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염 간장의 맑은 향이 지어내는 음식마다 배어 있다
장흥고씨 양진제 문중의 음식은 맛이 깊다. 죽염을 써 만든 간장의 맑은 향이, 지어내는 음식마다 배어 있기 때문이다. 담양이라 대나무가 많아 죽순을 이용한 음식도 많다.
짠맛을 낼 때는 집에서 담근 죽염간장을 쓰고, 단맛이 필요하면 조청을 이용한다. 사돈 맞이상은 대숲에 부는 바람소리를 듣고 익은 장으로 차린, 귀한 손님께 드리는 밥상 겸 주안상이다.
간장에 넣어 만든 새송이버섯장아찌, 간장으로 조린 전복초, 간장으로 간을 한 우엉탕, 그리고 고추적, 싱건지, 파강회, 죽순전, 죽순나물, 김부각, 북어무국에도 간장이 들어간다. 시원한 식혜, 조청으로 조린 정과, 조청에 찍어먹는 절편으로 입가심을 한다.
① 죽순나물 ⑮ 죽순전
대나무가 많은 담양에서는 죽순을 이용한 음식이 다양하다. 죽순나물은 죽순에 참기름, 중장(간장), 다진 마늘, 물을 약간 넣어 볶는다. 들깨가루를 넣고 다시 한 번 볶은 뒤 통깨를 뿌린다. 죽순전은 삶은 죽순을 두드려서 편 다음 밑간을 해서 밀가루, 계란 옷을 입혀 지져낸 것이다. 쫄깃한 식감이 고기와 다를 바 없다.
② 파강회 ③ 고추적 ④ 전복초
파강회는 파를 데쳐서 간장으로 양념하고 엄지손가락 정도로 돌돌 감아 보기 좋게 묶어서 낸다. 초고추장이나 간장을 찍어 먹는다.
고추적은 고추를 꼬치에 꿰서 숯불에 초벌로 구운 후, 밀가루에 청장을 넣고 물에 개서 바른 후 다시 한 번 구워 만든다. 전복초는 손질한 전복을 간장에 조린 것이다. 진장을 쓰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전복껍데기에 담아낸다.
⑧ 싱건지 ⑩ 간장김치
물김치를 전라도에서는 싱건지라고 한다. 겨울에 담으면 동치미라 부른다. 김치를 담을 때 젓갈을 쓰지 않고 중장을 사용해서 담는다.
집안사람들이 비린 것을 먹지 못하는 입 맛 때문이기도 하지만, 간장의 깊은 감칠맛 이 더해서 시원하다. 맛이 담백하고 정갈하다. 궁중에도 간장김치가 남아 있다고 한다.
⑪ 김부각
김에 찹쌀풀을 발라서 말렸다가 기름에 튀긴 음식이다. 찹쌀풀에 중장, 조청, 다진 마늘을 넣어 준비한다. 김을 펼쳐 찹쌀풀을 바르고 한 장을 더 덮은 후 찹쌀풀을 한 번 더 바른다. 통깨를 고명으로 얹어서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말렸다가, 반쯤 마르면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부각이 완전히 마르면 기름에 튀긴다. 바삭바삭한 식감이 간식으로도 좋다.
⑫ 굴비장아찌 ⑬ 쇠고기볶음고추장 ⑯ 새송이버섯장아찌
굴비장아찌는 굴비를 고추장에 재워서 숙성 시킨 장아찌다. 먹을 때 잘게 찢어서 다진 마늘, 참기름 통깨를 넣어 무친다. 쇠고기볶음고추장은 약고추장이라고도 부르는 것으로 고추장에 다진 쇠고기와 조청을 넣고 볶는다. 밥이나 비빔밥에 곁들여서 먹는다. 버섯장아찌는 예전에는 마른 표고버섯을 물에 불려서 만들어 먹던 것이다. 요즘은 구하기 쉬운 새송이버섯을 쓴다. 손질한 버섯에 간장을 부어 숙성시킨 것이다.
⑦ 조기구이 ⑨ 우엉탕 ⑤ 고사리나물 ⑥ 도라지나물
조기구이는 손질해서 소금 간을 한 조기를 구운 것이다. 우엉을 들깨가루 푼 물에 넣어 끓인 우엉탕 그리고 찢은 북어와 무를 넣고 끓인 북어무국, 고사리나물, 도라지나물 등이 있다.
다과상 : 약과, 절편, 당근정과, 조청, 식혜
약과는 밀가루에 생강, 계란, 참기름을 넣어 만든다. 일 년 열두 달 떨어지지 않는 간식 거리다. 흰떡을 떡살로 찍어 무늬를 낸 것이 절편이다. 떡살에 따라 다양한 무늬를 낼 수 있다. 당근정과는 당근을 썰어 삶은 뒤 조청에 조려서 만든다.
뚜껑을 열고 서서히 조려야 색도 맛도 좋다. 조청은 식혜를 만든 후 오랜 시간 고아서 만든 것으로, 단맛을 낼 때 설탕 대신 쓴다. 예전부터 절편은 조청에 찍어 먹었다. 고두밥을 지어 엿기름을 넣어 식혜를 만든다. 감초를 넣어서 단맛을 낸다.
♣ 눈가는 데 마다 샘솟는 아이디어, 60대 청춘 기순도 종부
기순도 종부는 1949년생으로 올해 예순둘이다. 곡성 행주기씨 집안에서 시집왔다. 예부터 곡성과 담양의 창평은 혼인이 많아, 종부의 어머니도 장흥고씨니 외가마을에 시집을 온 셈이다. 창평 삼지내와 유천리는 예부터 반촌이라 음식문화가 화려하다.
돌아가신 남편이 25년 전쯤 죽염을 굽기 시작하면서 간장에 죽염을 쓰게 되었다. 종부가 된장사업을 하겠다고 하니 집안의 반대가 심했지만 반대를 무릅썼다. 1996년 전통식품으로 지정되어 지원금으로 50평 규모 공장을 지었는데 1년 만에 불이 나서 다 타버렸다.
장을 담가서 장독에 넣어둔 터라 다행이 다시 일어날 기반은 남았다. 이후 2008년 명인으로 지정되었다. 작은아들은 조선간장으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메주, 청국장은 물론 분말 청국장과 김부각도 제품화했다.
담양 딸기를 이용한 딸기고추장에, 쇠고기볶음고추장, 즉석 우거지된장국까지 모두 그에게서 나온 상품 아이디어다. 60대 청춘 기순도 종부, 그는 눈 두는 데마다 아직도 아이디어가 솟아나오고 있었다.
♣ 장흥고씨 양진제 종가
전남 담양군 창평면 유천리 187-1. 장흥고씨 양진제 문중이 무등산 자락 월봉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아늑한 터에 자리 잡고 있다. 장흥고씨는 창평에 집성촌을 이루고, 인물이 많이 나서 창평고씨라는 별호를 얻었다. 양진제 고세태공은 인조 23년에 출생해 통덕랑에 올랐으며 문학과 덕행으로 촉망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