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 땅 사람에 올리는 상차림, 종가음식
꼭 5년이었습니다. 전국 스물일곱 종가와 종가음식으로 인연을 만들어 온, 숨가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종가의 문을 열기 위해 우리는 천리를 마다않고 달렸습니다.
많은 종가의 어른들께서 우리의 정성에 마음을 열고, 손수 고단하고 수고로운 상차림을 재현해주셨습니다. 종가 소중한 음식 이야기 한 편이 세상과 만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2010년부터 올 2014년까지 우리 농촌진흥청 농업과학원에서는 잊혀지는 우리의 소중한 음식문화의 한 켜를 다시 되살린다는 ‘소박한 긍지’로 종가음식발굴조사사업을 진행해왔습니다. 시간은 속절없어, 그동안 세상을 떠난 종부님도 계시지요.
생전 종부님의 그 목소리, 그 솜씨, 그 매무새가 눈에 선해, 다시 지난 5년의 기록을 이렇게 들추는 우리 손끝이, 가볍게 떨립니다.
우리와 함께 만난 종부님들은, 무상한 그 세월을 견디며 어깨너머로, 말씀으로, 손으로, 오롯이 몸으로, 수백 년 내려온 우리 음식문화의 정수를 고스란히 우리에게 내어주셨습니다. 이렇게 엮어낸 5년의 기록을 통해 그 ‘이음’은 새로운 역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더 많은 종가음식이, 시대의 변화와 사람의 부재에 못 이겨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종가음식은 한 가문이 가꾸어온 정신의 집적(集積)입니다. 또한 우리 문화의 원형이며 우리 겨레가 이어온 문화의 유구한 유전인자이기도 합니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종가며, 종가음식에 낯설어 합니다. 우리는 그 낯선 종가음식을 좀 더 가까이 좀 더 쉽게 다가가도록 애썼습니다. 이 책이 그 작은 시도의 증거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시도를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늘 먹는 음식인데, 뭐 특별한 것 있을까?’ 하시며 소박한 웃음으로 차려내던 상차림 속에서 우리는 신산한 종부의 삶과 깊은 정성을 엿보았습니다. 우리가 살폈던 그 마음을 함께 나누기 위해 이 책을 펴냅니다.
이 책을 통해, 음식 안에 깃든 이 땅 종부들의 섬김, 모심, 나눔, 채움, 베풂의 정신을 다시한번 새겼으면 합니다. 지나간 문화의 편린으로만이 아니라 여전히 오늘을 풍요롭게 하는 정신의 자산으로, 앞으로 우리의 삶을 건강하게 견인할 문화융성의 씨앗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에게 더없이 소중한 음식이야기를 내어주신 종부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이 하늘 땅 사람에 지어올린 따순 밥 한그릇처럼, 이 책이 세상을 따뜻하게 하기를 바랍니다.
* 농촌진흥청 국립농과학원 가공이용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