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손맛

♣ 오봉희 (1939년생 / 남원읍 의귀리) 구술조사

보리 방아를 찧으면 보리쌀이 되기 전에 나오는 가루를 등게가루라고 한다. 그 등게가루로 떡을 하면 등게떡이었다. 옛날에는 제사나 잔치 때 이 등게떡을 많이 활용했었다. 영장밭(초상집)에 가면 피력으로 돌레떡을 가져오는데 이것을 불에 구워먹으면 맛이 있었다.

영장집 부조로는 제물로 가지고 갔는데 보통은 정기떡(빙떡)이나 메밀만디를 해가지고 갔다. 피력으로 돌레떡을 주다가 좀 잘살기 시작하니까 솔라니(옥돔) 반마리, 닭다리 하나를 싸서 주기 시작했다. 그 때 잔치 음식으로는 보리쌀에 밀을 넣어서 밥을 했다. 잘 사는 집은 팥을 섞었다.

돼지는 1년 정도 키운 돼지(15관)를 잡아 잔치를 했다 잔칫집 풍경으로는 신부와 신랑이 들어와서 상을 받으면 동네 아이들이 모여든다. 그럼 신부가 밥을 한수저 정도만 뜨고 수저를 놓으면 대반(전통혼례시 접대하는 사람)이 숟가락으로 떠서 한숟가락씩 나눠주었다.

대반은 신랑집의 동서나 대표적인 사람이 했다. 잔치가 끝나면 이바지 음식으로 돼지 한 마리, 술 한 되를 구덕(바구니)에 담아 신부집에 보냈다. 쌀은 나중에야 보내기 시작하였다. 잔치 때 도감(고기 써는 사람)은 고기를 작고 얇게 써는 사람을 선정하여 맡겼다.

지금 생각해보면 잔치 때 도새기를 잡으려면 물이 없어서 빗물을 받아서 사용했는데 돼지고기를 그을려서 물허벅 하나 정도의 물을 휙 뿌려서 먹었다. 엄청 비위생적이었는데 그것도 맛이 좋았다. 지금은 먹지 않는데 그 때 먹었던 음식으로는 무릇(백합과의 여러살이 풀. 파, 마늘 종류)이 있었다.

무릇을 캐다가 하얀물이 나올 때 까지 씻는다. 그런 다음 너패(해초류)를 채취해가지고 와서 항아리에 무릇을 넣고 그 위를 너패로 덮은 다음 항아리를 잘 봉한다. 그 항아리를 불씨가 남은 곳에 놓고 남은 불씨로 뭉근하게(세지 않은 불기운을 지속적으로) 해서 푹 익혔다.

그렇게 해서 무릇만 골라내서 거기에 미숫가루도 묻혀서 먹었고 범벅도 해서 먹었다. 무릇이 설익으면 목이 아리고 아팠다. 아마 독성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은데 그때는 그것이 배고픔을 달래는 음식이었다. 지금은 먹지도 않지만 너패도 구할 수 없다.

김치는 배추씨가 없어서 배추는 먹을 수 없었고 들무를 바닷물에 씻어서 항아리에 담궈 놔두면 절여지는데 그것을 그냥 먹었다. 첫애기를 낳는데 메밀가루를 타 주면서 먹으라고 하더라. 그 때는 고구마 심느라고 한창 바쁠 때여서 몸조리도 못했다.

겨우 고구마 심어놓고 친정에 가니까 돼지고기를 해서 주더라. 그것으로 몸조리하고 시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 뒷해에 시어머니께서 애기를 낳으셨다. 그런데 시아버지께서 시어머니께 돼지고기를 사다가 주시더라. 참 서러운 때였다.

영장나면 잘사는 집은 딸들이 제물을 맡아서 하는데 우리 시집은 딸들이 다 잘살아서 솔변, 절변 등을 맡아서 해오더라. 그리고 메밀국수를 삶아서 대접했다.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사돈집에 영장(초상)이 나면 상주가 정신이 없을까봐 사돈집에서 우선 손님 대접하라고 팥죽을 해서 가지고 갔다.

제주 사람들의 정이다. 그리고 피력으로는 돌레떡을 두 개씩 나눠주더라. 요즘이사 참기름, 담배 등을 주지만 그때는 돌레떡이 가장 중요한 피력이었다. 좀 살기 시작하면서 속단(쑥떡)을 했는데 흐린조(차조)로 떡을 만들어 콩가루를 묻힌 떡이다.

우선 엿을 만들어 놓고 떡을 만든 후 엿을 바르고 나서 다시 콩가루를 묻힌다. 제사상에도 올리기도 했지만 시집간 딸이 친정에 왔다가 돌아갈 때 사돈집에 해서 보낸 떡이었다. 나도 친정에 왔다 가니 시누이들이 그 떡을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더라.

* 자료조사 팀 : 정경애, 윤성순, 오연순, 고복자, 이혜숙, 유경숙, 강훈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