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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pter 1. 이지혜의 우리술 & 외국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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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mark 평창 동계올림픽 환영 만찬에 등장한 우리술은?

♣ 생빈 와인, 소흥주 그리고 감홍로

최근 즐겨보는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반가운 술이 등장했다. 워낙 좋아하는 술이라 포장 상자만 봐도 단박에 알아봤다. 감홍로다. 배우 이시언이 가수 비의 득녀 축하 선물로 감홍로를 준비한 것.

딸이 20세가 되는 날, 성인이 되는 것을 기념하며 꼭 그 만큼의 세월 동안 함께 숙성한 감홍로를 즐기라는 의미에서다. 감홍로는 육당 최남선 선생의 책 <조선상식문답>에서 이강주, 죽력고와 함께 조선 3대 명주 중 하나로 꼽은 술로 고려시대부터 내려온 술이다.

조선후기 <별주부전>에서는 자라가 토끼를 꼬드기며 ‘토끼야, 용궁에 가면 감홍로가 있단다’ 회유하기도 했고 <춘향전>에서는 한양으로 떠나는 이몽룡을 붙잡기 위해 춘향이 내놓은 술이기도 했다. 우리 조상들이 즐긴 고급술의 대명사인 셈이다.

이기숙 명인 감홍로
▲ 이기숙 명인 ‘감홍로’

이 술은 멥쌀 70%, 메조 30%, 물, 누룩으로 원주를 만들고 두 번 증류한 후 자초·용안육·생강·계피·정향·진피·감초 등 일곱 가지 약재를 넣어 1년 이상 숙성해 정성스레 만든다. 알코올 도수는 40도지만 목넘김이 부드럽고 독주 특유의 강함보다는 튀지 않는 조화로운 맛이 특징이다.

은은하게 풍겨오는 약재 향을 두고 위스키와 빗대어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다. 특히 요즘같이 쌀쌀한 날, 감홍로 한 잔은 얼었던 몸을 금세 데워주기 좋은 술이기도 하다. 평안도 양반가에서는 감홍로를 상비약으로 두고 마셨다고 한다.

이처럼 매력적인 술이 20년의 세월까지 덧입으면 얼마나 멋진 향과 깊은 맛을 전해줄지 생각만 해도 황홀하다. 와인애호가들 사이에서 자주 쓰이는 약어 중 ‘생빈’이라는 말이 있다. ‘생년(生年) 빈티지(Vintage, 포도의 수확 년도)’라는 뜻으로 자신이 태어난 해의 포도로 만들어진 와인을 의미한다.

와인의 본고장, 프랑스나 유럽에서는 사랑하는 아이가 태어난 해의 빈티지 와인을 구입해 아이가 스무 살이 되는 해에 온 가족이 함께 마신다고 한다. 비록 작황이 좋지 않은 빈티지의 와인이라도 이 경우에는 특별하고 소중한 의미를 지닌 선물이 된다.

생빈 와인을 고를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기숙성이 가능한 와인을 구입하는 것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그 가치가 빛나는 술 말이다. 세상의 와인 중 20년 이상 장기숙성이 가능한 와인은 극히 일부로 나머지 와인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산화되고 부패된다.

장기숙성 가능한 와인으로는 까베르네 소비뇽 비율이 높은 보르도의 그랑크뤼급 와인들을 있다. 프랑스 소테른 지역의 ‘샤토 디켐’은 100년의 숙성기간을 자랑하며 가장 오래도록 보관할 수 있는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호주 펜폴즈의 ‘그랜지’
▲ 호주 펜폴즈의 ‘그랜지’

호주 펜폴즈의 ‘그랜지’ 역시 병입 후 최소 20년 이상, 50년까지도 장기숙성이 가능하다. 펜폴즈는 보다 오랜 기간 좋은 상태로 보관할 수 있도록 코르크 마개를 새 것으로 변경해주는 리코르킹 클리닉 서비스를 1991년부터 미국, 영국, 스위스, 뉴질랜드, 중국 등 전세계를 다니며 시행하고 있다.

가까운 중국에서도 생빈 와인을 선물하는 것과 비슷한 풍습이 있다. 중국의 저장성 샤오싱 지방에서는 딸 아이를 낳으면 꽃이나 미인을 그려 넣은 항아리에 소흥주(紹興酒)를 담근다. 그리고 딸을 시집 보낼 때 딸 아이의 나이만큼 숙성한 술을 보내는 것이 오랜 풍습이다.

중국 8대 명주 소흥주(紹興酒)
▲ 중국 8대 명주 소흥주(紹興酒)

중국 8대 명주 중 하나인 소흥주(紹興酒)는 찹쌀, 조, 수수 등 곡물을 원료로 한 발효주다. 소흥주 역시 생빈 와인처럼 오래된 것일수록 술 맛이 좋다. 프랑스 그랑크뤼급 와인과 빗대어 오래 묵혀 맛있는 술로 소개되기도 한다.

황갈색을 띠는 소흥주의 알코올 도수는 15~17도로 차갑게 마시는 것보다 상온이나 뜨거운 물에 중탕하여 따뜻하게 즐겨야 소흥주의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아쉽게도 오래 숙성한 술을 선물하거나 기념일에 즐기는 풍습은 없었다. 오히려 막걸리처럼 바로 만들어 신선하게 즐기는 형태가 많았다.

물론 바로 만들어 마셔도 충분히 맛있는 술을 빚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지만 세월이 지남에 따라 풍미가 깊어지는 술들도 있을 것이다. 감홍로를 비롯해 삼해소주, 송화백일주, 추성주, 안동소주 등 우리의 전통 소주 역시 10년, 15년 이상 장기 보관할 수 있다.

이제 자녀의 특별한 날을 위해 아이와 인연이 있는 지역의 전통 소주를 장기 보관해 보는 건 어떨까. 해외 어느 나라의 술보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기에 더 뜻 깊은 선물이 될 것이다. 나부터 다섯살 난 조카를 위해 전통 소주 하나를 구입해야겠다.

■ 이지혜 Columnist
이지혜 칼럼니스트
직업 대동여주(酒)도 콘텐츠 제작자
홈피 http://blog.naver.com/prnprn

2014년 시작한 ‘대동여주(酒)도(blog.naver.com/prnprn)’는 일종의 전통주 안내서다. 하지만 술을 소개하는 방식은 더없이 현대적이다. 만화나 카드뉴스, 포스터, 영상 등 다양한 방식이 동원되고, ‘조선시대 임금들은 무슨 술을 마셨을까?’, ‘별주부전과 춘향전에 등장하는 그 술’ 같은 제목으로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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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출처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aT농수산식품유통공사 •더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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