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세까지 화가와 문학가의 작품 속에서, 포도는 신성함뿐만 아니라 시대상을 반영하는 다양한 풍자의식을 투영
○ 인류최초의 문학작품이라고 인정되는 길가메시 서사시의 홍수 설화 등 중요 부분에서 와인이 등장하여 신성성을 강조
- 우트나 피시팀이 방주를 만들며 “목수들에게는 실컷 마실 수 있도록 독주, 붉은 술, 기름과 흰 술을 내주었다”는 대목이 존재
- 호머의 일리아드에서도 트로이군이 그리스군의 목마를 전리품으로 회수한 후 포도주로 축배를 즐겼다는 것이 기록
- 브레트 딘(Brett Dean)의 시두리 무곡에는 신들의 동산에서 포도로 술을 빚는 여인인 시두리(Siduri)가 등장
○ 미술작품의 소재로도 사용되어, 신과 종교에 관련된 이미지를 상징하거나 때로는 술의 해악을 풍자적으로 표현
- 카라바조의 ‘병든 바쿠스(1593)’에서 적포도는 신교를, 청포도는 구교를 상징하며 종교개혁에 반대하는 화가의 의도가 표출
- 귀도 레니의 ‘술 마시는 바쿠스(1623)’와 루벤스의 ‘바쿠스(1640)’는 술과 오줌, 비만의 관계를 익살스럽게 표현
- 장 밥티스트 시메옹 샤르댕의 ‘포도 바구니(18세기 경)‘에서 적포도는 수난과 구원을, 청포도는 야만적 축제를 의미
□ 현대에 이르러, 포도는 그간의 신성성을 배제한 다양한 풍자의식과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소재로 활용
○ 문학작품에서 포도는 보다 다양한 방식의 풍자 거리로서 역할
- 대표적인 저항시인인 이육사의 ‘청포도’에서 청포도는 식민지 하의 억압된 현실과 대조되는 작가의 이상향을 의미
- 존 스타인벡의 장편소설, ‘분노의 포도(1939)’에서 포도는 민중의 험난한 인생을 상징적으로 표현
* 미국의 대공황과 농업의 기계화 등으로 황폐해진 땅과 그 땅위에 살고 있던 한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 사회주의적 소설
○ 미술작품에서 포도는 평온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소재
- 고흐의 ‘아를의 붉은 포도밭(1888)’은 지겨웠던 파리생활 뒤에 찾아온 평온하고 아름다운 아를에서의 경험을 강렬한 색채로 표현
- 도미니크 프라사티의 ‘포도 넝쿨 아래서(20세기)’는 포도 그늘 아래에서 한가로운 한 때를 보내는 여유로움이 표출
○ 21세기에 들어 와서, 영화와 만화로까지 확대된 예술의 지평은 작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소재로 포도를 선택
- 팀 버튼의 애니메이션, ‘유령 신부(2005)’에서 결혼서약문에 와인이 등장하여 상대의 부족함을 채우는 의미를 상징
- 타카시 아기(樹林伸)의 ‘신의 물방울(神の雫, 2004~)’은 세계의 다양한 명품와인에 대한 지식을 친근하게 전달해준 수작(秀作)
* '04년 11월부터 주간만화지에 연재되기 시작하여, '09년부터 드라마로도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