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색의 공감각
색을 보고도 시각, 미각, 촉각, 후각 등을 느끼지는 것을 색의 공감각(共感覺 synesthesia)이라고 한다. 공감각은 색으로 자극을 받은 시각이 청각, 촉각, 후각, 미각의 다름 감각을 공유하는 현상으로 듣는 색, 느끼는 색, 맡는 색, 먹는 색으로 표현 할 수 있다.21)
색의 시각이외에도 다른 여러 가지 감각을 느낄 수 있는 특성이 있다. 이를 색의 공감각 효과라고 하며 문화적 배경이나 연령층 또는 여러 가지 경험 등에 따라 칼라를 느끼는 것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한국 사람의 경우 빨강색을 매운맛으로 느끼지만 일본의 경우는 신맛을 느낀다고 한다. 그 이유는 그 나라의 음식 문화에 영향을 받아 한국인의 경우 고추장, 김치 등 매운 음식을 접한 경험으로 매운 맛을 일본 사람의 경우 전통 식품의 하나인 우메보시에 대한 이미지가 강해 신맛을 느끼게 된다.
이외 다른 나라의 경우 또 다른 맛으로 표현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색의 공감각이라고 한다. 21 세기를 이끌어 갈 색채 트렌드의 하나로 ‘공감각’이 있다. 색채의 공감각이란 색채를 보는 시각이 청각, 촉각, 후각, 미각의 감각과 연결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맛있는 색채’, ‘시끄러운 색채’의 경우를 들 수 있다. 이처럼 색채의 공감각 효과를 이용하면 조용한 색채, 먹고 싶은 색채, 만지고 싶은 색채처럼 수없이 많은 감각을 빚어내는 색채를 만들 수 있다.
분홍색, 노랑색, 하늘색처럼 귀엽고 밝은 색채를 일컫는 말인 캔디 색채(candy color)가 인테리어 소품이나 문구류, 주방용품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고, 금속은 아니지만 금속처럼 차갑고 단단한 느낌을 내는 메탈릭 색채(metallic color)가 여러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응용되고 있기도 하다.
나. 색채와 미각의 요소
시각에서 색채의 세가지 요소를 색상, 명도, 채도라고 한다면 미각의 요소는 맛의 종류, 질감, 수용도로 볼 수 있다. 맛의 네가지 기본맛은 짠맛, 신맛, 쓴맛, 단맛이고 색상의 세가지 원색과 같은 개념으로 파장의 차이에 따라서 인간의 뇌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구분해 놓은 것이다.22)
다. 식욕을 돋구는 색
인간은 누구나 음식의 색채 혹은 모든 색채에 대한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어떤 색채를 띠느냐에 따라 식욕이 증진되기도 하고 감퇴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색과 식욕과의 관계는 불과분의 관계에 있고 색자극에 의한 반응도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밝고 따뜻한 색(빨강, 주화, 노랑의 난색계열)은 소화를 포함하여 인간의 자율신경계를 이완시키며 조류와 동물에게도 붉은 계통과 노랑계열의 빛은 배고픔을 억제한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식욕을 돋우는 색은 따뜻한 계통의 순색이 가장 식욕을 돋구는 색으로 나타난다.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빨강색에서 주황색 쪽으로 접근해가면 식욕도 더욱더 자극된다. 그러나 노란색에서부터 식욕을 자극하는 정도가 현저하게 감소되기 시작하여 연두색에는 상당히 낮아진다.
한편 음식물의 색이 대자연은의 신선함을 나타내는 초록색으로 되면 식욕을 다시 자극시키지만 파란색은 그 심미적인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어떤 음식에 쓰이거나 좀처럼 식욕을 자극하지 못한다. 보라색이나 자주색도 식욕을 거의 자극하지 못하는 색이다.
위에서 본 바에 따르면 스펙트럼 상으로는 인접한 색들 사이에서 식욕의 자극 정도는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노랑색과 주황색, 노란색과 초록색, 빨강과 보라색 등) 엷은 색을 띤 음식들은 순색들처럼 거부감을 일으키지도 않고 몹시 맛있게 보이지도 않는다.
어두운 색들 가운데 주황색 계통의 색이 가장 식욕을 돋구는 색이며 이계통의 색들 가운데는 주황색 계통의 색이 가장 식욕을 돋우는 색이다. 또 이계통의 색들 가운데는 잘 익은 고기라든가 빵 또는 모든 종류의 곡물들을 연상시키는 고동색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어두운 빨강색은 대체로 자주색과 비슷하기 때문에 식욕을 돋우지 못한다. 한편 어두운 연두색은 순수하고 깨끗한 초록색과 좀 닮은 데가 있어서 식욕을 돋우어 준다. 파란색 어두운 보라색은 음식의 색으로 적합하지 못하다.
파란색은 식욕을 돋구어주지 못하는 색이지만 다른 색으로 된 음식물들을 더 맛있게 뵈도록 만들어 주는 색이다. 즉 파란색은 음식 그 자체의 색으로 적합하지 못할지라도 음식의 배경색으로 좋은 색이므로 파란색 식탁위의 음식은 깔끔해 보인다.23)
식욕과 관련된 식품색은 식품 고유의 색이라는 것에서 평가되어야 한다. 과일이든 기타 조리식품이든 그 식품원래의 색에 가까울수록 식욕을 돋을 수 있다.24)
색과 맛의 상관관계는 요즘 들어 더욱 밀접해지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빨강색에서 오렌지색 사이에 있는 난색계열이 가장 식욕을 높이는 색이고 노란색에서 연두색을 거치는 사이에 식욕은 떨어지게 되며 보라색 계통이 식욕을 가장 떨어뜨린다고 한다.
우리들이 식품에서 접할 수 있는 색은 크게 자연 그대로의 색과 인공적 으로 착색시킨 색으로 대별 할 수 있다. 더욱이 식생활이 다양화, 간편화 되어가는 현대 사회는 더 많은 가공식품을 제조 할 것이며 따라서 어쩔 수 없이 보다 맛있게 보이기 위한 착색료의 개발에 힘쓸 것이다.
식욕은 색에 따라 영향을 받으므로 식욕을 증진시키는 색과 감퇴시키는 색으로 구분 할 수 있다. 음식물의 색채에서도 식욕을 돋구는 색이 있다. 즉 순색가운데 빨강색이 가장 식욕을 돋구어주는 색이다.
사과, 버찌열매, 쇠고기의 갓 베어낸 살 등에서 풍요로운 색을 볼 수 있고 또한 빨간색에서 주황색 쪽으로 접근해 가면 식욕은 더욱 자극된다. 음식물의 색이 대자연의 신선함을 나타내는 초록색으로 되면 식욕을 자극시킨다.
엷은 색을 띤 음식들은 순색들처럼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고 맛있게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순수한 빨강색은 맛있어 보이지만 핑크색은 그렇지 못한 색이다.
엷은 색들 가운데 가장 맛있게 보이는 색은 주황색 계통의 색이고 엷은 노랑색도 순수한 노랑색 보다는 맛있게 보이는 색이다. 어두운 색들 가운데는 주황색 계통의 색이 가장 식욕을 돋우는 색이다.
이 계통의 색들 가운데는 잘 익은 고기라든가 빵 또는 모든 종류의 곡물을 연상시키는 고동색도 포함된다. 결과적으로 기호색은 대략 자연 식품색으로써 친숙하며 식욕색(食慾色) 인데 비해 비 기호색은 자연식품에서 자주 접할 수 없고 비식욕색(非食慾色) 인 점을 알 수 있었다.25)
색채의 선호 경향은 인성적. 심리적요인과 관계가 있으며 사회적, 문화적 요인에도 영향을 받기도 한다.26)
라. 색채와 음식의 이미지
접시에 담긴 요리는 각 구성 음식들 개개의 색이 부분들로 지각되기 전에 통일된 전체로 지각된다. 따라서 훌륭한 요리를 담아내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색 조화가 고려되어야 한다.
색의 조화는 그 요리의 특성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데 뜨거운 고기요리인지 차가운 샐러드인지, 전채요리인지 디저트인지에 따라서 색채 연출이 달라져야 한다.
예를 들어 전채요리로 샐러드를 담을 때에는 상큼하며 신선한 색감을 살려 낼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디저트의 경우 달콤하면서 편안한 기분이 들도록 색을 고려해야 한다. <그림 4>는 색이 주는 이미지를 사분면으로 표현한 것이다.
먼저 가로측은 시원함(cool)과 따뜻함(warm)을 양극단에 두고, 종축은 부드러움(soft)과 딱딱함/무거움(hard)을 양극으로 하여 식채이미지와 음식의 맛을 연결시켜 보았다.
1 사분면의 이미지는 부드러우면서도 시원한 이미지의 영역으로 이 영역에 해당되는 음식은 싱싱하고 상큼한 특성을 지닌 샐러드, 생선회, 청량음료 등이다.
2 사분면은 부드러우면서도 따뜻한 이미지를 갖는 색채 영역이다. 봄과 어린이를 떠올릴 수 있는 노란색이 대표적이며, 가장 대중적인 색채 이미지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3 사분면의 색채 이미지는 무거우면서도 따뜻 한 느낌을 준다. 보글 보글 끓는 전골 등의 한국요리나 중국요리의 대부분이 이 이미지 영역에 속하며 일반적으로 토속적이거나 민속 음식들의 경우도 이 영역에 해당된다. 겉으로 금방 드러나는 맛이 아니라 은은하고 깊은 맛을 연상하게 하는 색채 이미지이다.
4 사분면은 무겁고 차가운 이미지를 나타내는 영역으로서 도시 감각의 세련미가 있어서 패션이나 공간디자인의 분야에는 많이 쓰이지만 요리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색채이미지 영역이다.
독성이 있는 어패류, 햇볕에 노출되어 보라색으로 변한 감자 등이 연상되어 식욕을 자극 하지 못한다. 가운데 부분은 중립적 영역으로 갈색톤이 대표적 색채이다.
이 색채는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싫어하거나 크게 선호하지 않으며 가장 자연적인 색채 영역이다. 구운 고기 등이 이 색채 이미지 영역에 포함된다.27)
마. 음식물과 색채와의 관계
각각의 소재가 가진 고유색을 살려야 고유의 맛을 최대화 시킬 수 있으며 식품의 색은 영양소나 항암물질들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음식물의 색채면적 효과는 음식물 자체뿐 아니라, 식기류, 집기류, 및 식탁, 테이블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요리는 색채 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에 불과하며 25%는 식기류, 그리고 70%는 식사환경(좌석, 집기류)이 차지한다.28)
바. 색채와 미각 이미지
미각 이미지를 나타내는 색채가 있다. 신맛(acid)을 느끼게 하는 색은 황색 기미를 띤 녹색, 녹색 기미를 띤 황색이 있고, 단맛(sweet)을 느끼게 하는 색은 오렌지 색과 적색, 적색과 황색, 난색 계열이 이에 해당된다.
또한 달콤한 맛(sweetish)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색은 핑크색이고 쓴맛(bitter)을 나타내는 색은 청색, 갈색, 올리브그린(olive-green), 보라색(한색계열)이 이에 속한다. 짠맛(salted)을 나타내는 색은 초록, 청색 기미를 띤 회색, 연한 녹색과 회색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