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대 국내 와인시장의 형성을 시작으로 1987년 주류 수입개방과 1992년 미국 CBS 방송의 ‘프렌치 패러독스’에 힘입어 2000년 들어 한국의 와인시장은 눈부신 성장가도를 그려왔다.
우리나라 와인산업 형성은 극히 최근의 일로 그 역사는 매우 짧으나 소비자의 주류 소비성향이 점점 고급화와 저도주 선호로 가는 현상으로 와인의 수요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1)
국내 와인 수입량은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02년에 약 2천 4백만 달러, 2004년 약 5천 8백만 달러, 2006년 약 8천 9백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 가운데 2006년 말 기준으로 프랑스 와인 수입량이 전체의 37%로 가장 높고, 그 다음으로 칠레가 17%, 미국 14%, 이탈리아 10%, 호주 8% 순으로 와인이 들여오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2004년부터 실시한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칠레산 와인의 수입량이 급증하면서 프랑스 와인도 감소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는 수입주류 시장에서 와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94년에 6%에 불과했 던 것에 비해 2006년에는 18%에 이를 정도로 성장을 했고, 종류별 소비량을 보면 2006년 기준으로 레드와인(로제포함)이 85%, 화이트와인이 10%, 스파클링 와인이 3%, 아이스와인이 2% 정도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편 국내 와인 수입량은 오는 2010년까지 연평균 11. 7%의 성장추이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음용인구 기준으로 1인당 연간 와인소비량 (2006년은 0.59ℓ)역시 0.76ℓ로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2)
와인에 대한 관심 급증과 와인소비량이 늘어나면서 학계에서도 와인 소비행태와 와인 선호도, 마케팅에 관한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방진식 등(2005)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와인은 와인소비자의 와인에 대한 지식의 정도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고 보고하였다. 전문가는 입안이 묵직한 와인을 선호하고 애호가는 향이 풍부한 와인을 선호하며 초보자와 문외한은 단맛이 나는 화이트 와인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처음 와인을 접할 때 거부감을 줄일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었다. 그리고 초보자들이 와인을 접할수록 레드 와인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것은 대중 매체를 통해 레드 와인의 건강적인 면이 지속적으로 발표되면서 레드 와인에 관심을 보이게 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였다.(3)
김우종 등(2004)은 국내호텔 내 와인판매 활성화를 위한 마케팅 방안을 모색하기 위하여 와인 구매고객들의 선택속성을 분석한 결과 고객의 와인 선택속성 중 와인의 맛, 브랜드, 와인의 향 등은 일반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 을 보인 반면,
와인의 색, 생산지역, 포도품종, 생산연도, 와인에 대한 지식, 그리고 과거 경험 등은 중요하게 인식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4)
반면에, 김석지 등(2008)의 연구에 의하면 와인의 가치에는 기능적, 건강적, 상황적, 사회적, 정서적 가치가 존재하고 모든 항목들은 와인에 대한 고객만족, 신뢰, 재구매 의도에 긍정적인 역할을 미치는 것을 확인하였다.
특히 와인에 대한 신뢰는 재구매 행동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 상품에 대한 신뢰가 구매행동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하였다.(5)
강찬호 등(2008)은 와인의 국가별 브랜드 포지셔닝 분석을 위해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6개의 주요 국가별(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 칠레, 한 국)와인브랜드들 간의 유사성 및 선호도를 분석하여 경쟁관계를 파악하였 다.
이 연구에 의하면 브랜드 이미지에 있어서 한국, 미국, 스페인 순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보이고 있고 맛이나 색에 있어서도 한국 와인이 가장 하위권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주로 국내 와인 소비자들은 서양요리와 함께 와인을 소비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이 때문에 국산 와인이 주 요리와의 조화 면에서 가장 취약하다는 결과를 볼 수 있다. 이 같은 결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국산와인과 잘 어우러지는 우리나라 음식을 찾아내려는 적극적 노력이 요구됨을 시사한다.(6)
와인선택속성의 중요도-만족도에 관한 연구를 보면 소비자가 와인을 선택하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인 맛이고 그 다음으로 향, 음식 과의 조화, 종류, 전문가의 조언, 가격의 순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결과가 시사해주는 점은 국내와인시장이 급속도로 발전은 하였지만, 대다수의 와인소비자가 초보자의 수준이어서 빈티지, 레이블, 브랜드, 수상경력 등과 같은 인지적 속성보다는 감각적 속성에 중요도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 가능하다.
따라서 와인 소비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맛 과 향을 강조한 저가와인이 잠재적 시장에 침투가능하다고 판단하였다. 와인 만족도에 있어서도 역시 맛이 가장 높은 값을 나타내었고 음식과의 조화 향의 순이었다.(7)
국산 와인의 판매 활성화와 관련되어 진행된 연구는 대부분 대동소이하다. 김주연 등(2005)은 국산 와인의 생산 및 판매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에서 충북 영동의 ‘샤또 마니’를 대상으로 국내와인산업 활성화를 위한 방안 을 제시하였고(8), 유윤종(2008)은 소믈리에 등 와인 전문가를 대상으로 국산 와인 판매의 장애 요인과 그를 극복하는 판매 활성화 방안을 보고하였다.(9)
현재 국산 토종 와인을 제조하는 곳은 전국 30곳 정도로 국산 포도를 이용해 만든 와인 매출은 연간 약 100억 원 정도로 추산되고, 개량머루를 이용해 만든 머루와인시장은 200억 원 이상 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2)
학계에서도 국내 토종 포도를 이용한 와인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박원목 등(2002)은 충북 영동지역에서 재배된 캠벨 얼리(Campbell's Early)품종을 이용하여 보당 과정을 거쳐 만든 와인 2종류와 프랑스 수입 와인 한 종류의 관능검사를 실시하였다.
국산 포도로 만든 와인은 첨 가하는 설탕의 양을 조절해 영동과 이천에서 양조를 하고 발효 후 1년간 숙성시켜 실험에 사용했다.
화학적 분석을 통해 유기산의 함량은 세 와인 모두 비슷한 수준으로 측정되었고 관능검사 결과 영동에서 양조한 와인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되어 캠벨 얼리가 적포도주의 재료로 손색이 없다고 보고하였다.(10)
박영식 등(2008)은 ‘청산’(Vitisamurensis)머루로 제조한 와인 품질특성이란 포스터 발표에서 가장 한국적인 포도속 식물로서 국내 자생머루인 왕머루(V. amuresis)중 야생머루(11)와 교배품종으로 포도주용으로 육성된 ‘청산’머루 품종의 포도주 제조에 따른 품질특성을 검토하였다.
‘청산’머루로 만들어진 포도주의 pH는 2. 97로 다소 낮았고, 총 산 함량은 1. 44%로 캠벨 얼리로 만들어진 포도주보다 2배 정도 높았다.
하지만 청산 머루주의 탄닌, 페놀, 안토시아닌 함량은 각각 2, 939mg/L, 1, 516. 2mg/L, 1, 882. 4mg/L로 캠벨 얼리보다 2-3배 정도 높았다. 또한 ‘청산’ 머루주의 항산화력은 5, 413. 9mg/L로 ‘캠벨 얼리’에 2. 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청산’머루로 만들어진 포도주의 품질특성은 신맛이 다소 강하였으나 색도, 향기, 풍 미뿐만 아니라 항산화력이 우수하였다. 그 결과 ‘청산’머루 품종은 양조용 품종으로 우수한 특성을 지닌 것으로 보고하였다.(12)
하지만 연구와는 달리 실 소비자들의 국산 와인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수입 와인에 대한 수요만 높아지고 있다. 그에 따라 수입 와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반면에 국산 와인 시장은 갈수록 위축되고 2020년 이후에는 국산 와인 시장 자체가 사라져 버릴 수 있는 상황이다.(13)
와인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수입와인은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특히 요즘처럼 환율이 폭등하고 전 세계적인 경제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와인 역시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전 세계 와인 소비가 글로벌 경제 위기의 여파로 크게 줄어들고 있다.
국제와인기구는 최근 몇 년 사이 급증 추세를 보이던 와인 소비가 작년에 하락세로 돌아선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기구가 공개한 집계에 따르면 2008년 전 세계 와인 소비량은 2억 4,300만 헥토리터(64억 갤런)로, 전년의 2억4,500만 헥토리터에 비해 0.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럽의 주요 와인 생산, 소비국으로 꼽히고 있는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에서의 와인 소비는 일제히 떨어졌다.(14)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08년 9월 와인 수입 통관량은 총 252만4000㎏으로 8월보다 16% 줄어들었으며 금액상으로도 6월 1290만 달러에서 7월 1217만 달러로 주춤했지만 8월 1719만 달러로 다시 회복세를 보이다 9월 들어 1464만 달러어치가 수입되어 감소세로 돌아섰고 이는 8월에 비해 15% 감소한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와인업계에 따르면 국내 와인 수입량은 1999년 전년 대비 125% 증가했고 2000년 40%, 2003년 21%, 2007년 43% 등 성장을 거듭했다. 특히 가을 성수기에 맞춰 6~10월 수입량은 꾸준하게 늘었지만 세계적 경제 침체에 의해 기존의 양상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15)
세계 무역시장 개방이 확산되면서 한․칠레 FTA가 체결되고 곧 이어 EU와 미국과의 FTA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농산물 시장이 입을 타격은 결코 적지 않다. 더군다나 FTA를 체결하려는 나라 모두 농업 강국이기 때문에 경쟁력을 확보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 칠레산 와인은 2003년만 해도 시장 점유율이 6. 2%에 그쳐 수입국 5위에 불과했으나, 자유 무역협정이 체결된 2004년엔 점유율이 단숨에 13.3%로 뛰었다. 2005, 2006년에는 점유율이 각각 16.9%, 17.3%로 2위를 굳혔다.
‘와인 종주국’인 프랑스의 점유율을 53.2%에서 38.3%까지 떨어뜨릴 정도로 막강한 ‘FTA 효과’를 과시한 것이다. 한국과 유럽연합(EU)은 FTA 농산물 분야협상에서 EU산 스카치위스키에 붙는 현행 20%의 관세를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없앤다는데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15% 수준이던 와인의 관세는 자유무역협정 발효 즉시 폐지돼 가격 인하 효과가 예상된다.(16) 문제는 이런 값싼 외국산 와인이 밀려들어오는 데 국산 와인을 포함하여 전통주를 육성·발전시 킬 수 있는 관련법은 없다는 점이다.
즉, 세금을 거두기 위한 규제 위주의 ‘주세법’으로는 국내 농산물의 소비촉진과 전통주산업을 육성·발전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다.(17)
그러므로 국내 와인 산업을 육성하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가지는 국산 와인에 대한 선입견을 완화하고 품질의 실질적인 평가의 진행이 시급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소비자의 선입견을 없애고 순수하게 자신의 기호에 따라 품질을 비교해 볼 수 있는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 국산와인의 선호도를 파악하려고 한다. 맛을 인식할 때 영향을 끼치는 감각은 맛의 75% 를 결정하는 냄새이다.
또한 맛을 보거나 평가할 때는 색상도 영향을 끼치는데 사람은 시각 정보에 많이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료의 맛은 액체 성분들만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포장재, 원산지 효과 등 외부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
맛에 대한 기대는 시각적 정보에 따라 달라지므로 눈을 가리고 맛을 테스트하면 실제 맛과는 차이가 난다. 시각 정보를 비롯해 여러 단서를 제공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용하는 뇌의 부위도 차이가 나는데 눈을 가리고 맛 테스트를 하면 맛을 감별하는 뇌 부위만이 활성화되는 것에 비해 눈을 뜨고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선택하여 마시면, 뇌에서는 맛을 감별하는 부위만이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인지 작용을 하는 뇌의 내측 전전 두엽 피질이 함께 작동한다.
즉 미리 뇌에 저장하고 있는 정보도 맛에 영향을 끼쳐 본래 가지고 있는 기대감이 음료의 맛을 더 좋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 또한, 음료에 대한 학습과 경험이 다른 사람은 음료를 시음할 때 뇌의 작동이 다르다.(18)그러므로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할 때 조사대상자의 구성원이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국내외에서 관능검사를 통해 다양한 면에서 와인을 분석한 연구들이 존재한다. Byun(1980)은 국내 포도 품종인 알덴(Alden), 뮈스카벨리(Muscat bailey A), 캠벨 얼리(CampbellEarly)품종으로 제조한 결과 알덴이 다른 품종보다 기호적인 면에서 우수한 것으로 보고하였고,
Yoo등(1984)은 네오 머스캣(Neo Muscat), 니아가라(Niagara), 샤이벨(Seibell9110), 뮈스카벨리, 캠벨 얼리로 제조한 와인 연구 결과를 보면 네오머스캣, 니아가라, 샤이벨 간에는 맛과 향의 관능적 유의차가 없었으나 뮈스카벨리와 캠벨 얼리 간에는 외관적으로 유의차가 있음을 보고하였다.(19)
또한 Girard등은 피노 누아(PinotNoir)품종을 사용하여 양조기술에 차이를 두어 와인을 제조하여 평가하였고, Darias등은 Listan Blanco(Vitisvinifera)품종으로 포도 껍질과 함께 발효시킨 와인과 포도 껍질을 제거하고 발효시킨 와인을 각각 제조하여 관능평가를 실시한 결과 두 와인 사이에 맛의 유의적 차이가 있었으며, 껍질과 함께 발효시킨 와인은 향기성분의 강도가 높았다고 보고하였다.(19)
이장은 등(2003)은 한국산 적포도주의 관능적 특성이란 연구에서 거봉, 캠벨, 머루 등 국내산 포도품종으로 빚은 와인과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빚은 프랑스산 와인을 비교하며 색, 향기성분, 맛의 특성을 관능검사를 통해 분석 하였다.
와인의 종합평가에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인자는 맛 항목이며 색 도와 향기의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그리고 단 맛과 포도와 꽃향기, 쓴 맛과 수렴성의 조화가 높을수록 선호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밝혀냈으며 이 요인들이 레드 와인의 관능적인 면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19)
Cicchetti(2004)는 정확하고 신뢰도 있는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진행하기 위해서
시음자들의 범위를 명확히 할 것,
간단한 심사를 통해 선입견을 가질 수 있는 명제를 제거할 것,
평가할 와인의 특성을 신중히 조절하거나 구체화시킬 것,
잘 다듬어진 평가 척도를 고를 것,
시음자들을 위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할 것,
레드와 화이트 와인을 시음하기 위해 적절한 잔을 고를 것,
모든 시음자들의 와인 평가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적합한 분석 전략을 이용할 것,
자료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가장 높은 집합과 가장 낮은 집합을 구분하여 이용할 것,
다음 실험에 더 신뢰도가 높은 시음자를 남기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할 것
등의 9가지 유의해야 할 점을 제시하였다.(20)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서 파악한 국산와인에 대한 만족도가 소비자들의 국내 양조 와인에 대한 잘못된 시선을 바로잡고, 양조업자에게는 소비자들의 성향을 파악하여 제품 생산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여 이후 국산와인으로의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마케팅 전략 제언을 하는 것이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