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관리국이 1972년에 조사한 경상도의 음식은 아래 표와 같다.
* 문화공보부 문화재관리국,「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 (경상남도편)」, 1972, 459-498쪽.
문화공보부 문화재관리국이 한국의 민속을 전국적으로 조사한 것은 1969년 당시 경제개발 계획이 추진되던 상황에서 “국가의 경제건설도 국가의 부강도 물질문명의 개화도 민족전통, 문화의 올바른 계승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명분으로 진행되었다.12)
이 자료가 얼마나 정확하게 조사되었는가에 의문이 없지 않지만13) 1960년대 일상생활에서 소비되던 음식이라는 가정아래 부산의 향토음식과 비교해 보자. 물론 앞서 언급한 향토음식은 외식음식이고, 이 조사는 가정에서 소비되던 음식이라는 차이가 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더라도 부산의 향토음식과 중복되는 음식은 생선회와 붕어조림, 갯장어회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약 4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부산의 향토음식과 경상도의 일상 음식 사이에 많은 괴리가 생겼다.
이 조사에 의하면 동물성단백질을 주재료로 하는 음식이 없었다는 점이 커다란 차이이다. 문화재관리국은 1988년 올림픽을 대비해 한국의 각 지역 향토음식을 기존 조사 자료를 근거로 1984년「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향토음식편)」을 따로 발간하였다.
이 자료에는 1972년 자료에서 누락된 음식들이 포함되어 있다. 재칩국(용어는 그대로 사용), 아구찜14), 파전15) 등이 추가되었다. 그렇지만 부산시가 홍보하는 향토음식과 시민들의 일상 생활 음식 사이의 거리가 존재하였음을 알 수 있다.
부산시가 향토음식을 조사하고 체계화하는 과정에서 이에 동조하고 시민들로부터 공감대를 얻기 위한 노력은 지역 언론이 주도하였다. 「부산일보」와「국제신문」은 2000년 들어서 돼지국밥을 비롯한 부산의 음식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부산일보」에는 2002년 3월부터, ‘오래된 맛집’코너,「국제신문」에서는 2001년 3월부터 ‘이곳저곳’이라는 코너에서 부산의 향토음식을 소개하기 시작했다.「부산일보」에서는 이후 ‘단골집’, ‘시장따라 골목따라’, ‘이 집에 가면’ ‘맛’ ‘부산의 老捕 등에서 부산의 맛집을 소개하였다.
「국제신문」은 이후 ‘부산의 맛거리’ ‘부산의 맛’ ‘백년장수로 가는 부산의 맛’ ‘토종의 힘 ! 불황이기는 황토프랜차이즈’ ‘맛집’ ‘부산은 무엇을 기억하는가’ 등의 시리즈를 만들어 냈다.
이 과정에서 부산시가 제안한 향토음식만이 지위를 얻게 되고 일상적으로 시민들의 밥상에 올라오는 음식들은 배제되었다. 최근 공식적으로 부산 향토음식의 지위부여에서 탈락된 음식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기장의 향토음식」(기장군농업 기술센터, 2002),「부산의 맛…그리움 그리고 이야기」(부산광역시농업기술센터 , 2012) 등이다.
이 작업은 기장군이나 강서구처럼 부산의 중심에 살짝 비켜 있는 지역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는 방향에서 진행되었다. 이 지역 사람들의 삶에 존재하고 있는 음식들을 찾아내고 그 레시피를 정리하였다. 이 자료의 발간 목적을 보면 다음과 같다.
자본에 의해 획일화 되어 가는 오늘날 부산 향토음식을 단순화, 획일화 혹은 상품화에 연결하지 않고 지역과 사람이 다양한 먹거리를 매개로 어떻게 연결되었는가를 확인하는 작업은 우리 삶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중요한 작업 이다.
그동안 부산시가 지정한 향토음식은 대부분 과거 수십 년 동안 부산시의 중심지에서 생산 되고 유통되는 음식이었다. 최근 부산시로 편입된 지역이거나 아니면 이들 지역과 연계해 부산 사람들이 먹어왔을 음식에 대해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기장은 바다를 접하고 있다는 특징 때문에 기장멸치는 물론 기장갈치, 붕장어, 아구, 물메기, 복어 등을 활용한 생선요리는 그곳 사람들의 입을 통해 오래전부터 소비되어 왔다. 물론 물메기, 복어, 붕장어를 먹은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해조류 특히 기장 미역, 청각, 우뭇가사리,톳, 곤피, 몰, 서실, 까시리 등을 활용한 우묵, 설치, 나물 등이 지역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청각을 이용한 냉국은 여름 철 별미 였다. 그리고 젓갈 김치 종류인 섞박지나 애지를 주재료로 하는 매집찜 등은 부산 사람들에게 낯선 음식이지만 기장 지역에서는 익숙한 음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에는 말미잘탕이 보양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낙동강을 끼고 있는 부산의 서부지역에는 낙동강과 평야를 배경으로 한 먹거리들이 많았다. 낙동강변에서 많이 서식하는 재첩을 비롯해 농지 수로에서는 붕어, 미꾸라지 등 민물고기도 많았다. 붕어회 맛은 이 지역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대식구가 모이는 날이면 빠지지 않는 추어탕도 이곳의 음식이었다. 낙동강둑이나 강변에서 쑥, 무, 시래기는 보리쌀과 함께 밥을 하여 부족한 식량을 늘리는 재료였다. 밭에서는 콩잎이나 깻잎이 많이 생산되어 다양한 음식이 만들어 졌다.
농경지가 많은 덕에 농번기에는 참으로 수제비나 팥죽을 많이 먹었다. 마을 아주머니들은 수제비 뜯는 선수들이었다. 낙동강 하구인 명지의 명물로 명지 파를 빼 놓을 수 없고, 생선종류로 민물장어는 물론 조기, 복어, 가오리, 갈대밭에서 자라는 갈기를 이용한 갈기젓, 해조류로는 명지 김이 이 지역의 대표적인 음식들이다.
그리고 조개류로 갈미조개나 맛은 겨울철 이곳 먹거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들이다. 이상과 같이 부산의 향토음식은 상품화된 음식만이 아니라 부산 사람들의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음식으로 재개념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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