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이노인이 만든 지혜의 차
투둑. 투두둑.
“자연아, 괜찮아?”
자연이는 토리를 주머니 속에 넣었습니다.
“비가 많이 오네... ”
둘은 소나무에 기대어 비가 그치기를 바랐습니다.
그때, 삿갓을 쓰고 지나가는 노인이 있었습니다.
노인은 소나무에 기대어 오들오들 떨고 있는 여자아이를 보며 놀라서 물었어요.
“아니 이 비에 어린아이가 여기에 웬일인고?”
자연이는 도롱이(풀을 엮어 만든 비옷)를 입고 삿갓을 쓴 노인의 모습을 유심히 봅니다.
노인도 자연이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습니다.
“길을 잃은 게냐?”
자연이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여기가 어디인지 알 수 없었지만, 노인은 인자한 분이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네 외관이 어째 이 나라 사람 같지는 않구나. 어디서 온 것이냐?”
자연이는 무어라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노인은 비에 젖은 자연이에게 도롱이를 걸쳐 주었습니다.
앞에 선 노인은 낡은 회색 한복을 입은 모습입니다.
“괜찮을까? 토리야.”
“저 할아버지한테서 좋은 향이 나. 괜찮을 거야. 톨.”
곧 노인과 자연이는 몇 칸 안 되는 초가집에 도착했습니다.
“들어오렴. 아가야. 초라하지만, 안이 따뜻하니 몸을 녹일 수 있을 게다.”
방안에는 작은 초롱불이 조용히 일렁이며 심지를 태우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입니다.
‘그렇구나. 사극에서 본 방이야. 여긴 옛날 인가 봐.’
“으흠!”
작은 소반을 들고 조금 전의 그 노인이 들어옵니다.
“배가 고플 텐데 밥이 되기 전에 차를 좀 마시려무나.”
자연이는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저, 할아버지.... 여기가 어디에요?”
“여기? 여긴 내 집이고, 땅은 조선땅이지. 여기가 어딘 줄 모르고 온 게냐?”
“아니... 저... ”
“차 향이 좋구나. 마셔 보거라. 아가야.”
자연이는 노인이 가져온 차를 한 모금 마셨습니다.
그 차의 첫맛은 지리하여 인상을 쓰게 했지만, 곧 목구멍으로 넘어가면서 흙향과 솔잎 향, 산 공기의 상쾌한 맛이 입안과 머릿속을 맑게 해 주었습니다.
“저, 이 차.”
“어떠냐? 맛이 좋지? ‘지혜의 차’다.
내가 인도에 갔을 때 그곳의 사신이 내게 가르쳐 준 차지.”
노인은 ‘지혜의 차’를 만드는 비법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나는 매년 건강한 송이 포자를 소나무에 뿌린 후 비와 바람으로 잘 키워서
지혜의 차를 만드는데 일부를 사용한단다.
차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따로 있지.”
자연이는 무릎을 꿇고 바짝 당겨 앉았습니다.
“산양이다. 몇 년을 잘 자란 크고 튼실한 송이를 산양에게 주고
다음 날 아침 제일 먼저 산양이 본 소변을 받는다.
그걸 항아리에 담아 잘 발효를 시키면 지혜의 차가 만들어지는 게야.”
자연이는 그 비법을 듣고 갑자기 구토가 올라왔습니다.
“껄껄껄.”
“저, 할아버지, 송이는 재배가 안 되잖아요.
제가 알기엔 사람이 키울 수 없다고 들었어요.”
“그래, 아주 잘 아는구나. 껄껄껄.”
노인은 아주 크게 웃더니 부엌으로 가서 상을 차려왔습니다.
소반에는 옥수수밥과 데친 송이, 고추장이 전부였습니다.
배불리 밥을 잘 먹고 금세 쿨쿨.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요?
소란함에 눈을 떠보니, 따뜻했던 초가집은 온데 간데 사라지고 소나무만 보입니다.
갑자기 포졸 복장을 한 사람들이 달려들어 커다란 보자기에 자연이를 넣으려 했습니다.
“살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