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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pter 5. 춘천, 화천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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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mark 아내의 길

♣ 춘천, 화천을 다녀와서...

어머니의 손맛 [강원도] 춘천, 화천 이야기

우리의 어머니들은 부모님의 딸로 태어나 소녀시절을 거쳐 일정한 나이가 되면(시기의 차이는 있으나) 누군가의 아내가 되어 살아왔다. 스스로 선택을 하든 그렇지 않든 마치 저절로 어른이 되고 아내가 되고 어머니가 된 것처럼.

그러나 누군가를 남편으로 맞이하느냐에 따라 그 인생은 천차만별로 다른 삶을 살다가게 된다. 그래서 속담에 ‘여자 팔자 뒤웅박팔자’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느냐에 따라서 판이하게 다른 인생을 살다가는 것이다. 특히 지금의 어머니 세대들은 시대적으로도 가장 힘겨운 세월을 살아오셨다.

역사적 사실들을 배제 하더라도 우선 가정에서 남편을 거역하며 살 수 있던 시대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아내들은 가장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 남편을 어쩌지 못하고 혼자 힘으로 자식을 키우며 살아야했었다.

이번에 찾아 간 춘천시 부귀리에 살고 계신 ‘문경옥(76)’님도 그런 분 중에 한 분이다 그 분은 술 좋아 하는 남편을 위해 평생 술을 만들며 살았단다. 술을 좋아 하는 사람들이 가장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사람들이 드물듯이 그녀의 남편도 살아생전 무던히 속을 썩이다 갔다고 하셨다.

“나는 부귀리 여기가 고향이여. 가평으로 시집을 갔다가 가족이 다 함께 내 고향으로 들어왔어. 삼남매도 여기서 다 낳았으니까 꽤 오래 살고 있지. 영감은 하루도 술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이었어. 그 술 수발을 내가 다 들고 산거지. 며칠마다 한 독 씩 술을 담아야 했으니까.

옥수수 막걸리

인근에 내 술 맛을 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어. 술이 맛있다고 소문이 나니까 누구도 담아주라 누구도 담아주라 영감의 성화를 당할 수가 없었지. 자랑을 하고 싶었을지 모르지만 농사일하랴 아이들 키우랴 정말 뼈빠지게 일만 하면서 살았어.

어휴 주사는 또 어떻고... 술이라면 넌덜머리가 나. 그래도 우리 아들은 술을 입에도 대지 않아서 다행이야. 그런데 그 지겨워 지겨워 하면서 술을 오랜 세월 담그다 보니 몸이 저절로 기억을 하는지 그냥 담아도 술맛이 기막히다고들 하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막걸리 회사에서 술 담그는 비법을 배워가기도 했으니까.” 찾아 간 그 날도 평생을 일만 하다 늙어 손마디가 관절염으로 휘었는데도 장갑을 끼지 않은 채 밭일을 하고 계셨다.

“그렇게 술 드시는게 싫었으면 술을 담그지 말지 그러셨어요?”, “그 땐 그런 걸 거역하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살았지. 지금의 여자들 하고는 다른 삶을 살았어. 무조건 남편이 원하면 해 줘야 했으니까. 우리세대는 참으로 불행하게 살아 온 거여.

옥수수 막걸리 재료 옥수수

이젠 다른 건 다 필요없고 자식들만 편안하게 살면 되지, 이 나이에 뭘 바랄게 있겠어.” 이런저런 얘기를 하시면서도 손은 옥수수술을 담그는 일을 멈추지를 않는다. 괜스레 나도 술을 좋아한다는 말을 할수 없었고 죄송한 마음만 자꾸 들었다.

그러나 시간은 흐르고 세상도 달라졌다. 한 세대 뒤에 태어난 화천의 ‘모현미(55)’님은 전혀 다른 ‘아내의 길’을 가고 있는 사람이다. 그녀는 화천에서 태어나 자라고 여기서 가정도 꾸려 비교적 평탄한 삶을 살고 있다.

그녀는 남편의 사회적 지위를 위해 많은 손님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음식을 대접하며 아내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며 살고 있다. 종종 남편과 와인 한 잔에 사는 이야기도 나누며 서로 신뢰와 사랑으로 가정을 잘 이끌며 살고 있다.

그녀가 해준 ‘감자국수’도 남편의 손님들이 찾아왔을 때 특별음식으로 대접하며 내놓는 것이라고 한다. 보통 국수는 반죽을 해서 만드는데 이곳은 생감자를 채 쳐서 몇 번 물에 행구어 아린 맛을 빼고 물에 담근 뒤 백태로 만든 콩물을 부어서 먹는다고 했다.

아삭거리는 게 시원한 무채처럼 생감자의 아린 맛도 없고 콩물과 어우러져서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특별했다. 자신은 남편을 위해 이런 내조의 방법을 택하여 살고 있고 지금의 삶에 대단히 만족한다고 했다.

이렇게 너무도 다른 아내의 길을 우리는 어찌 설명해야할까? 시대적 상황의 차이? 타고난 환경과 팔자?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 어머니들의 세대는 너무나 힘겨운 삶을 살다 가신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들은 딸들에게 “나처럼 살지 말라!”며 힘들어도 어렵게 교육을 시켜 온 것이다.

그리하여 덕분에 지금의 딸들은 조금 나아진 세상에서 살게 된 것이 아닐까? 새삼 힘겹게 지나온 어머니들의 일생이 막막한 가슴으로 다가와 먼 하늘만 자꾸만 바라보았다. 계절도 끝나가려는지 먼 산 단풍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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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출처 •강원도농업기술원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서귀포농업기술센터 •서귀포시향토음식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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