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밀, 콩, 옥수수와 더불어 5대 곡류의 하나인 보리는, 벼나 밀에 비해 1,000년 이상 빠른 기원전 17,000~18,000년경부터 인류의 주요 식량 작물이었다.
현재에도 세계 곡류 중 네 번째로 많이 생산되는 작물로, 식용과 맥주용, 사료용 등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모로코와 몰도바, 라트비아에서는 여전히 보리를 주곡(主穀)으로 이용하고 있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세계 각국에는 다양한 전통 보리 요리가 존재하는데, 러시아의 카샤, 티벳의 참파 등 보리빵과 모로코 등의 수프와 스튜 등 다채로운 보리 요리가 전래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보리는 기원전 5세기경부터 재배되기 시작하며, 서민들의 굶주림을 덜어준 제2의 곡식이었다. 보리는 밥으로 이용되는 것뿐 아니라, 고추장과 된장, 술, 떡, 식혜 등 다양한 우리 음식의 재료로 사용되며 우리 식문화를 풍부하게 하는 데에 기여해 왔다.
쌀과 밀 보다도 먼저 인류 주식으로 이용되던 보리는, 20세기 이후 생산량이 증가한 쌀, 밀에게 그 위치를 내어주며 잡곡의 하나로 전락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역시 생산량과 소비량이 급격히 하락하였으며, 맥주보리 등의 수입 증가로 보리 산업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최근에는 보리 수매제 전면 폐지와 한미 FTA 등 시장 개방으로 인해 보리 산업은 백척간두(百尺竿頭)에 놓인 상황이다. 제2의 주곡에서, 백척간두의 위치로 전락한 보리 산업은 위기를 극복하는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① 보리의 영양학적 우수성을 강조하여 건강식품의 아이콘으로서 보리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있으며,
② 잡곡에서 주식의 자리를 회복하기 위하여 식미와 기능성을 개선시킨 다양한 보리 품종이 개발되고 있다.
③ 보리 싹(麥芽)의 기능성 성분을 이용한 다양한 건강 기능식품 및 생활용품이 탄생하고,
④ 보리 가공의 베스트셀러로서, 맥주와 위스키 등 술은 더욱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⑤ 지역에서 생산되는 맥주보리는 기존 기업형 맥주시장을 대체하는 로컬푸드의 아이템으로 활용되고,
⑥ 대부분 수입되고 있는 가축의 사료를 대체하기 위한 전략으로, 청보리 재배가 등장하고 있으며, ⑦ 관광과 환경 보전 등 보리의 공익적 목적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이젠 보리 산업의 생존 전략을 뒷받침하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1) 단순한 잡곡을 넘어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식량위기에 대응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제2의 주곡으로서의 보리의 역할을 인식하고,
(2) 주곡으로서의 보리의 식량 자급률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3) 내수뿐만 아니라 종자수출까지를 고려하는 R&D를 구상하고,
(4) 수매중단과 FTA에 대응하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의 구상을 기반으로 하는 계약재배와 용도별 맞춤형 유통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리라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