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사한 아침, 양송이 스프
“토리야, 구해줘. 살려주세요.”
“아니, 이 녀석, 무슨 잠을 그리 험하게 자냐. 이불을 뒤집어쓰고.”
할아버지는 자연이의 등을 토닥여 줍니다.
“할아버지, 제가 송이라고 포졸들이 잡아 간데요. 임금님께 바친데요.”
“허허허. 그래? 우리 자연이를?
임금님께 바친다면 우리 자연이가 임금님께 시집간다는 이야기잖아?
그 거 좋은 꿈 같은데. 허허허.”
“할아버지, 전 초등학생이라고요.”
자연이는 입을 내밀고 다시 이불을 뒤집어썼습니다.
“그래, 그래 알았다. 자 일어나자. 너랑 갈 곳이 있어.
새벽시장에 가려고 하거든. 가보면 재미있을 거야.”
할아버지와 자연이는 서둘러 시장으로 갑니다.
이른 아침의 시장은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로 몹시 붐빕니다.
큰소리로 가격을 흥정하고 리어커로 한가득 물건을 실어 나르는 사람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기운찬 웃음소리.
자연이는 할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뒤를 쫓아갑니다.
손을 놓았다가는 이 북새통에 길을 잃고 간밤의 그 포졸들이 다시 만날 것만
같았습니다.
할아버지는 양송이를 팔고 있는 가게에서 걸음을 멈춥니다.
“자, 이제부터 우리 자연이가 드실 양송이스프를 만들어 볼까?”
“네~.”
자연이는 목청껏 대답했습니다.
“너도 거들어야 한다. 알았지?”
할아버지는 솜씨 좋게 양송이를 썰어서 대파를 넣고 육수를 만듭니다.
푹 삶아진 닭 육수를 한 국자 떠서.
“자, 여기에 닭 육수를 붓고. 라라라.”
기분 좋은 할아버지의 콧노래가 끊이지 않습니다.
“전 이제 뭐해요? 할아버지?”
“잠깐만 기다려라.
아직 뜨거우니, 조금 식히자.”
자연이는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 짐작이 갑니다.
방망이로 익은 양송이를 으깨는 일이지요.
아주 쉽지만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일입니다.
“이렇게 하는 거죠?”
“그래, 아주 잘 하는구나. 옳지.”
양송이를 삶은 육수를 거름망에 부으면 양송이들이 걸러집니다.
남은 것은 방망이로 문지르듯 한 바퀴 돌리면 그 즙들이 조로록
거름망 밑으로 빠져나오지요.
“음~ 향이 아주 훌륭하구나. 양송이는 단백질 함량이 높은 음식이란다.
여기에 자연이가 좋아하는 생크림을 살짝 얹고.”
“와~ 멋져요. 할아버지, 파슬리는 제가 할게요.”
금세 근사한 아침이 준비되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버섯을 무척 좋아합니다.
양송이 스프는 물론, 버섯볶음, 송이구이, 삼겹살에도 버섯을 넣습니다.
그러고 보니 간밤, 자연이의 꿈에 나타났던
송이 노인이 할아버지가 아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