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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pter 6. 고성, 양양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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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mark 막혀버린 길, 바다 위 햇살은 눈부시고

♣ 고성, 양양을 찾아서...

어머니의 손맛 [강원도] 고성, 양양 이야기

섬세한 바람과 선명한 햇살이 번갈아가며 살갗을 간질이는 가을, 어떤 삶도 문득 돌아보게 되는 계절이 왔음을 깨닫는다. 이번 여행은 더 이상은 길이 막혀 갈 수 없는 민통선을 넘어 가을에 감자를 수확한다는 고성을 들려 오래 전부터 ‘감자부각’과 ‘감자죽’을 해 먹어 왔다는 ‘양양’을 다녀오는 여정이다.

그동안 몇 번에 걸쳐 고성을 여행한 경험이 있는데 그 때마다 더 이상 갈 수 없는 북쪽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DMZ. 우리에겐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아픈 환부. 내 나라 땅이면서도 검문소에서 신고의 절차를 거쳐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그나마 금강산 관광을 할 수 있었을 땐 통행 할 수 있었던 북쪽으로 난 길은 지금 침묵 속에서 가을 햇살과 바람만 넘실 대고 있다. 바다를 낀 연안에는 넓은 감자밭이 펼쳐져 있어 해풍을 그대로 맞으며 감자가 영글어 갔을 것 같았다.

그러나 감자를 캐는 농부들의 분위기에서 수확의 기쁨은 느껴지지 않았다. 농부들은 말없이 씨알 굵고 탐스러운 감자들만 밭둑으로 올려놓고 있었다. 충청도가 고향이이라는 ‘안영란(54)’씨는 이곳으로 시집을 와서 시부모님의 땅에 농사를 짓고 있다고 했다 (남편은 트랙터로 감자를 수확하고 있었다)

강원도 감자 수확

“이곳에서 시부모님은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사셨어요. 그런데 전쟁이 나자 이곳에서 사람이 살 수 없다고 해서 마을 전체가 아래 동네로 터전을 옮겼고 그 후 아침저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것이 허락이 되어 이곳에 드나들고 있어요.

시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고향으로 들어와서 맘 편히 농사지으며 사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하면서 그녀는 아련한 눈빛이 되어 시선을 바다 쪽으로 던졌다. 다녀갔던 여느 여행길과 다름없이 마음이 무거워져서 고성과 접해 있는 양양으로 가는 길 내내 눈이 부시도록 푸른 바다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고성과 접해 있는 양양은 늘 바다와 설악산을 바라보며 살 수 있는, 축복 받은 땅인 것 같다. 산에서 주는 각종 나물과 버섯 등 약재, 바다에서 얻는 각종 해산물들은 먹거리가 예전부터 다양하고 풍성했을 것으로 짐작이 되는 곳이다.

우리가 만났던 ‘남연옥(65)’씨는 92세인 시어머니를 모시고 감자가루와 옹심이를 직접 만들어 판매를 하며 살고 계셨다. 남편은 2004년에 감자를 캐러 가다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단다. “시집오기 전에 부산에서 국제 자수를 하다가 이모님의 중매로 여기에 시집을 왔어요.

와서 보니 자수를 다시 할 곳도 없고 집에 가만히 있는 성격도 못 되고 해서 막국수식당을 시작했어요. 솜씨가 좋아서인지 장사가 너무 잘 되었지요. 그런데 2006년 수해로 한 순간에 모든 게 다 날아가 버렸어요.” 사람이 살아가는 인생은 왜 이리도 험난한 여정으로 점철되는 것일까?

2년 전에 남편을 잃고 살아가기도 벅찼을 상황은 말을 하지 않아도 뻔한 일 아닌가. 그러나 그녀는 무엇이든 헤쳐 나가는 적극적인 성격 탓에 좌절하지 않고 감자가루의 색을 변하지 않게 하는 방법을 여러 번의 실패 끝에 발견하게 되었다.

지금은 특허까지 획득하여 가정에서 바로 해서 먹을 수 있는 상태로 냉동식품의 ‘옹심이’와 ‘감자전’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나는 여기서 끝이 아니고 10년 전부터 계획했던 것이 있어요. 감자가루를 담은 컵에 뜨거운 물만 부으면 먹을 수 있는 일명 ‘감자수프’를 만들어 파는 거예요.

주로 환자들에게 표고버섯이나 브로콜리 말린 것을 넣어 첨가하면 영양에도 좋을 것 같구요. 어디서나 간편하게 죽처럼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냉동 ‘옹심이’는 물에 삶아서 건져 빵가루나 콩가루를 묻혀서 먹으면 별미라고도 했다.

집으로 가져와서 직접 콩가루와 빵가루를 묻혀서 먹어 보니 고소하고 달콤한 맛에 감자의 쫄깃한 맛이 가미되어 밀가루로 만든 빵이나 쌀떡과는 또 다른 맛이 났다. 우리의 전통 음식은 이렇게 조금씩 현대의 입맛에 맞게 다른 식재료들이 가미 되어 변해 가는 것 같다.

강원도 한계령

누군가의 실험 정신에 의해서 이 음식도 세월이 흐르면 또 다른 ‘전통의 맛’이 되지 않겠는가? 한계령을 넘어 돌아오는 길은 여전히 진지하고 웅장한 바위와 산세에 목은 저절로 꺾였다. 우리가 사는 삶도 저 산 만큼이나 크고 위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나를 사로잡고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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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출처 •강원도농업기술원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서귀포농업기술센터 •서귀포시향토음식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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