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산 축서사의 수목장樹木葬 극락원은 바람소리조차 망자를 위로한다. 모든 생명이 자연으로 회귀하는 극락원에 줄기차게 쏟아지는 비는 세속의 모든 망한亡恨을 씻어내듯 요란하다. 주지 무여스님의 나직한 말씀이 세찬 빗줄기 속으로 스며든다.
세속의 소리가 망자에게 위로가 되지 않음을 조용한 몸짓이 가르치고 있다. 순간, 수행스님에게 사찰음식 문화를 묻는 것이 어 리석음을 깨닫는다. 템플스테이가 활발한 축서사는 사찰음식을 논하지 않는다.
수행을 위해 마음을 깨끗이 비워야 하듯, 육신도 깨끗이 해야 하는 도구이므로 최소량의 음식만 공양하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여스님은 “이것 저것 계절에 구할 수 있는 자연의 섭리에 따를 뿐, 사찰음식에 대한 거창한 이야기도 없고 근거도 없다”고 하였다.
주지스님의 간결한 말씀에 이어 공양책임을 맡은 공양스님 계현스님이 대화를 이어갔다. “큰스님은 평생 아침과 저녁 두 끼만 공양하시고, 엄청난 소식小食을 하시는데, 30분에서 1시간에 걸쳐 혼자서 공양을 하십니다.” 요즈음 유행하는 ‘혼식 혼밥’이다.
큰스님은 흘로 공양을 하시며 수많은 불법을 게송하였을 것이다. 다만 체격이 다소 있는 주지스님의 건강이 염려스럽다. 고행에 지친 싯달타가 유미죽乳米粥 한 그릇에 기운을 찾아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듯, 아침을 죽으로 공양하는 큰스님도 늘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행이었지 싶다.
한 그릇의 죽인 아침공양을 30분 이상에 걸쳐 드시며, 한 숟가락 한 숟가락에 헤아릴 수 없는 공양게를 읊조렸을 것이다.
공양스님은 주지스님의 건강을 위해 “아침공양 죽으로 흰죽, 잣죽, 깨죽, 들깨죽, 야채죽 등 다채롭게 공양하려고 한다”고 하였다. 겨울철에는 주지스님이 떡국도 즐겨 드시는데, 아침공양이다 보니 다시물보다 잣물에 끓여 잣죽 처럼 공양한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