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Wine)이 세상에 나타난 이래, 수많은 사람들이 그 무한한 매력에 빠졌다. 그것은 포도로 만들어진 단순한 알코올 음료인 동시에, 때로는 낭만으로, 때로는 예술로 비유되기도 한다. 와인은 그저 인간을 취하게 하는 알코올이 아니라 현재를 살게 하는 지혜의 상징이다.
그리하여 와인은 잠들어 있는 인간의 영혼을 깨우는 신의 선물로 여겨진다. 그리고 병 속에 담긴 와인이 잔에 따라질 때부터 우리는 그 순간을 온전히 체험할 수 있게 된다. 와인은 불완전하고 유한한 존재로서의 인간에게 순간과 영원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교차로가 되어준다.13)
파스퇴르는 와인 제조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처음으로 시도해서 포도가 와인으로 변하는 발효(Fermentation)과정의 수수께끼를 풀어냈다. 발효는 미생물인 이스트(Yeast)가 포도즙의 당분을 영양분으로 쓰면서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밝힌 것이다.
그리고 와인이 식초로 변한다든가 다른 나쁜 맛들이 나는 이유가 와인 속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미생물들 때문이라는 것을 밝혀내고 각각에 대한 해결책을 알아내었다.
파스퇴르 덕분에 와인의 발효를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그 과정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와인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게 되었다. 즉 와인제조가 예술(Art)에서 과학기술로 변해가게 되는 데는 파스퇴르의 연구가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서양의 와인역사보다는 짧지만 한국 와인의 역사로는 한국사회의 주류였던 전통주들과 한국식 증류주들 사이에서 국산 와인이란 엄마표 핸드메이드 포도주에서 출발했다.
사실상 식용 포도에 알코올을 부어 만든 임시변통의 과실주였지만 조악한 크리스탈 유리병 속에서 호젓하게 담긴 붉은 술은 뭔가 이국적인 모양새가 갖춰지기도 했다.
1974년 정부는 대기업들에게 포도 재배 단지와 와인 공장을 지을 것을 권했고 해태주조, 동양맥주, 백화양조 세 개의 회사가 참여했다. 초기 와인 생산 기술과 기계는 주로 독일과 프랑스에서 들여왔다.
와인 공장을 건설하는 것보다 난해한 것은 포도를 수급하는 일이었는데 한 지역에서 수십만 평이 되는 면적의 거대한 부지를 구하기란 깜깜한 일이었고 소규모로 포도밭을 일구는 것은 경제성과 효율성이 떨어졌다.
1980년대는 국산 와인의 전성시대였다. 80년대는 소비량도 급증해 매년 10~30%씩 판매량이 증가했고 88 서울 올림픽 전후로는 국산 와인의 판매량은 최고조로 올라 1988년과 1989년 사이에는 연간 약 140만 상자(1케이스 6병 기준)가 팔렸다.
현재에는 꾸준히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마주앙이 국산 와인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으며, 이후에 국산 와인의 꿈을 실현하고자 소규모 와이너리(Winery)들이 생겨나면서 국산 와인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최근에는 포도 이 외의 과일로 만든 과실주들이 와인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되는 것이 유행 처럼 생겨났다. 감와인, 복분자 와인 등 다양한 시도가 나타나고 있는데 엄밀히 말해 와인이라고 할 수 없는 과실주이지만 국내에서는 이들에도 와인이라는 명칭을 쓸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14)
와인은 포도의 즙이 세상 거의 어디에서나 존재하는 효모를 만나 당분이 알코올로 바뀌는 발효과정을 거쳐 얻어지므로 자연현상이라 하여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그러므로 와인의 기원은 인류가 자연에 존재하는 와인을 발견 한 때라고 할 수 있다.
인류가 농경을 시작하기 전인 채집 수렵기에도 와인은 존재하였을 것으로 여겨진다. 당시의 사람들이 채집하여 먹고 남은 야생포도를 저장해 두면 포도송이들이 자체 무게에 눌려 생긴 포도즙에 자연 효모가 들어가 발효를 일으켰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와인이 인류의 역사와 궤적을 같이하고 또한 현재와 같이 번성하게 된 것은 포도가 갖는 몇 가지 특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포도는 여러 과일 중 당도가 가장 높은 편에 속하여 발효 후의 알코올 도수도 상대 적으로 가장 높은 과실주이다.
일반적으로 알코올 성분이 10%전후가 되어야 보존이 가능한 술이 되는데 포도 이외에는 알코올이나 설탕의 첨가 없이 이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과일은 드문 편이다.
그리고 포도의 껍질이 연약하여 쉽게 즙을 얻을 수 있는 점과 껍질에 함유된 타닌 등의 여러 성분 등이 와인 풍미에 중요한 역할(특히 레드와인에서)을 한다는 점 등을 들 수 있겠다.15)
또한 포도의 당분이 포도표피의 효모에 의해 당분이 발효되어 알코올로 만들어진 과일주를 뜻하는 것으로 사과나 체리 등 다른 과일로 만들어 질 수 있지만 대부분의 와인은 포도로 만들어지므로 와인은 포도주를 의미하며16) 와인국제사무국(The Office Internation Du Vin)의 와인에 대한 정의에 따르면 신선한 포도송이나 과즙을 일부 또는 전부를 발효시켜 이에서 얻은 결과의 내용품 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요즘은 복분자라든가 감 등으로 생산한 와인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데 서양의 전통적 의미에서 와인이라 하면 보통 적포도와 청포도로 만든 것만을 지칭한다.
와인은 포도 품종, 기후, 토양 환경, 생산자의 의도 등에 따라 알코올 도수가 달라지며 일반적으로 말해 와인에는 수분이 약 84%, 알코올 12%(8%~15% 등 으로 다양함),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 4%가 포함되어 있다.
요즘 항산화 물질로 각광받고 있는 폴리페놀(Polyphenol)과 심혈관계 질환의 발병률을 낮춰준다는 각종 영양 성분이 이 4%안 에 속한다.17)
와인은 분류에 따라 테이블 와인(Table Wine) 또는 스틸와인(Still Wine), 스파클링와인 (Sparkling Wine), 주정강화 와인(Fortified Wine), 가향와인(Flavored Wine)으로 구분되어진다.
테이블 또는 스틸와인은 포도의 과즙을 발효시켜 탄산가스를 포함하지 않은 상태에서 만든 와인으로 가스압이 1기압 이하인 와인도 포함한다. 이 테이블 와인에는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로제 와인이 있다. 단맛의 유무에 따라서는 Dry, Sweet Wine으로 분류한다.
스파클링 와인은 가스압이 3기압 이상의 와인으로 1~3기압 이하는 약발포성 와인이라고 불리며 약발포성 와인을 프랑스에서는 빼티앙(Pétillant), 이태리에서는 쁘리짠떼(Frizzante), 독일은 페를바인(Perlwein), 스페인에서는 비노 데 아구하(Vino de Aguja)라고 불리며, 프랑스 내 샹파뉴(Champagne)지역 외 다른 스파클링 와인은 크레망(Crémant) 또는 무쉐(Mousseux) 라고 한다.
주정강화 와인은 양조공정 중 알코올 도수가 40%이상인 브랜디(Brandy) 또는 알코올을 첨가해서 포도주 전체의 알코올 도수를 16%~20%까지 높인 와인으로서 맛이 강하지만 장기 보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주정강화 와인으로는 셰리(Sherry), 포트(Port)와 더불어 세계3대 강화 와인 중 하나인 마데 이라(Madeira)가 있다.
마데이라는 열에 의한 숙성을 유도하기 위해 드라이 와인을 50℃의 온도로 3~6개월 정도 에스뚜파스(estufas)라는 방이나 가열로에서 가열시킨 후 최소 3년 정도 숙성시켜서 만든다. 이때 누른 냄새가 나면서 마데이라 고유의 특성이 나타난다고 한다.
가향와인은 와인에 약초, 과일, 감미료, 엑기스 등을 첨가하여 독특한 풍미를 갖는 와인을 말한다. 그 명칭은 쓴 쑥을 뜻하는 독일어의 페르무트(Vermut) 에서 나왔는데 쓴 맛이 나는 약초인 쓴 쑥은 베르무트와 압생트(Absente)에 전통적으로 들어가는 재료이다.
향나무, 정 향(Clove), 키니네(Quinine), 오렌지 껍질, 육두구(Nutmeg), 고수 열매 등의 40여 가지나 되는 약초와 향미료가 베르무트를 만들 때 사용되어진다.
제조업자들은 철저한 비법에 따라 향미를 내며 베르무트에는 프렌치 혹은 씁쓸한 스타일이라 불리는 흰 색깔의 것과 이탈리안 혹은 달콤한 스타일이라 불리는 짙은 색깔의 것 등 2가지 형태가 있다. 이 2가지 모두가 미국을 비롯하여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제조된다.18)
이 밖에도 요즘 시대의 흐름과 상황에 따라 새로운 와인의 종류도 생겨나고 있다. 오가닉 와인(Organic Wine), 바이오다이내믹 와인(Biodynamic Wine),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베 지테리언/베건 와인(Vegetarian/Vegan Wine)이라는 것도 있다.
오가닉 와인(Organic Wine)이란 유기농으로 재배된 포도를 사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유기농으로 인정받은 양조과정을 거쳐야 오가닉 와인으로 불릴 수가 있다. 오가닉 와인을 양조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인 부패방지제(아황산염)가 함유되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의무 사항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기관으로 유럽 각국에는 자국의 와인 생산을 위한 통제기관이 따로 있으며 영국에는 토양 협회(Soil Association)라는 곳과 유기농 식품 연합(Organic Food Federation)이 라는 곳이 있는데 두 곳 모두 EU의 규정을 따르고 있다.
또한 미국에는 국립 유기농 프로그램(National Organic Program)이라는 기관에서 와인을 관리하고 있는데 EU의 규정보다 훨씬 엄격하다.
바이오다이내믹 와인(Biodynamic Wine)이란 1924년 독일의 루돌프 슈타이너라는 학자가 강의한 바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농장 자체를 하나의 유기체로 보고, 그것이 스스로를 돌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그래서 바이오다이내믹 방식을 이용하는 곳에서는 농장에 어떤 병이 걸리면 그것만 문제로 보고 따로 치료하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농장 전체에 문제가 있어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바이오다이내믹 농업에서 별자리와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달은 약 28~29일을 주기로 지구 주위를 돌고 달이 지구 주위를 돌 때 각 별자리 앞을 지나는 시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달이 각 별자리의 에너지를 얻어 한데 모아주는 렌즈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별의 에너지를 이용하면서 포도밭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활동에 가장 적합한 타이밍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바이오다이내믹 농업 방식이다.
베건(Vegetarian/Vegan Wine)은 채식주의 중에서도 생선은 물론이고 우유와 치즈 같은 유제품까지, 동물성분이 들어간 것은 전혀 먹지 않는 100% 채식주의를 뜻한다.
다수의 와인 생산자들이 와인을 과일로 만든 것이라고만 생각해서 라벨에 굳이 표시를 하지 않지만 와인에도 분명 채식주의자들이 먹지 않는 성분이 종종 포함되곤 한다. 대부분의 와인은 완성되었을 때 약간의 미세한 물질이 함유되어 있다.
이것은 와인이 뿌옇게 보이거나 타닌 맛이 너무 강하게 느껴지는 원인이 된다. 따랐을 때 맑지 않은 와인, 타닌이 너무 강해 다른 맛을 느끼지 못하는 와인을 걸러내기 위해 달걀이나 동물성 정제 물질을 투입해서 와인 속에 떠다니는 미세 물질을 흡착한 뒤 병 바닥으로 가라앉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흡착제로 쓰이는 달걀흰자나 물고기의 부레와 같은 동물성 성분이 채식주의자들이 마시기에 부적합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와인의 라벨에 채식주의자들에게도 적합하다는 내용을 표기한 와인이 생겨나게 되었다.19) 위와 같이 와인의 종류와 수는 매우 많다. 그러므로 마시는 목적과 취향에 따라 선택을 해서 마셔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