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인간 생활 환경 가운데 자연적 사회적인 관계에 의해 등장한 것이다. 이러한 관계는 단순히 일회적이지 않고 오랜 시간동안 동일한 습관이 반복되면서 구성원들의 일상적인 먹거리로 자리잡고, 일정 공간의 구성원들이 보편적으로 승인하는 음식을 향토음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향토음식이라는 개념은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향토음식이라는 개념은 최근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제작하고 있는 향토문화대전의 개념 용어로 많이 등장한다.
특정 지역에만 전수되는 조리법에 의해 만드는 토속 음식이라는 아주 제한적인 개념을 사용하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전통적으로 전해오는 모든 음식이라 해서 전통과 오늘날의 음식을 관련시키는 경우도 있고, 창원의 경우처럼 ‘창원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이라 하여, 전통 내지는 토속을 강조하지 않고 현재적 관점을 강조해 지역 사람들이 많이 애용하는 음식 정도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향토음식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어 보이지 않는다.「동아일보」를 근거로 확인해 봐도 1970년 8월 11일자에 처음 등장하고, 요리책으로는 왕준련이 쓴「한국요리」(선문출판사, 1976)에 별도의 항목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후 1978년 문화공보부 문화재관리국에서 전국 민속조사를 하면서 전통향토음식을 각 지방마다 10가지씩 선정할 계획을 세웠다』문화재관리국의 민속조사가 국민 국가의 향토, 고향을 부각시키려는 노력에서 시작되었는데, 88올림픽을 염두에 둔 생활문화의 발굴과 정리라는 점이 강조되고 있었다.’
이처럼 향토음식이라는 단어가 사용되는 과정은 국민국가에 의한 지방담론의 형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표적인 사건이 전두환 정부가 주도한 ‘국풍 81’축제이다』음식문화와 관광, 정치가 결합된 향토음식 만들기는 최근들어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부산광역시 홈페이지의 ‘문화관광’ 코너에 먹거리가 위치한 것 또한 이러한 담론생산의 한 과정임은 틀림없다. 향토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지역의 자연환경과 재료의 상관관계이다.
부산의 대표적인 향토음식에 포함되는 기장 멸치, 미역, 붕장어 등만 하더라도 기장 앞바다에서 많이 어획되는 재료들이다. 홍성의 소고기, 대구 경북의 뭉티기, 전라도의 홍어회, 강원도의 송어 등은 지역의 자연환경이 지역 사람들의 먹거리에 얼마나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잘보여준다.
향토음식의 주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는 사회적 요소이다. 부산에서 확인되는 밀면이나 돼지국밥의 탄생은 확실히 한국전쟁이라는 이북피난민들의 이동과 관련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값싸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필요한 사회적인 환경이 이러한 음식이 출현하게 된 배경이다.
통영의 충무김밥 또한 어선의 어부들이나 객선을 타고 다른 곳으로 가야하는 손님 들이 장시간 상하지 않고 보관이 편리 하도록 고안된 아이디어 상품인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이 지역에서 많이 생산되는 쭈꾸미가 포함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지역 생산물이 아닌 오징어로 바뀐 지 오래다.
음식은 남아있으나 자연환경의 변화에 따라 음식의 내용은 변화한다. 관광상품화의 영향 또한 향토음식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방자치제도의 시행과 함께 각 지자체가 관광상품을 생산해 내는 과정에서 각 지역의 특산물은 상품화되기 시작하였다.
각 지역의 전통적인 제조방법이 사라지고, 음식의 맛 또한 그 지역사람만이 먹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관광하는 사람들의 입맛에도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려는 관광전략이다.
그래서 향토음식을 찾아다니는 마니아들이 생겨나고, 이들끼리 무슨 음식 모임을 만들어 향토음식점을 소개하고 있다. 관광상품화와 연결된 향토음식은 간혹 전통보다는 만들어 지는 경우를 자주 발견하게 된다. 콩나물국밥은 대표적이다.
전주를 기반으로 출발했으나, 전주라는 전통이 강한 이미지, 콩나물이라는 건강 이미지가 결합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하지만, 전주에는 전통음식으로 인정될 정도로 콩나물국밥이 자리잡은 것은 아니었다.
위 세 가지 요소는 향토음식을 유지하게 하는 중요한 힘을 가지고 있게 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각 지역의 향토음식의 구분을 애매하게 만들어 버릴 위험성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자연적인 환경은 천연적이든 자연적이든 변화하고 있다.
우리 먹거리의 재료가 바뀌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이런 영향으로 그동안 먹어왔던 음식이 사라져 가고 있음은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다른 한편에서는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는 자본화된 음식, 외식업체나 시장 혹은 대형마트에 등장하는 음식 등의 영향으로 우리의 입맛이 바뀌면서 전통적인 향토음식이 배제되기도 한다. 여기에는 과거처럼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시간의 변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회활동이 많아지는 현대인들의 식습관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자본과 관광상품화로서 향토음식은 우리의 입맛을 획일화시키기도 하고, 사라져 가는 자연적인 환경을 극복해서라도 향토음식을 맛보게도 한다.
전자의 사례로는 전국 휴양지 어디에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소, 돼지, 오리, 닭으로 만드는 음식들이다. 후자의 사례로 기장 곰장어를 들수 있다. 최근 기장 곰장어는 기장 앞바다에서 어획된 것보다 미국 등 외국산들이 판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향토음식을 로컬푸드라 할 수 있을까? 로컬푸드란 다양한 개념을 가지고 있다. 생산과 소비를 일치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개념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사회적 거리와 시간적 거리도 함께 고려한 정의이다.
여기에 더해 로컬푸드가 유행하고 있는 현재, 인간과 지역의 관계가 먹거리 소비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되새겨 봐야 한다. 뒤에서 고찰하는 부산 사람들의 음식에서도 사람들의 이동에 따른 음식물의 섭취가 체질화되어 있는 인간에게 얼마나 다양한 반응을 일으키는지 살펴보았다.
내륙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바닷가에서 주로 생산되는 생선회를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사례가 이러한 것이다. 이처럼 로컬푸드란 지역 구성원의 입맛과 건강에 잘맞는 음식이라는 의미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로컬푸드는 향토음식과 일정한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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