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찾은 홍천...
인간은 매 순간 마다 선택을 해야 하는 삶을 살고 있다. 어떤 선택은 매우 힘겨운 상황으로 많은 고민과 망설임이 따라오는 중요한 판단을 내려야 할 때가 있다. 또한 그 때 내린 결정이 반드시 성공으로 보답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게 모든 선택에는 숙명처럼 불확실성이 따라오고 그래서 늘 판단의 결정에는 불안의 그림자가 따라 다닌다. 어쩌면 우리의 삶은 그러한 과정의 연속적인 반복으로 인해 오는 불안과 위안을 누군가에게서 확인하며 살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그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특별한 능력을 갖고 인생의 길을 저마다의 방법으로 선택하여 남들과는 조금은 다른 모양의 삶을 살아간다. 그들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점은 인생의 대한 ‘성찰’의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성찰은 현재 자신의 삶이 제대로 가고 있는 지 ‘뒤돌아보기’의 깨달음이다.
그리하여 남들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자신만의 삶을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 이유로 도시생활을 과감하게 접고 ‘귀촌’하여 ‘홍천읍 긴밭뜰’에 터전을 잡고 자신의 삶을 만족하며 살고 있다는 분을 만나러 다시 홍천을 찾았다.
귀촌이나 귀농을 하는 사람들의 수가 요즘 많아지는 것은 도시생활이 갈수록 각박해지는 이유에서일까? 그러나 저마다의 어떤 사연이 있겠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내가 선택한 내 삶은 내 손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명제를 안고 산다는 것이다.
그분 중 한 분이 ‘김정희(60)’ 님이다. 홍천군 농업기술센터 우리음식연구회 총무의 직책을 맞고 있단다. 서울에서 살다가 15년 전에 귀농을 해서 지금은 고추장, 된장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수입으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평생을 사회복지사로 살았었는데 교통사고를 크게 당하는 불행을 맞이하고 인생관이 달라져 물 맑고 공기 좋은 자연으로 오기로 결심 했다고 한다. 와서 보니 그 때 자신의 선택이 얼마나 현명한 결정이었는지 살아갈수록 깨닫고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무작정 자연의 삶을 동경해서 터전을 옮기게 되면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올라가는 경우를 종종 봐요. 나도 처음엔 힘들었는데 내 건강을 위해 보살펴준 남편의 극진한 사랑이 있어서 가능했는지 모르겠어요. 남편에게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새록새록 생기네요.
요즘은 이 곳에 와서 그동안 해왔던 ‘노인복지’를 위하며 살던 내 삶의 방향을 ‘마을복지’로 전환한 것뿐이에요. 이곳에서 내가 할일이 많이 있다는 것이 너무 즐거워요. 우선은 강원도 전통음식을 체계화해서 후손들이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자료화 작업을 하고 있는 중 이예요.
토속음식을 잘 만들어서 상품화하여 올해부터 시판할 계획도 갖고 있구요. 도시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농촌으로 오라고 충고하고 싶어요. 여기의 삶에는 도시와는 다른 만남과 인정이 있음을 경험하게 될테니까요.” 하면서 내게 자신이 평소에 느꼈던 감정을 표현했던 글 한편을 보여주었다.
긴 글이어서 다 소개 할 수는 없지만 그녀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는 글 같아서 짧게 옮겨 적어 본다. 도시에서 농촌으로 논골 골짜기에 ‘나’를 내려놓고 생명이 시작되는 초록 물결에 동화되어 설레임으로 가득한 초록 꿈을 꾼다... (중략) 참 잘한 일이었다.
생각하는 것과 현실은 많은 차이를 가지고 또 다른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 이들 중에 내가 서 있었다... (중략) 또 다른 삶에 호기심 심지에 불을 붙인다. 아름다운 선택의 성공을 위해 이것은 스스로 선택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글이 아닐까?
사실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욕망의 크기를 줄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행복은 역설적이게도 억지로 행복을 추구하려 하면 할수록 저 멀리 달아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저 자신의 삶에서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삶에 감사하며 자신의 시간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지 말고 살아야 하는 게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닐까. 그 글을 읽으며 그녀는 그런 사실을 깨달으며 사는 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 보여준 ‘옥수수인절미’, ‘옥수수시루떡’, ‘옥수수설기떡’, ‘옥수수송편’은 홍천에서 열린 홍삼축제 때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했다. 특히 옥수수인절미는 동부 콩을 고물로 묻혀 찹쌀로 한 것과 똑같이 쫄깃한 맛이 나는 게 옥수수만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손을 분주히 움직이면서 음식을 만드는 내내 자신이 앞으로 이 지역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 지 고민하고 있으며 열심히 공부도 한다고 했다.
이곳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홍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하는 ‘생활개선회’가 여러 가지 다양한 교육을 통해 자신 뿐 아니라 농민들에게 삶의 많은 변화를 가져 다주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어디에서 어떤 삶을 선택하며 살든 이렇게 꾸준하게 자신이 부족한 부분은 교육을 받고 사회냐 개인이냐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다만 자신의 영혼의 안녕과 건강을 생각하며 사는 삶, 그것은 인생을 적극적으로 사는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커다란 선물이다.
물론 그 반대의 삶인 늘 노력하지 않고 현실에 불만을 하며 사는 슬픈 영혼에게는 만사가 허망한 시간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질 뿐이라는 것은 누구라도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겠는가. 다만 실천하기에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간과 할 수는 없다는 것. 그것이 어려운 일이다.
이 번 여행길에 또 한 번의 인생의 진실 하나를 만나보게 되었다. 돌아오는 길 ‘만산홍엽’, 산은 붉게 타고 있었고 이미 생을 다 한 낙엽들은 달리는 차 속도를 이기지 못해 바스락거리며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멀리 서산마루에 저녁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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