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가와 문화생활 향유 확대로 소비자의 주권이 중요시 되면서 소비자들은 단지 소극적 상품구매자로서 역할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또한 공간적 제약의 감소와 정보화 발달로 인해, 해외여행, 출장 그리고 해외 직구의 편리성으로 인하여 보다 적극적 소비가 가능해졌다.
이렇듯 구매 채널의 다양화는 애호가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채널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와인 소비 시장에서도 유사한 형태로 소비가 이루어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구매채널 다양화에 따른 와인 소비 제약이 감소되어 소비자의 와인시장 접근성이 용이해졌음을 의미한다.
특히, 본 연구의 참여관찰 대상자들은 고가 와인 소비 형태에서 구매채널이 다양화됨에 따라, 과거 수입사가 제공하는 와인의 소비 형태에서 스스로가 해외와인 유통시장에 직접적으로 접근하는 형태로 변화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이로 인해 보다 소극적 여가로서의 와인 소비행동이 적극적 여가로서의 와인 소비 행동으로 전환되었으며, 보다 높은 품질의 와인을 소비하고자 하는 욕구의 촉매제 작용을 하였다고 추론 할 수 있다.
한편, 오늘날 우리사회 내부로 외국문물이 급속히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외국문물에 익숙한 새로운 소비세대가 출현하고 고급소비가 형성되는 등 소비에 있어 사회규범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즉, 과거 소비에 대한 사회적 규범은 사라지고 사회 전반적으로 물질 축적과 과시적 소비가 반영된다 할 수 있다. 와인 소비형태 역시 보다 나은 삶을 향한 욕구가 내재되어 있다는 과시소비와 그 맥락을 같이한다.
본 연구의 연구대상자 중 일부분은 와인을 소비함으로써 자신의 부와 계층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는 구매력이 있는 애호가들이 고가 와인을 소비 함으로써 구력이 없는 소비 집단과 차별화 되고자 한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판매되는 고가품의 주요 소비층으로 2030세대가 급부상 하고 있다. 이들 2030세대는 고가품의 소비를 일상화 하는 것으로 정체성을 찾는 일부 젊은이들로 소위 L-제너레이션(luxury-generation)이라는 말로 지칭되고 있다.
이들은 기성 부유층과는 달리 적극적이고 개방적이며 저축을 통한 미래 설계보다는 인생의 젊은 시절을 즐기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 하다고 여기는 가치관을 가진 세대이다. 이러한 변화에는 최근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고가 와인 애호가들의 경우에는 소득의 상당부분을 고가 와인의 소비에 지출하고 있으며, 가격 수준이 높더라도 우수한 품질을 가졌거나 만족스런 서비스가 함께 한다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소비패턴과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명품과 같이 고가 와인의 높은 가격은 애호가들에게 제품의 희소성, 독특함과 같은 타인과 차별화되는 배타성에 영향을 미치며 욕구를 증가시킨다.
제품의 가격은 애호가들의 지각된 가치를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성공과 지위를 표현하는 상징적인 가치 표시이기 때문에 본 연구의 연구대상자들 역시 와인의 품질에 대한 기대로 고가 와인을 소비한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이는 고가 와인이 애호가들에게 보여지는 가격의 기대효과와 실제 고과 와인 소비에 따른 품격과 정교함이 일치할 때 애호가들은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생길 것이라 판단한다.
한편, 고가 와인 애호가들은 기능적 이익보다는 주관적이면서 정서적 이득을 추구하며 제품의 구매와 소비를 통해 얻게 되는 개인 보상과 성취를 찾는 쾌락적소비의 특성을 지닌다. 또한 고가 와인의 소비경험에서 기대되는 감정적 즐거움과 감각적 만족이 반영된 호화로운 차원을 나타낸다.
특히, 실용주의적인 데일리 와인과는 달리 고가 와인은 기능적 유용성 이외에 감정적 가치를 지니며 감각적 쾌락, 흥분, 예술적 아름다움 같은 정서적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정서적 만족은 고가 와인에 대한 충성도의 중요한 결정요인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와인의 소비 고급화 트렌드는 기업 관점에서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주고 있다. 트레이딩 업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고품질의 제품과 트레이딩 다운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매우 싼 가격의 제품, 이 두 범주에 들어가지 않은 애매모호한 와인 생산 혹은 공급 기업은 시장에서의 입지가 점진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고가 와인은 제품의 희소성을 지닌, 공급이 제한된 소비재로 남과 차별화되는 차별성을 가진다. 애호가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비싸 가격이면 더 가치있는 고급 와인을 소비함으로써 타인과 구별되는 독특한 자아 정체성을 표현하고자한다. 이러한 희소성과 배타성은 고가 와인에 대한 애호도를 증가시킨다.
이는 본 연구의 ‘가치 있는 삶’을 영유하고자 하는 애호가들의 내재적 심리도 뚜렷이 반영된다. 즉, 인간과 사물 그리고 인간이 다른 사람에게 의미 할 수 있는 모든 것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사람은 스스로를 구분 지으며, 다른 사람들에 의해 구분되어 진다.
이러한 소비경험은 타인과 달리지는 것을 사회학 저서인 피에르 부르디의 ‘구별짓기’ 논의와 일맥상통 한다. 타인과 구분하는 이유는, 차별을 위함이 아니라 다양성의 아름다움을 공유하기 위함이다. 시대의 소비패턴의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또한 와인의 소비행동은 ‘소수의 열정적 집단이 추종하는 대상 또는 그 것을 열망하는 단체를 의미하며, 종교적 신앙에 가까운 확신을 가지고 따르는 절대적 믿음을 가진 소수 단체의 추종, 헌신을 표현하는 현상’으로 정의 되는 컬트(Cult)의 개념과 유사하다.
본 연구의 연구대상자들은 고가격, 고품질 와인에 대한 강한 친근감으로 동일 브랜드 주변에 집결되는 브랜드 추종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브랜드 추종으로 형성된 브랜드 커뮤니티 안에서 애호가들의 공감, 도덕적 책임감, 전통 같은 감정 등 강한 유대감과 소속감 을 이루고 있었다.
이러한 브랜드 추종과 유대감, 소속감은 와인에 대한 관심과 충성도를 지속시키는 추진력으로 작용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와인 수입에 있어 브랜드의 정통성을 배제 할 순 없으며, 공급방식에 있어서도 와인의 정통성에 부합되는 장소, 와인과 요리의 마리아주, 디켄딩 등의 부수적인 요인들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