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는 맛있는집

우리 밥상에서 콩은 쌀만큼 중요하다. 밥에 넣어 먹거나 반찬으로 만들어 먹기도 하고, 우리 고유의 발효 식품이자 음식 맛을 내는 핵심 조미료인 된장.간장으로 식탁 위에 올라가지 않는 경우를 찾기가 어렵다.

결국 맛깔나는 밥상을 위해서는 품질 좋은 콩을 써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콩은 한반도 어느 지역에서나 잘 자란다. 그중에서도 파주 장단면에서 자라는 장단콩은 예부터 임금 수라상에 꼭 오를 정도로 맛있기로 소문났다.

춥고 일교차가 큰 지역에서 자라 입자가 작아도 속은 알차다. 최고의 장을 담그기 위해선 장단콩이 필요하다며 일부러 파주로 거취를 옮긴 장 제조업체가 있을 정도로 장단콩의 명성은 대단하다.

장단콩은 한국전쟁 후 사라질 뻔했다. 콩 농사를 짓던 장단 지역 대부분이 민간인 통제구역에 있었기 때문. 1970년대에 정부는 민통선 안에 통일촌을 조성해 민간인이 들어가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만들었다.

1990년대 들어서는 지역 경제 활성화 정책으로 파주시에서 장단콩 축제를 열었고, 장단콩 재배 농가는 점점 늘어났다. 현재 장단콩 재배 농가는 7백여 호이며, 연간 생산량은 1천5백 톤에 이른다.

검문소에서 출입증을 내야 들어갈 수 있는 민통선 안에는 파주장단통일촌 콩영농조합법인이 운영하는 <장단콩마을>이 있다. 직접 재배한 무농약 장단콩으로 만든 장, 두부와 관련된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하거나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 장단콩 정식을 주문하면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가 네 개나 나오는 푸짐한 한 상이 차려진다. 뚝배기의 정체는 순두부, 비지, 된장, 청국장찌개. 콩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자극적인 양념을 최소화해 만든 요리들이다.

식당엔 민통선 안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많은 사람을 매료시킨 구수한 맛의 비법은 무엇일까? 주인장은 “오직 좋은 콩을 사용할 뿐 다른 비법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두부는 매일 아침 만든다. 우선 전날 해콩을 씻어서 미리 불려놓는다. 다음날 불린 콩을 갈아 만든 콩물을 면 보자기에 부어 짜낸 후에 살살 끓인다. 이때 간수를 넣으면 조금씩 멍울이 지는데 이것이 바로 순두부. 몽글몽글한 응어리를 웃물과 함께 떠서 따뜻하게 끓여 손님상에 내온다.

각자 취향에 맞게 양념장을 넣어 먹는데, 구수함이 진해서 그냥 먹어도 맛있다.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은 두부보다 한 수 위다. 비지는 두부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가 아니라, 삶은 콩을 되직하게 갈아 만든 콩비지를 사용한다.

여기에 삶은 돼지고기와 시래기를 넣고 약간의 간을 해서 찌개로 끓인다. 건데기가 있는 비지는 씹을수록 고소함이 진하게 번진다.

된장과 청국장도 물론 장단콩으로 만든다. 11월에 콩을 수확하면 입동 전후에 메주를 쑨다. 메주를 띄울 때 주목할 점은 청결한 볏짚을 이용한다는 것. 볏짚에는 발효에 중요한 성분인 바실러스균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청국장을 띄울 때도 콩 사이사이에 볏짚을 넣으면 맛있게 발효된다.

된장은 전통 옹기에 5년 이상 숙성시킨 것만 사용한다. 두부와 채소를 송송 썰어 넣어 담백하게 끓인 된장찌개는 구수하면서도 뒷맛이 깔끔하다.

청국장도 특유의 구린 냄새가 없다. 김치는 양념을 씻어내고 한 번 삶은 뒤 청국장과 함께 끓여 신맛 없이 청국장 본연의 풍미에 집중할 수 있다. 농약 없이 기른 해콩과 민통선의 깨끗한 물, 맑은 공기가 만들어낸 만족스러운 한 상이다.

♣ 장단콩마을 안내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