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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pter 12. 모심, 부모님 은덕에 보답하는 올림상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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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mark 100세 노모께 올리는 건강 밥상 「강릉 김씨 김열 종가」

“우리 어머니 건강 비결?”, “우리 어머니가 잠을 많이 주무시더라. 잘 잡수고 잘 주무시고. 낮잠을 한숨 꼭 주무시고, 일찍 자고 빨리 일어나신다. 새벽 4시면 일어나셔. 그게 장수 비결이야

♣ 회혼식 곶감약식 서 말

“우리 어머니 회혼잔치 때 곶감약식을 서 말 했어. 지금 생각하면 어찌했는지 모리겠네.” 20년 전 시어머니의 회혼식을 맞아 잔치를 치렀다. 400여 명이 먹을 음식을 몇 날 며칠 걸려 혼자 장만했다. 곶감약식을 치대느라 손가락이 다 휘는 것 같았다.

곶감약식 다과상 「강릉 김씨 김열 종가」

잡채, 가오리무침을 하고 술을 담고, 시루떡과 감주를 해서 아랫동네, 윗동네 온 마을에 돌렸다. 드레스도 입고, 족두리도 쓰시고 마당에서 사진을 찍던 어머니는 새색시처럼 고왔다.

팔순에 회혼을 맞았던 시어머니께서 백수가 되셨다. “우리 어머니 건강 비결?”, “우리 어머니가 잠을 많이 주무시더라. 잘 잡수고 잘 주무시고. 낮잠을 한숨 꼭 주무시고, 일찍 자고 빨리 일어나신다.

노모께 올리는 건강한 상차림 「강릉 김씨 김열 종가」

새벽 4시면 일어나셔. 그게 장수 비결이야.” 시어머니는 고추장을 유난히 좋아하신다. 고추장 하나면 밥 한 그릇 뚝딱 잡숫는 소박한 식성이시지만, 행여 속이 불편하실까 낯설지 않은 찬을 골라 정성스레 찬을 준비한다.

100세 노모께 올리는 건강 밥상 「강릉 김씨 김열 종가」

♣ 노모께 올리는 건강한 상차림

바락바락 여러 번 문질러 씻어서 부드럽게 끓인 미역국에, 살코기만 곱게 다져 만든 꿩만두, 얇게 저며 만든 문어무침, 속 편한 팥찰밥과 빡짝장까지, 100세 노모께 올리는 정성스런 건강 밥상이다.

▪ 꿩만둣국

종가음식 꿩만둣국

삶은 꿩고기는 살만 발라서 곱게 다지고, 데친 숙주, 두부, 배추, 양파를 함께 넣어 만두소를 만든다. 밀가루에 메밀가루를 섞어 만두피를 만들어 만두를 빚는다. 꿩을 삶았던 육수를 끓이다가 만두를 넣고 간장, 소금으로 간한다. 한소끔 끓으면 들깻가루를 넣고 불을 끈다. 황백지단, 깨소금, 김을 고명으로 얹는다.

▪ 빡짝장

종가음식 빡짝장

된장, 막장, 고추장을 섞어 체에 내려 물에 풀고, 잘게 썬 풋고추, 감자, 호박, 두부, 양파를 넣어 뚝배기에 끓인다. 마지막 끓일 때 청국장을 넣고 송송 썬 파를 고명으로 얹는다.

▪ 포식해

종가음식 포식해

대구포, 동태포는 방망이로 두드려서 보슬보슬하게 찢는다. 찹쌀로 고두밥을 지어, 포와 섞은 후 다진 마늘, 고춧가루, 조청, 소금으로 양념해 섞는다. 일주일 정도 삭힌다.

▪ 곶감약식

종가음식 곶감약식

설탕이 귀하던 시절 곶감으로 단맛을 내서 약밥을 만들었다. 씨를 발라내고 물에 불린 곶감을 잘 치대서 장작불에 밤새 은근하게 조린 다음, 찐 찹쌀밥, 밤, 대추, 잣 등을 넣고 곶감이 빨갛게 고루 배도록 치댄 다음 찐다.

▪ 구람

종가음식 구람

도토리를 여러 번 삶아 떫은 물을 우려낸 후 소금, 설탕을 넣고 폭신하게 찐다. 물기 없이 잘게 빻아서 꿀을 넣고 동글동글하게 빚어 먹거나 숟가락으로 떠먹는다.

♣ 먹는 공덕으로 무탈을 기원하는 이영자 종부

「강릉 김씨 김열 종가」 이영자 종부

스물다섯 늦은 혼사였다. 눈앞 탁 트인 주문진에서 산 깊은 강릉 시집에 오니 앞이 캄캄했다. 친정은 기계방아까지 두고 살 정도로 부유했는데, 시댁에 오니 시할아버지, 시아버지에 남편까지 삼대는 사랑에서 글을 읽고, 시어머니 혼자 가족들 먹일 궁리에 종종거리셨다.

설, 정월 대보름, 2월 한식, 5월 단오, 7월 칠석, 추석, 동지에 9번 제사까지 일 년이면 16번 제사가 끝도 없었다. 시어머니는 남대천에서 잡히는 송어, 은어를 꾸덕하게 말려서 제사상에 올리거나 반찬거리로 쓰셨다. 제사상을 차리고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세월이 다 갔다.

고생도 많았지만, 돌아보면 진달래꽃으로 화전 부치고 찹쌀 송편을 빚어 한식 성묘 다니던 때가 그립다. 요즘 이영자(73세) 종부는 며느리와 딸이 차린 식당일을 돕느라 바쁘다. 과객들 밥 먹여 보내던 마음으로 이름 붙인 식당이라 밥값보다 반찬에 들이는 정성이 더 후하다.

웬만한 재료는 직접 기른다. 그러느라 화단에 꽃보다 채소가 많아졌다. 새벽마다 근처 암자에 가서 백팔배를 올린다. “오늘 하루도 먹는 공덕 잘 쌓게 해주십시오. 우리 아이들 무탈하게 잘 살게 해주십시오.”

♣ 항상 주변을 둘러보며 살라! 상임경당

「강릉 김씨 김열 종가」종가

강릉시 성산면 갈매간길에 가면 상임경당이 소나무숲을 뒤로한 채 서 있다. 상임경당은 임경당의 둘째 손자로부터 시작된 댁으로 종손의 고조부, 증조부께서 진사를 지내셔서 진사댁으로도 불린다. 400년 된 종택은 지방문화재 55호로 지정되었다.

임경당 김열은 종손의 14대조 할아버지로 강릉 12현 중 한 분이시다. 임경당은 벼슬에 나가지 않고 어머니를 봉양했는데 어머니께서 백수를 누리셨다. 학식이 있고 덕망이 높아서 강릉 처사라 불렸다. 임경당 김열 선생의 유명한 일화 중에 송어시가 있다.

가깝게 지내던 강릉부사가 승진해서 한양으로 갔는데, 당쟁이 심할 때였다. 친구의 안위가 걱정되니, 하루는 남대천 송어를 잡아서 뱃속에 시를 쓴 천을 넣어 보냈다.

“가련하도다. 나아갈 줄만 알고 물러설줄 모르니 마침내 넓고 푸른 바다를 잃어버렸구나.” 벼슬길에 승진하는 것만 생각하지 말고 주변을 둘러보라는 경계의 시다. 임경당의 시를 받은 친구는 화를 면할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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