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장생도, 영원함의 기원
세상은 커다란 박물관입니다.
오랜 시간을 간직한 유물이 쓰임과 상관없이 궁궐이나 공원에
전시되어 있기도 하고 조상이 사용하던 물건을 지금까지 쓰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오래된 책이나 그림, 생활도구들.
조상들의 과학적인 기구들은 그 구조가 놀라울 정도로 짜임새가 있어서
현대 과학으로도 그 비밀을 풀지 못하는 경우들도 종종 있습니다.
특히, 탑이나 공예품, 건축물, 종교적인 공간에는 조상들의 과학과
철학이 담겨 있어 그 가치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지요.
호기심 많은 자연이는 박물관에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박물관에 가면 지금과 다른 상상의 세계를 펼칠 수 있거든요.
시기별, 나라별로 나눈 전시는 유물의 역사를 알 수 있어 재미있습니다.
그림을 전시한 회화관은 신비한 이야기들을 볼 수 있고요.
십장생도
분류 : 유물, 일반회화, 영모화조화, 영모화
수량/면적 : 병풍 한 틀 10폭
시대 : 조선시대
-십장생을 주제로 그린 민화로 장생도(長生圖 )라고 불리기도 한다. 십장생도는 정초에 왕이 중신들에게 새해 선물로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상상의 선계(仙界)를 형상화한 것으로서 산, 바위 등의 묘사에 화원풍의 청록산수법을 많이 사용하는 등.
자연이는 고개를 갸웃합니다.
초등생에게는 어려운 내용이에요.
하늘에는 해와 학, 구름이 있습니다.
그 아래에는 산과 물, 바위, 소나무, 사슴, 자라가 있고 바위틈에
영지버섯도 있습니다.
“해....?”
자연이는 주머니 속을 뒤적거립니다.
에리다누스 초원에서 파에톤에게 받은 육분의.
“그걸 사용하려고? 톨?”
자연이는 빙긋 웃습니다.
“응. 태양이 있으면 언제든 다시 여기로 돌아올 수 있잖아.
재미있을 거 같아. 그리고 어딜 가든 난 걱정하지 않아. 토리가 있잖아. 가자!”
자연이는 십장생에 그려진 태양을 향해 육분의를 들어 올렸습니다.
자연이와 토리는 그림 속의 구름을 뚫고 산꼭대기에서 굵은 선을 따라 데굴데굴 굴러 폭포에 떨어졌습니다.
폭포는 다행히 깊지 않았지만, 소용돌이치는 물살에 휩쓸려 겨우,
소나무가 있는 풀숲에서 숨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하악. 에구구. 겨우겨우 살았어. 이상해. 토리야, 물에 젖지 않았어. 하나도. 이거 봐.”
“응. 다행이야. 톨. 털이 젖는 건 싫어. 톨.”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숫사슴과 암사슴은 놀라워하지 않습니다.
긴 목을 숙여 한가로이 오물오물 풀만 씹고 있었어요.
바위가 널려 있는 곳에 곧게 서 있는 붉은 소나무.
짧고 뾰쪽한 침들이 의기양양하게 뻗어 있습니다.
“이 나무는 적송(赤松)인가 봐. 줄기가 붉잖아.”
“큭큭. 네가 이제 척척벅사 되었나 보다. 톨.”
“벅사가 아니라 박사라고! 그리고 이 정도는 보면 다 안다고.”
자연이는 토리를 손가락으로 톡 쳤습니다.
그림 속 소나무에 기대어 바라보는 그림 밖의 세상.
간간히 관람객 몇 명이 지나갈 뿐 조용합니다.
그림 저 멀리 자라들이 물을 뿜고 헤엄을 치는 모습이 보입니다.
영지도 있습니다.
바위와 소나무가 있는 곳곳에 부채모양의 황갈색 영지버섯.
크기가 큰 영지버섯은 짙은 갈색으로 단단하고 윤기가 납니다.
“영지는 다른 말로 불로초라고도 해. 톨.
예전에는 보통 사람은 감히 먹을 수도 없었대. 톨.
신선이 살 만큼 깊은 산속에서나 생기니까 그렇겠지.
그래서 중국 고서인 <본초강목>에서는 약의 효험을 상, 중, 하로 분류했어. 톨.
상약은 눈이 맑아지고 장도 보호하고 기억력과 의지력을 키워준데. 톨.
바로 자연이 너가 먹어야 될 거 같아. 톨.”
“그러게. 여기 이 영지를 먹어도 될까? 그러면 의지력이 정말 좋아질까?”
자연이는 영지버섯에 손을 뻗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전시실의 불이 하나, 둘 꺼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떡해. 불이 꺼지고 있어. 서둘러 여기서 나가야겠어.”
자연이는 그림 속 태양을 향해 육분의를 들었습니다.
소나무 아래 반짝!
그것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는 시간 밖의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