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약명) 백출
♣ 흰 두루미가 돌이 되며 지킨 신비의 약초, 삽주
아름다운 흰 두루미 한 마리가 남쪽 끝 선경에서부터 약초 하나를 물고 날며 적당한 장소에 그것을 심으려고 했다. 두루미는 사천 구백리를 날아 예순 네 곳의 명산을 찾아다니다가 중국 천목산 남쪽 기슭에 내려 약초를 심고 밤낮으로 돌보고 지켰다.
세월이 흘러 약초를 돌보던 백학은 굳어 암석으로 변했고, 암석은 조그만 산이 되었다. 약초는 점점 자라 백출이 되었다. 그 주위에도 작은 백출들이 자라고, 시간이 흐르면서 수많은 백출이 자랐다.
당시 사람들은 백출의 쓰임새를 알지 못했다. 오래된 백출은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사람을 위해 쓰이지 못하면 백학의 정성이 무용지물이지 않는가” 음력 9월 9일, 백출은 국화 무늬와 빨간 주사점으로 수 놓인 하얀치마를 입은 예쁜 아가씨로 변신해 구름을 타고 항주의 망선교 개울 아래에 있는 한약방으로 내려갔다. 백출을 팔기 위해서였다.
“낭자는 어디 사는 누구요” “제 성은 백(白)이고, 집은 어잠(於潛)의 학산(鶴汕)에 있습니다.” 시원스럽게 대답한 낭자는 백출을 팔았고, 그 용도와 복용법을 일러주고는 사라졌다.
의원이 백출을 환자들에게 처방해보니 효과가 대단했다. 백출을 구입해 팔면 큰 돈을 벌겠다고 생각한 의원은 사람들을 데리고 어잠의 학산을 찾았다. 그러나 백씨 성을 가진 처녀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는 돌아와 이 사실을 부인에게 전하니, 부인은 웃으며 말했다.
“지난 9월 9일에 나타났으니, 내년 9월 9일에 그녀가 다시 와 백출을 팔것 입니다. 걱정 마시고 기다려 보세요.” 눈 깜짝할 사이 세월이 흘러 이듬해 9월 9일이 되었다.
백의 낭자가 다시 나타나 백출을 팔았다. 백의 낭자가 그 효능을 설명하고 있을 때, 의원 부인은 붉은 실을 꿴 바늘을 낭자의 치마에 몰래 꽂았다. 백출을 판 낭자가 떠나자, 의원은 사람을 데리고 뒤쫓아 어잠의 학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의원은 그 일대를 샅샅이 뒤졌지만, 낭자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기에 붉은 실을 따라갔는데 실 끝이 한 약초에 매달려 있었다. 의원이 약초 주위의 흙을 파내자, 맑고 향기로운 냄새가 코를 찌르며 천 년 묵은 백출 뿌리가 보였다.
의원은 기뻐하며 괭이로 천 년 묵은 백출을 캐내자 백출이 빛을 뿜어 의원의 눈이 멀었다. 그리고 백출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뒤부터 백의 낭자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금도 중국의 어잠에 학산촌이 있는데, 그 곳에서 나는 백출은 절강성의 명산품으로 불리며, 선학출 또는 학경출로 불린다. 이 백출을 칼로 자르면 국화무늬와 붉은 주사점을 볼 수 있다.
♣ 신선이 즐기던 신비의 명약, 삽주
삽주속(Atractyloides) 식물은 종에 따라 한약(생약)명을 달리하며, 약리효능도 다소 다르게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원산의 가는잎삽주(A. lancea D. C.) 또는 큰삽주(A. chinensis)를 창출이라 하며, 삽주(A. japonica Koidzumi) 또는 큰꽃삽주(A. macrocephala Koidzumi)의 마른 뿌리를 백출이라 한다.
삽주는 오래 먹으면 무병장수할 수 있는 약초로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구전에 의하면 남편이 정력에 좋다는 비방을 조제했으나 먹어보지도 못하고 죽게 되자 부인은 75세 된 하인에게 이 약을 주었다.
하인은 이 약을 먹고 허리가 펴지고 머리가 검게 되며 얼굴에 윤기가 돌아 기력이 넘쳐서 젊은이처럼 되었다는 중국 수나라 때 전래되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 비방이 바로 백출이 부 약재로 들어가는‘익다선’이란 처방이다.
허균의‘임노인 양생설’을 보면 강릉 지방에 사는 한 노인이 나이가 102살인데도 살결이 어린아이 같으며 얼굴에서는 잘 익은 대춧빛이 나고 귀와 눈도 어두워지지 않았으며 기력이 청년과 같아서 그 연유를 물었더니 젊어서부터 늘 복용한 삽주 뿌리 때문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향약집성방’의‘신선방’을 보면 삽주 뿌리를 먹고 불로장생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 적혀 있다. 삽주 뿌리를 가루 내어 먹거나 오래 달여 고를 만들어 꾸준히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온갖 병이 사라져 장수하게 된다고 한다.
유향이 펴낸‘열선전’에도‘연자’라는 사람이 삽주 뿌리를 먹고 300살 넘게 살면서 비바람을 마음대로 일으킬 수 있었다고 적혀 있고, ‘포박자’에서도 신선이 되는 선약으로 삽주 뿌리가 으뜸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신비의 불로초인 백출은 건위효과가 뚜렷하여 만성 위장병에 특별한 효험이 있다.
옛 문헌을 살펴보면 백출은 비위의 기능이 허약해서 소식, 권태감이 생기고 얼굴빛이 황색이며 대변을 묽게 보거나 설사에 좋으며 수분이 정체되어 전신이 붓고 소화가 안 될때 수분 배설을 돕는다.
비(脾)에 수(水)와 습(濕)이 쌓여 담음(痰飮)으로 인한 가슴 뜀, 기침, 맑은 가래 등에도 쓰며 비기(脾氣) 허약으로 피부에 땀이 저절로 날 때, 임신구토에도 사용한다. 위장 장애가 있는 감기, 사지 동통에도 쓴다.
봄에 어린 순을 나물로 먹기도 하는데 삽주의 어린잎은 아주 향긋하고 맛이 좋아 나물로 무치거나 국, 쌈 등으로 조리하여 먹기도 한다. 쓴맛이 있으므로 데쳐서 물에 우려낸 다음 간을 해서 먹는다. 산채 가운데서 맛이 좋은 것으로 손꼽힌다. 대개는 생채로 먹기도 하는데 쓴맛이 입맛을 돋궈준다.
♣ 새로운 가치 창출, 현대인의 질병에도 특효
삽주는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약용식물로 예로부터 위장병의 치료에 이용하여 왔으며 나물용으로 민간에서 이용하여 왔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 동향을 살펴보면 현대인의 질병 중 알레르기 치료 및 예방에 유용한 식물이고, 비듬균의 생육을 억제할 수 있어 비듬약으로도 개발 가능성이 있고, 피부 미백을 위한 식이 섭취물로도 연구되어져 있다.
또한 치은염 등의 치주질환을 예방, 치료하는 치료약으로도 개발될 수 있고, 멸균 향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는 연구와, 북한에서는 훈연제로 위장병을 치료하였다는 임상 결과도 보고되어져 있다.
이와 같은 연구는 위장병 치료제로 한방에서 쓰이던 삽주의 용도가 현대인의 질병에도 큰 효과가 있어 새로운 가치 창출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