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3월 3일
•대표음식 : 화면, 수면, 산떡, 쑥떡 등
음력 3월 3일은 ‘삼짇날’ 이라 하여 양의 수가 겹치는 길일(吉日)로 봄을 알리는 명절입니다. 원래는 뱀이 땅속에서 나올 준비를 하는 날이라 하여 3월의 뱀날을 삼짇날로 정하고 ‘상사(上巳)’, ‘원사’(元巳)라고도 불렀습니다. 하지만 뱀날이 해마다 달라져 들쑥날쑥하자 조선 후기에 들어서 음력 3월3일을 삼짇날로 정했습니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3을 행운과 완성을 뜻하는 수로 여겨서 3이 겹치는 3월 3일은 더욱 좋은 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삼짇날이 언제부터 유래하였는지 자세히 전하는 바는 없으나 예부터 삼짇날에 여러 가지 놀이가 행하여 진것으로 전해집니다.
고구려 시대에는 삼짇날이 되면 낙랑벌에서 사냥대회를 열어 사냥으로 잡은 짐승으로 하늘과 산천의 신에게 제사를 지냈습니다. 고구려 대동강 가의 낙랑 언덕에 많은 병사와 사람들이 모이고 사냥대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왕과 신하, 병사, 백성들까지 숲 속으로 들어가 사냥실력을 겨뤘습니다.
그 중 누구보다 앞서 달렸고 짐승도 가장 많이 잡은 자를 보며 왕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신하에게 물었고, 그 사람은 바로 평강공주를 만나 훌륭한 장수가 되었다던 바보온달이었습니다. 바보온달이 갈고 닦은 무예실력을 선보여 왕에게 인정을 받은 날이 바로 3월 삼짇날이었습니다.
또 다른 풍속으로는 남녀노소 할것 없이 술과 음식을 정성껏 장만하여, 경치 좋은 곳을 찾아 종일 즐겼는데 이를 화류놀이 또는 꽃놀이라 하였습니다. 긴 겨울 규방에 갇혀있던 여인들에게 이 날은 나들이가 허락 된 날로 직접 만들어간 음식을 차려놓고, 그곳에서 갓 딴 진달래꽃으로 화전과 화면을 만들어 먹는 것을 화전놀이를 즐겼습니다.
집안자랑, 시집살이 이야기 등을 주고받으며 마음을 나누는 것은 물론 지필묵을 챙겨가 봄을 찬미하는 화전가를 짓기도 하였습니다. 특이할만한 것은 화전놀이에 집안 여인네들이나 동네 아낙네들이 구분 없이 모이는 것이 아니라 며느리들의 화전놀이에 시어머니가 함께 하지 않았는데, 이는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함께 갈 경우 며느리 가 불편할 경우를 고려했기 때문이라 하니 고부간의 갈등이 옛날에도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삼짇날 절식으로는 진달래화전과 화채, 두견주(杜鵑酒)를 담가 마시기도 했으며, 그 밖에 녹두가루에 붉은색 물을 들여 꿀물에 띄워 먹는 수면(水麵), 흰떡을 방울 모양으로 만들어 속에 팥을 넣고, 떡에 다섯가지 색을 들여 이어서 구슬을 꿴 산병, 조기와 조개를 넣고 끓인 황저합국, 복국, 부드러운 쑥잎을 따서 찹쌀가루에 섞어 찐 쑥떡, 쑥에 고기를 다져 넣고 빚어 끓인 애탕국, 봄나물로 만든 나물 등이 있습니다.
이와 같이 삼짇날은 남녀노소,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겨울 추위에서 해방되어 몸에 봄기운을 불어 넣기 위해 산과 들에 나가 봄을 즐기는 절기입니다. 아이들은 산이나 물가에서는 닭싸움을 하거나 물이 올라 보드라운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손으로 비틀어 속을 빼낸 뒤 둥그렇게 남은 껍질을 피리처럼 불기도 했습니다.
이것을 ‘호드기’라고 하는데 잘 불면 제법 그럴싸한 소리가 납니다. 여자아이들은 새로 돋아난 풀로 각시 인형을 만들어 놀았습니다. 이렇게 삼짇날은 어른도 아이도 모두 자연과 어우러져 봄을 맞고 즐기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멋으로 받아들였던 선조들의 지혜를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