이라도 나게 되면 소방수 역할을 하기도 하는 꼭 필요한 살림살이다.
♣ 야생차
아직 이슬이 마르기도 전인 이른 아침 차나무의 어린 새싹을 일일이 한 잎 씩 딴다. 전통적인 한국의 차 제조법은 아홉번 찌고 아홉 번 말리는 구증구포(九蒸九曝)다. 첫 번 덖을 때와 마지막 9번째 덖는 일은 특히 차의 향을 좌우한다.
지나치게 볶으면 쇳내가 나고 덜 볶이면 풋내가 난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얻은 차 잎은 손이 간 정성에 비하면 양이 얼마 되지 않는다.
그 귀한 차를 부처님 전에 올려 감사하고 스님들이 수행 중에 혹은 손님들과 함께 귀하게 마시게 된다. 차 한 잔의 향기는 그렇게 널리 퍼진다.
역사 깊은 절 뒷산에는 차나무가 많다. 오래전 스님들이 씨앗을 뿌려 길러낸 것들 이다. 세월이 흘러 야생화 되었지만 매년 봄이면 싱그러운 새싹을 아낌없이 피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