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기장 등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오곡(五穀)에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작물
○ 오곡의 개념은 삼국시대부터 존재하였으며, 시대에 따라 조금씩 바뀌기는 하였으나 조, 기장이 빠지는 경우는 없었음
- 조선의 ‘세종실록지리지’에는 벼, 보리, 콩, 피, 기장이라 했으며, 현재는 찹쌀, 차수수, 검은콩, 차조, 팥인 경우가 많음
- 특히 기장은 중국에서도 오곡의 하나로 인정받아 ‘육부경종법’에서 ‘오곡의 신을 기장신(稷神)이라 한다’고 기록될 정도
□ 오곡밥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조, 기장을 이용하는 식문화가 발달
○ (제주도) 전통적으로 ‘흐린차조(청차조)’를 이용한 오메기떡과 오메기주, 좁쌀약주, 고소리술이 발달
- 오메기떡은 오메기술의 원료가 되는 떡으로, 차조를 익반죽하여 도넛 모양으로 만들어 고물 등에 묻혀먹었음
- 오메기떡을 으깨어 발효시키면 술이 되는데, 여기서 얻은 청주는 좁쌀약주, 나머지는 막걸리 비슷한 오메기술이 됨
* 오메기주를 ‘고소리’라는 증류장치를 증류한 술이 고소리술로 원료에서 오는 독특한 맛과 향이 있으며, ‘모향주’, ‘사모주’라고도 불림
조와 기장 등의 잡곡과 생활민속
- 사직대제(중요무형문화재 111호): 토지를 관장하는 사신(社神)과 곡식을 주관하는 직신(稷神)에게 나라의 평안과 풍년을 기원, 현재는 개천절에 행해짐
- 떡: 10월 안택과 아이 백일 등에 잡곡으로 떡을 하여 나눠 먹으며, 황해도의 차조로 만든 노치, 강원도의 메조 식혜, 전남의 메조로 만든 찰엿 등도 독특
- 조바심: 조를 타작한다는 뜻으로, 타작이 생각만큼 쉽지 않으므로 조급해지고 초조해지기 쉬워 이를 빗대어 ‘조바심’ 이라 함
○ (경상도) 청운의 꿈을 품고 한양으로 가던 선비들이 주막에서 간단히 허기를 채울 때 먹었던 것은 바로 ‘묵조밥’
- 경북 문경 외의 지역에선 맛보기 힘든 음식으로, 도토리묵을 채 썰어 갖은 채소를 얹은 뒤 조밥에 비벼 먹는 음식
- 입안에서 씹힐 때 묵과 채소, 그리고 차진 조밥의 조화가 일품인 전통 음식
○ (평안도) 좁쌀로 만든 ‘꼬장떡’과 찰수수와 메조가 만나서 향기로운 배꽃향이 나는 ‘문배주’도 함께 즐김
- 꼬장떡은 차조가루를 반죽하여 가랑잎에 싸서 쪄내는 떡으로, 둥글게 빚어 끓는 물에 삶아낸 후 콩고물이나 팥고물을 묻힘
- 문배주는 우리나라 토종 돌배인 문배꽃 향기가 난다 하여 이름 지어진 술로 기능보유자(이기춘)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온 가양주
○ (함경도) 좁쌀과 가자미, 고춧가루 등 양념이 어우러지는 발효 음식인 ‘가자미 식해’가 만들어짐
- 곡식(食)과 생선(어육으로 담근 젓갈 해(醢))이 만나 시큼하면서도 곰삭은 맛을 내는 훌륭한 밥반찬
- 여기에 들어가는 좁쌀은 반드시 차조가 아닌 메조를 쓰는 것이 포인트
* 차조는 찰기가 있어 발효과정에서 풀어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탱탱한 좁쌀의 느낌을 즐기기 위해서 메조를 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