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시 소비나 가격이 높은 제품은 명품과 관련성이 높으며 이때 명품이라는 상품은 단지 특정 계층이나 특정인의 고상한 욕망에 부응하는 사용가치라기보다 사회적 코드에 기초한 의미 작용에 의해 산출되며, 기호로써의 다른 상품과의 의미상의 차이뿐만 아니라 서열적 지위의 가치로서 소비되는 상징적 가치를 갖는다(박남희, 2007).
여기서 말하는 상징적은 앞에서 이야기한 소비를 통해 자신의 지위와 권력, 능력을 표현하는 것과 일맥상통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참여관찰에서 와인의 가격은 말로 하지 않아도 눈으로 짐작할 수 있다.
어느 나라의 어떤 와인 그리고 이름을 통하여 쉽게 알수 있다.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는 와인이 가격이고 그 가격이 곧 애호가들의 능력을 간접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는 와인을 통해 타인과의 즐거움을 추구하며, 와인의 전문지식에 대한 지적 욕구가 높아 브랜드 및 등급을 중요시하는 사회적인 특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능적 효용성보다는 사회적 상징의 의미로 제품을 구매하기 때문이다(Kim, Lee & Kim, 2005).
좋은 와인을 제가 선택해서 마시는데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무시당하는 것은 싫어요. 반대적인 의견은 좋지만 모르면서 무시하면 싫지요. 진가를 모르를 사람에게 무시보다는 한잔 주는 와인이 좀 아까워요. (B씨, 와인소비 10년차)
모임에 나오는 사람들의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와인에 따라서 구지 나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자연스럽게 나누어져서 만나게 되지요 와인에 가격과 관계가 있지요. (L씨, 와인소비 16년차)
지인들의 생활도 그렇고 상당히 매너 있어요. 재력이 있는 분들이 매너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F씨, 와인소비 14년차)
사회자본은 ‘사회관계’를 통해서 얻게 되는 실질적․감정적인 자원이며, 어떤 집단에 속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이에 속한다(Bourdieu, 1983).
자본 유형은 언제나 상호 거래 속에서 가치를 형성하는 자본이지만, 상징자본은 그와 달리 무조건 상호 교호계가 필요한 자본이 아니며, 타인이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존경이나 권에 의해서 획득 될 수 있는 자본이다.
따라서 그것은 사람들의 상징계에 의해서 형성되는 극히 유동인 자본이며, 행위자의 정체성을 표하는 생활양식은 상징자본을 획득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연구자의 참여관찰에 있어서 대부분의 모임 혹은 비슷한 성향의 자리에서 의사, 변호사, 기업인, 방송인, 금융인, 건물주 등 다양한 직업군을 만날 수 있었다. 눈치를 보거나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으며 당당하다는 인상이 가장 강했다.
모르면 배우면 되고 안마셨으면 마셔보면 된다는 어떤 분의 말처럼 주눅 들지 않은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연구자의 개인적 느낌으로는 부와 권력에 필요한 하나의 교양과목 과도 같은 또는 기본적인 사회 참여활동처럼 느껴졌다.
와인을 마시면서 초대 받아서 만난 분들이 연령대가 있고 그분들은 공공기관의 장, XX대 병원 원장 그런 분들... 자리가 어려웠는데도 불구하고 거기 끼어서 대화를 할 수 있었다는 거요. 소주나 맥주에서의 만남보다 와인에서 만나는 것이 더 격조 있는 것 같아요. (B씨, 와인소비 10년차)
더 고가의 와인을 마신다면 벨류의 높이를 높일 것 같아요. 돈을 떠나서 그 맛과 가치를 아는 분들을 찾고 싶어요. 더 배우고 싶어요. 그분들에게서 와인을요. (C씨, 와인소비 9년차)
귀족문화라는게 존재하는 것 같아요. 어디 가서 제가 그런 곳에 낄 수 없잖아요. 근데 그런 분들과 어울리는 경우가 와인으로 연결이 되는 것 같아요. (F씨, 와인소비 14년차)
인터뷰에서 자세는 불편하지만 마음은 편하다. 이는 성적인 것과 세속적인 것의 혼재는 사실 인간의 현실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필연적인 숙명과 같다. 인간의 현실 속에서 성과 속은 낱알과 겨가 분리되는 것처럼 분리되지 않는다.
선과 악이 마치 따로 존재하여 선만을 추구하거나 악을 끝까지 거부할 수 있다는 믿음도 사실은 공허한 것처럼, 인간의 현실 속에서 성스러운 것과 세속적인 것을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실 속에는 늘 대립적인 것들이 혼재해 왔다.
소주나 맥주에서의 만남보다 와인에서 만나는게 더 격조 있는 것 같아요. 말과 태도가 더 좋은 것 같아요. 불편한 자리 일수 있지만 자세는 불편하지 난 마음은 편한 것 같아요. (B씨, 와인소비 10년차)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비즈니스나 사적인 부분은 따로 없어요. 주로 모임에서는 80프로 이상 와인에 대한 이야기만 나누어요. 보통 6시간 정도모임을 하는데 취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D씨, 와인소비 10년차)
와인모임에서 90프로 정도 와인 이야기만하는 것 같아요. 대부분의 모임은 와인 소비가 우선이고 그다음이 사람이지요. (L씨, 와인소비 16년차)
와인의 모임에서 보통 80프로 이상 와인이야기만 하거나 연관된 이야기만해요. 특별한 사적인 이야기는 거의 안하는 것 같아요. (A씨, 와인소비 25년차)
나눔은 일반적으로 ‘기부’를 나타내는 작은 의미를 지나 공유(share)와 분배(distribute)라는 넓은 의미로 확대될 수 있다.
이러한 나눔은 자원배분이 불평등한 사회에서 배분 정의를 최대한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일 뿐 아니라 이타적 충동의 소산이라는 점, 더 나아가 공동체 안에서 상호 영향을 미치며 서로 나누어 공유하는 것이 인간의 생태체계의 본질에 부합하는 특성이라는 것이다(김경동, 2012).
이러하듯 나눔은 우리가 서로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뛰어넘어 서로간의 의존적인 공동체라는 사실에 기반 한다. 사람들이 자신을 위한 지출보다 타인을 위한 지출을 수행하거나, 혹은 친한 사람들과 좋은 인간계를 통하여 시간을 보내면서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다.
또한, 소비시점에서 물질에 집중하는 방식보다 소비를 통하여 경험을 얻는 목적에 집중할수록 삶의 행복에 대하여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Van Boven, 2005; Van Boven, Campbell, & Gilovich, 2010).
자기 초월적 영역을 지향하고, 스스로를 다른 사람과 상호 연관된 존재로 지각하고, 사회에 대하여 포괄적으로 인식하며 다른 인간 존재의 복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성향을 이타적 가치 성향으로 보편주의, 선행과 같은 가치와 관련되는 반면, 이기적 가치 성향은 권력, 성취와 같은 개인적 관심과 관련되어 있다 (De Groot & Steg, 2007).
표면적으로는 고가와 중가·저가 와인을 이타 주의적 윤리소비를 지향하고 있지만, 그 다른 면에는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이기주의적 태도를 표현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고가 와인 소비문화의 복잡하고 다양한 의미를 확인하였다.
난 지금까지 사람 때문에 와인을 따고 마시고 이야기하지 난 다 마셔 봤으니까 마셔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오픈해주는 그게 난 좋은거 같아 안 해본 경험을 내 지인들에게 주는 게 좋은 것 같아. (H씨, 와인소비 10년차)
비싼와인 자신의 능력보다 비싼 와인을 마시는 것을 보면 다른 생각보다는 애쓰는 구나 그 정도요. (M씨, 와인소비 11년차)
특별히 고가 와인을 가진 자 만이 마신다고는 부자들만이 마신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중요한건 맛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지요. (A씨, 와인소비 25년차)
대상행동(substitute behavior)이라고도 하며, 목표달성이 안 되었을 때 이를 대신하는 다른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처음 추구했던 욕구를 충족시키는 행동이다.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 이론에서의 방어기제의 적응성에서 동 일시, 투사 등도 대상행동에 속한다.
동일시란 타인과의 관계에서 타인의 반응경향을 받아들이는 경우로서 좋아하거나 존경하는 대상과 자기 자신 혹은 그 외의 대상을 닮음으로써 자신의 불안을 완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며, 자신들의 권력을 순수히 추상적인 것으로 돌리는 개인과 사회의 경향을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다른 사람의 것으로 돌리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제들을 통하여 인간은 현실 속에서 좌절된 욕망을 대리 충족하는 것이다. 참여관찰에서도 소장하고 있는 개인의 아끼는 와인을 가지고 나와서 보여주고 시음의 기회를 주는 경우를 관찰하였으며. 참석자의 표정이나 맛의 만족도는 단순히 마셔봤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을 하는 것을 관찰하였다.
저는 아주 비싼 와인은 모임에 못가지고 나가지요. 비싸니까요 저도 그냥 비싸다고 할 만한 와인을 마시지만 아주 비싼 건 한 달치 월급보다도 비싸니까요. 늘 그렇지는 않지만 가끔 희귀하거나 좋은 빈티지의 비싼 와인 아니면 정말 구하기 힘든 와인을 가지고 오시는 분이 있어요. 그럼 너무 기대가 되니까 흥분된다고 해야 하나 그런 기분이요. (I씨, 와인소비 7년차)
출장이나 해와 여행 중에 좋은 와인을 마시고 마신 와인 중에 몇 가지를 사가지고 그걸 모임에 가지고 가서 마시면 다 좋다고는 하진 않지만 그래도 반 이상은 성공하는 것 같아요. 기분이 좋지요. 맛있다, 향이 좋다, 등등 그런 이야기들 의면 아주 만족스럽지요. 그래서 더 구매를 할 수도 있네요. (B씨, 와인소비 10년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