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최근 부르고뉴에서는 부르고뉴 언덕에 위치한 작은 포도밭 즉 클리마를 인류 세계유산에 등록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것은 부르고뉴 와인이 클리마 와인이며 또한 부르고뉴 포도밭의 독특함을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목적을 지닌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주목하고자 하는 점은 이 클리마라는 용어이다. 사실 클리마라는 용어는 중의성(ambigüité)을 지닌 단어로 여겨진다.
현대 프랑스어에서 클리마라는 용어는 기상을 가리키는 대기 조건의 총체라는 의미로 사용되나 부르고뉴에서는 모자이크 형태의 테르와르의 전형적인 표지로, 특별한 지형적 위치와 기후의 혜택을 받는, 특별한 명칭이 부여된 작은 포도밭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 작은 포도밭들은 돌로 둘러 싸여 담을 이루면서 서로 경계를 나타내는데 부르고뉴에서는 이것을 클로라 부른다. 따라서 클로는 클리마에 부응하는 용어로 간주할 수 있다.35)
한편, 클리마와 테르와르 두 용어는 담화 상에서 서로 종종 교체되어 (interchangeable) 사용된다고 볼 수 있다. 어원적으로 테리트와르 (territoire)와 동일한 테르와르가 총칭적 의미로 주로 사용된다면 클리마는 테르와르보다 더 개성화된(individualisé) 의미로 사용된다.36)
문헌적으로 볼 때 클리마라는 용어는 12세기 라틴어 clima, climatis의 매개로 그리스어 klima에서 차용되었다.37) 원래의 의미는 태양과의 관계로 땅의 관점에서 기울임(inclinaison), 경사(obliquité)를 의미했으나 중세 때 시또 수도원이 번성했을 때 포도밭에까지 그 의미 사용 영역을 넓혔다.
즉 부르고뉴 포도재배자들이 그 용어를 차용해 사용하였으며 특히 18세기 에는 이 지역어가 포도재배 규정 문헌에까지 나타나며 다른 지역으로 사용이 확대되었던 것이다.
언어학적 관점에서 볼 때 지명(toponymique)에 따른 명명(dénomination) 은 어떤 것에 대한 지시(référentiel)의 필요성과 사회적 합의(consensus social)의 결과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그 명명은 다른 명명과 변별적(discriminant)이며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identifiant)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그런데 부르고뉴 언덕의 특정한 작은 포도밭을 명시적으로 언급하는 단어는 없다.
총칭적 명사(nom génériqu)e로 ‘vigne’가 사용되지만 이것은 포도밭의 차이를 구별시켜주는 다시 말해 변별적 역할을 하는 단어는 아니다. 따라서 부르고뉴에서는 특별한 장소를 지시하면서 인접한 다른 장소와 구별되는 용어로 클리마를 차용해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38)
클리마와 같은 특정장소를 지칭하는 명사의 의미적 유연화(motivation sémantique)는 지역어(langue régionale)에서 문화적, 지리언어학적 관점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여겨진다.
Marie-Hélène et Sylvain Pitiot(2012) 의 클리마 지도에 따르면 코트 드 뉘와 코트 드 본느 35개 읍(commune) 에 1463 개의 특정장소(lieux-dits)가 있으며 이것에 따라 와인 등급이 결정되었다는 것이다39). 오늘날 클리마 라는 용어는 부르고뉴의 고급와인을 가리키는데 사용된다.
다시 말해 특정포도밭 명칭이 부르고뉴 와인 병 라벨에 등장하는 것이다. 이것은 지리적 위치를 표시해주는 것으로 훌륭한 고급와인 생산지 이면서 문화적으로도 유명한 장소라는 것을 알려주는 의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