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찰이란
절은 부처님을 모시고 가르침을 닦는 성스러운 곳으로 불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 가지 보배(三寶)가 갖추어진 곳이다. 삼보의 첫째는 부처님(佛)이며, 둘째는 가르침(法)이며, 셋째는 거룩한 수행의 공동체인 승단(僧)이다.
맑고 깨끗한 삶을 실천하는 공동체를 이루어 속세의 찌든 때를 말끔히 씻어 버리고 다시 태어나 청정함과 깨달음의 가르침을 배운다. 절에서의 하루 일과는 장엄한 수행(修行)과 마음의 때를 씻어 깨끗이 하는 세심(洗心)의 연속이며, 노동과 봉사 또한 빠질 수 없다.
♣ 도량석
새벽은 모든 것이 잠들어 있는 고요와 침묵의 시간, 그 정지된 듯 조용함 속에서도 조금씩 생명이 깨어난다. 바람조차 잠을 자지만 잔잔한 공기는 아침 햇살을 만나 다시금 더워지고 움직이기 위해 숨을 고른다. 어둠은 깊지만 곧 터오를 먼동의 설레임을 간직하고 있다.
산사의 하루는 어두움이 깊고 깊은 새벽 3시부터 시작한다. 도량석 소임을 맡은 스님이 먼저 일어나 가사를 단정하게 차려입고 목탁을 들고 방을 나선다. 도량 곳곳을 돌면서 목탁 소리에 맞추어 경전을 낭송한다. 도량석 소리에 이어서 종루에서는 범종이 울린다.
범종의 은은한 소리는 고요히 잠든 산허리를 감돌아 멀리멀리 부처님의 마음을 전한다. 도량석으로 도량(道場)을 청정케 함으로써 삿된 기운을 몰아내어 주변을 깨끗이 정화하고 성스러운 힘이 도량에 찾아들게 되는 것이다.
♣ 새벽예불
도량석이 끝나면 절의 모든 대중들은 대웅전에 모여 부처님과 보살님, 역대 조사 스님들의 은혜에 감사드리며 깨달음을 얻어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다짐으로 새벽예불을 올린다. 선원에서 정진중인 스님들은 도량석이 끝나면 선원 큰방에서 죽비로 예불을 드리고 바로 참선 정진에 들어간다.
예불이 끝나면 강원 스님들은 큰방에서 경전을 읽는 간경(看經)을 한다. 도량을 청정하게 하는 도량석 소리와 부처님에 대한 예경의식을 통해 절은 이 세상의 번뇌와 고통이 소멸한 청정한 불국정토가 된다. 절에 들어오는 이들은 평안을 얻고 정진하는 이들은 깨달음을 얻는다.
♣ 아침 공양과 대중공사
새벽 예불을 마친 스님들은 새벽 수행을 하거나 경전을 공부하다가 아침 공양시간이 되면 대중방에 모여 아침 공양을 나눈다. 공양을 마친 뒤에는 모든 대중이 평등하게 절의 크고 작은 일을 논의하는 대중공사를 벌여 중요한 일들을 결정하게 된다.
대중공사에서 공동노동인 울력이 결의되면 함께 도량 청소를 하거나 밭일을 하는 것으로 오전 시간을 보낸다. 특별한 공동 노동이 없으면 비로소 저마다의 역할을 찾아 공부나 수행, 절 일을 하는 하루를 시작한다.
♣ 사시불공
아침 공양과 울력을 마친 뒤 오전 10시 30분이 되면 대웅전에서 올리는 하루의 두번째 예경이 시작된다. 부처님께서 하루 한번 탁발을 나가 음식을 얻어 식사하신 후 정오가 지나면 아무것도 드시지 않았다는 경전 기록에 따라 오직 이 시간에만 공양물을 올리고 새벽과 저녁의 예불 시간에는 맑은 물만 한 그릇 올리게 된다.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을 마지라고 하는데 떡과 과일, 각종 나물로 불단(佛壇)이 푸짐한 날은 재공양이 있거나 불공이 들어왔을 때다.
평소에는 밥만 해서 올리거나 아니면 밥도 안하고 생쌀만 마지 그릇에 수북하게 담아 올린다. 부처님께 올리는 밥이기 때문에 정성이 깃들어야 한다. 마지를 담은 그릇을 부처님께 올리기 위해 법당으로 가져갈 때도 마지그릇이 어깨보다 아래로 내려가지 않도록 받쳐 들어 나른다.
♣ 저녁 예불
오후 5시에 일찍 저녁 공양을 마치고 저녁 7시, 해가 일찍 떨어지는 겨울철에는 저녁 6시에 예불을 올린다. 저녁예불은 범종소리와 함께 시작하여 새벽예불처럼 7정례를 모시는데 새벽에는 차를 올리는 다게(茶偈)로 시작하며 저녁에는 향을 올리는 오분향례(五分香禮)로 시작하는 점이 다르다. 어두움이 내려앉은 고요한 산사에서 스님들은 화두를 계속 잡고 경전을 뒤적여가며 하루를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