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는 맛있는집

예부터 ‘백년손님’인 사위가 오면 장모는 씨암탉 한 마리를 잡아 대접하곤 했다. 닭은 장모가 사위에게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이었다. 그만큼 닭고기는 맛 좋고 영양가도 높은 귀한 식자재였다.

‘성질이 따뜻하고 오장의 허약 증상을 다스리고 기력을 늘린다’는 「동의보감」의 기록처럼, 피로하거나 기력이 약한 사람, 회복 중인 환자에게 좋은 보양식으로 사랑받아왔다.

땀을 많이 흘려 체력이 떨어지기 쉬운 한여름에 계곡 근처에서 백숙 한 마리를 푹 끓여 먹거나, 복날마다 잊지 않고 삼계탕을 찾아 먹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삼계탕이나 백숙이 여름 더위에 작정하고 찾아 먹는 음식이라면, 사계절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닭 요리로는 닭칼국수를 꼽을 수 있다.

진하게 우려낸 닭 육수를 막 삶은 칼국수 면에 넉넉히 붓고 미리 건져 발라둔 살코기와 숭숭 썬 대파를 듬뿍 얹어내면 영양 만점의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된다. 후루룩 건져 먹는 쫄깃한 면과 진하고 뜨끈한 닭 국물에 갓 담근 겉절이 김치를 곁들이면 요즘 같은 추운 날 딱 어울리는 별식이다.

지금은 수도권 각지에서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는 메뉴인 닭칼국수가 처음 시작된 곳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 지역이다. 고양시 일산동구에 자리한 <일산칼국수>는 35년 전 솜씨 좋은 여인이 소박하게 시작한 가게였다. 매장에 걸린 빛바랜 사진 속 한복 입은 여인의 모습에서 세월이 읽힌다.

1991년에 물려받은 아들이 현재 운영하고 있는데, 멀리까지 소문이 나 어느새 줄 서지 않고는 먹기 힘든 이름난 맛집으로 자리 잡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닭 국물 고는 냄새가 고소하게 번지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직원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밀가루 포대가 겹겹이 쌓인 곳에서는 직원 여럿이 면을 뽑고 있는데, 흡사 작은 규모의 제면소 같다.

배추를 소금에 절여 매일 김치를 담그고, 건져둔 살코기를 결대로 쪽쪽 찢어 모아둔다.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바로 면을 삶고 육수를 붓는다. 아침 10시에 문을 여는 이곳은 12시가 채 되기도 전에 손님으로 가득 찬다. 이후에 오는 사람들도 기꺼이 줄을 선다. 매일매일 이어지는 익숙한 풍경이라고.

닭 외에도 북어채와 홍합, 바지락, 대파, 양파, 다시마, 무 등을 넣고 끓여 진하고 시원한 육수를 만든다. 어머님의 조리법을 거의 그대로 이어받되, 재료들을 예전보다 좀 더 넉넉하게 넣으면서 그 맛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고 있다.

직접 뽑는 통통하고 쫄깃한 면발의 비결을 물어보니, 세 가지 종류 밀가루의 적절한 배합이라고. 면에서 빠져나온 전분이 섞여 적당히 되직해진 국물은 더 깊고 진하게 느껴진다. 닭살은 차지고도 고소하며, 겉절이는 매콤 아삭해 담백한 국수와 잘 어울린다.

닭고기는 다른 육류에 비해 살이 연해 소화가 잘되고, 단백질이 풍부해 두뇌 성장에 좋으며 필수지방산이 많아 항암 효과와 성인병 예방 효과가 높다. 이러한 재료 본연의 장점에 부드럽게 술술 넘어가는 순한 맛, 넉넉한 양 덕분에 남녀노소 구분 없이 다양한 손님들이 이곳을 찾는다.

♣ 일산칼국수 안내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