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부르고뉴 와인의 중요한 특성 중의 하나로 그것이 떼르와르 와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수많은 영국 와인 비평가들이 프랑스적 용어인 테르와르의 개념을 비판하거나 테르와르 용어 존재 자체를 문제로 제기하지만30) 하나의 도멘 느(domaine)에서 생산된 부르고뉴 와인이 테르와르에 따라 열 가지 이상의 원산지 통제명칭을 갖는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말하자면 동일한 사람이나 동일 그룹이 동일한 방식으로 포도를 양조하고 숙성 할지라도 포도주의 맛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래서 부르고뉴에서는 각각의 포도주의 특별함은 바로 이 떼르와르의 차이에 기인한다고 주장하 며 원산지 통제명칭의 부여도 이 테르와르에 그 근거를 두는 것이다.31)
사실 1930년대에 원산지 통제명칭 규정이 제정되었을 때 보르도 지역은 토지(propriété), 샹파뉴 지역은 상표(marque), 알자스 지역은 포도품종 (cépage)을 그 근거로 삼았지만 부르고뉴 지역은 테르와르를 중시한 것이다.
그런데 부르고뉴에서 테르와르 개념은 자연적인 요인들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요인들을 포함하는 종합된 개념이라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말하자면 이 개념은 중세 때부터 수도사들에게 포도재배 기술을 전수받은 포도 재배자들이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테르와르의 가치를 발견하고 확인 한 결과로 태어난 것이다. 따라서 테르와르는 땅(Sol)과 동의어가 아니라는 점이 강조된다.
테르와르는 지질학(géologie), 기후, 지세학(topologie), 땅의 수분 보유 능력, 일조시간(insolation), 토질의 심층면(sous-so)l, 분쇄 정도(알갱이), 비옥함, 배수능력, 위도, 경사, 노출 등 자연적인 요인들 외에 포도재배, 양조의 오랜 전통과 관습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인 것이다.
결국 떼르와르는 전형적으로 이와 같은 것을 가리키는 부르고뉴적 개념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부르고뉴 와인 생산자들은 신세계 와인국가에서 강조하는 양조 기술보다 테르와르를 더 중요시 할 수밖에 없다고 보인다.
이것은 1990년 부르고뉴 와인 직업상호 사무국(Bureau interprofessionnel des vins de Bourgogne)의 “부르고뉴는 신으로부터 축복받은 테르와르이다”32) 라는 슬로건에서도 그것을 알 수 있다.
부르고뉴 포도밭 토양의 물리화학적 성분은 아주 다양하고 동일 포도 밭 내에서도 다른 경우가 흔하다. 이 점이 부르고뉴 포도밭이 수천의 작은 땅 조각으로 구성된 모자이크 형태로 나타난다는 점을 설명해 준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부르고뉴 포도밭은 지질학적으로 일정한 통일성을 보여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즉 쥐라기 시대에 만들어진 찰 흙, 이회암, 석회암 성분으로 구성된 퇴적성 토양이 바로 그것이다.33)
이를테면 코트 드 뉘 지방과 코트 드 본느 지방의 토양은 주로 석회암 성분이며 샤블리 지방은 석회 성분을 포함한 이회암 성분이 많다. 샬로네 (Chalonnais) 지방은 화강암, 석회암, 이회암 성분이 많은 토양이다.34) 부르고뉴 지역은 여름은 아주 덥고 겨울은 춥다.
아주 변덕스러운 북쪽 지방 날씨를 보여준다. 포도 재배자들에 따르면 가장 좋은 테르와르는 아래는 물이 흐르고 태양 빛을 오래 동안 받을 수 있는 경사면에 위치한 곳 이다. 땅 속의 미생물균이 테르와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 데 테르와르를 중시한다는 점은 다른 말로 하자면 공업적 생산물에 대한 농업적 생산물의 논리이며 브랜드 와인에 대한 테르와르 와인의 논리로 볼 수 있다.
사실 와인이 최소한의 화학물질을 사용해 재배된 포도나무에 근거해 살아있는 땅에서 공들여 만들어질 때, 그리고 가능한 한 소량의 기능부담량, 완전히 잘 익은 포도알, 확실하고 유연한 기술에 의해 만들어 질 때 그 와인은 품종이 중요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이 점이 부르고뉴 와인의 특징이며 아무도 모방할 수 없는 장점으로 간주할 수 있다. 따라서 부르고뉴 와인 병 라벨에는 품종은 대부분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