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에 버섯이 많은 이유
“자, 이곳은 버섯을 재배하는 곳이야.
무슨 버섯인지 한 번 알아보겠니? 조심히 둘러봐야 된다.”
조심조심.
재배소 안은 따뜻하고 습합니다.
사방에서 내려오는 물안개로 앞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얼마쯤 가다 뒤 돌아보니 할아버지와 유 교수님의 모습은 하나의 그림자가 됩니다.
무서운 것 하나 없는데 왜 이리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일까요?
잘박 잘박 물기를 먹은 바닥에서 소리가 납니다.
치이익~ 안개를 내뿜는 기계 소리.
자연이는 귀를 막고 눈을 가늘게 떠 버섯을 찾습니다.
잠시 후, 기계가 내뿜던 안개가 멈춥니다.
파랑바구니에 줄지어 담긴 흰 병에는 노란색 버섯이 피어 있습니다.
언뜻 보기엔 계란 노른자만 올려놓은 것처럼 앙증맞은 모습의 버섯입니다.
“이게 무슨 버섯이지? 참 곱다.”
자연이는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순간 몸이 작아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가 작아지고 있잖아? 에~취이~ 푸웅~취~이”
또다시 콧물이 주우욱!
“아이구~ 디러워. 톨.
콧물은 흘리지 않고 재채기를 하면 좋겠어. 내가 다 젖어버렸잖아! 톨.”
작고 하얀 먼지에요. 분명.
그런데 그 먼지가 자연이의 눈앞에 동동 떠서 ‘말’을 합니다.
“어?”
자연이는 너무 놀라서 두 손으로 입을 막아버렸습니다.
“너무 놀라지마. 난 방금 네 콧속에서 나온 균이야. 톨.”
“균? 무슨 균? 병균?”
“병균? 음.... 난 세균이야. 아주 오래전부터 지구를 지켜왔어.
지구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 토올. “
“그래? 그럼, 넌 무슨 일을 해?”
세균이라던 하얀 먼지는 빛이 흐려지더니 대답이 없습니다.
정말, 이상한 일이지만 이 작은 세균이 왠지 좋아질 것 같습니다.
“나. 잘 몰라. 톨.”
“그래? 너... 감기 세균은 아니고, 혹시 버섯 포자니? 그치?”
작고 하얀 균은 먼지 같은 몸을 데굴데굴 굴립니다.
“그리고 너...말끝에 ‘톨’하고 끝내네? 톨. 너 토리라고 불러도 돼?”
토리는 신이 나서 폴짝거리며 튀어 올랐습니다.
그러자 북실북실 크고 통통한 하얀 동그라미로 변했습니다.
몸에 비해 작아 보이긴 하지만 작은 날개도 퍼덕입니다.
“이것 봐, 나 날개도 있어. 톨.”
“와~. 너무 귀여운데? 날개는... 근데 좀 작다.”
하얗고 동그란 토리는 자연이의 귀엽다는 말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리고는 자연이를 등에 태워 앙증맞고 귀여운 노란 버섯으로 들어갑니다.
“이제부터 버섯 여행을 하는 거야. 여긴, 방금 본 버섯의 주름속이야. 톨.”
자연이는 버섯의 주름이 부드럽고 폭신하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식빵 같아. 구멍도 숭숭 났어. 덜 익은 빵 냄새도 난다.”
높고 낮은 버섯의 주름을 넘어 한 바퀴쯤 돌았을까요?
동그랗고 작은 노란 문이 보입니다.
자연이는 작은 문을 열어봅니다.
“와아!”
맑은 호숫가에 초록 버드나무가 긴 머리를 날리며 은빛 포자들이 잘 날아가도록
하늘댑니다.
그 아래에는 노랑느타리들이 닥지닥지 어깨를 붙이고 노래합니다.
“너무 예뻐. 혹시 독버섯 아니니?”
“우린 노랑느타리야. 색이 곱다고 모두가 독버섯은 아니야. 아니야.”
노랑느타리들은 입을 모아 소리를 높입니다.
“알았어. 노랑느타리. 알았다구.”
“하나, 두울, 세엣, 네엣.... 이게 다 버섯 포자야?
진짜 많다. 바람에 날아 가나 봐. 어디로 가는 거지?”
“숲으로 갈 거예요. 우린 숲으로 가요, 숲, 숲.”
자연이는 숲에 버섯이 많은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안녕! 숲에서 또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