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젓갈과 식혜
젓갈과 식혜는 발효법을 리용하여 만든 우리 나라 고유의 전통적인 민족료리이다. 젓갈은 각종 물고기와 조개류, 물고기의 알과 내장, 새우 등을 소금에 절였다가 양념을 하여 일정한 온도에서 삭힌 특이한 음식이다.《삼국사기》가 전하는데 의하면 우리 나라에서는 세나라시기의 결혼식에 젓갈이 쓰이였다고 한다.
고려시기의 《고려도경》에는 새우잡이를 잘하여 젓갈을 만들었는데 모두 즐겨하였다고 썼다. 이것은 우리 인민들이 일찍부터 젓갈을 만들어 먹었으며 발전시켜왔다는것을 말해준다. 조선봉건왕조시기에 와서는 젓갈이 더 다양해지고 발전하였으며 끼니밥상에 없어서는 안될 품목으로 되였다.
력사기록에 14세기에 백하젓, 건뎅이젓, 게젓이 유명하였으며 새우젓, 조기젓, 호드기젓, 명란젓, 굴젓 등이 널리 리용되였다고 한다. 15세기의 《성종실록》에 의하면 은어젓, 숭어젓, 련어젓, 송어젓, 련어알젓, 새우젓, 전복젓 등 16가지의 젓갈품이 이웃나라에 수출되였다고 한다.
명태 한가지로도 명태젓, 명란젓, 창란젓, 아가미젓들을 담그었다. 명태젓은 명태살을 토막내여 소금에 절여 마늘과 고추를 두고 삭힌것이다. 그대로 먹거나 무우를 섞어 식혜를 담그기도 하였다. 명란젓은 명태알을 창란젓은 명태밸을 절여서 숙성시켜 만든것이였다.
명란젓은 그대로 먹기도 하고 닭알을 푼 물을 섞어서 찌개를 만들어 먹기도 하였다. 명태밖에도 여러가지 물고기와 성게, 굴, 건뎅이, 조개로도 젓갈을 담그었다. 가재미젓은 가재미를 토막내여 소금에 절구었다가 양념을 잘하여 삭히였는데 가시까지 만문하게 삭아서 먹기가 좋았다.
멸치젓은 달고 구수하여 그대로도 먹었으며 호박, 무우 등으로 지지개를 만들 때 양념감으로 조금씩 넣어 쓰기도 하였다. 멸치젓으로 담근 김장김치는 달고 구수한것이 특징이다. 성게젓은 《운단》이라고도 부르는데 다른 젓갈에 비하여 짠맛이 덜하면서도 독특한 맛이 있어 해안지방에서도 특별히 일러주는 귀한것이였다.
게젓은 게를 간장에 담그었다가 서너번 반복하여 달여서 부어 삭힌것이다. 한달정도면 잘 익는다. 게딱지를 떼내여 그안에 있는 장에 밥을 비벼 먹으면 특이한 맛을 낸다. 게는 또한 소금에 절여서 담그기로 하였다. 굴젓은 굴을 절여 양념한것이다.
보드라운 고추가루를 많이 넣고 담근 굴젓은 한번 맛을 들이면 그릇에 담은 젓갈이 다 없어질 때까지 수저를 놓지 못한다는 소문난 밥반찬이다. 이와 같이 젓갈은 짭짤하면서도 특이한 맛과 향기를 내므로 밥반찬으로 제격이였다.
젓갈은 직접 부식물로도 쓰이고 김치를 담그는데는 물론 다른 부식물을 만들 때도 조금씩 넣어 맛을 돋구는데도 쓰이였다. 식혜는 물고기에 무우, 좁쌀밥 등을 두고 길금가루를 쳐서 삭혀서 만드는 민족음식의 하나이다.《정리의궤》에 의하면 왕의 수라상에도 매끼 식혜가 올랐다고 하였다.
우리 나라에서 식혜는 함경도와 강원도가 유명하였다. 대표적인것은 가재미식혜, 명태식혜, 도루메기식혜 등이다. 가재미식혜는 소금에 절인 가재미살과 무우 그리고 조밥, 길금가루, 고추가루, 파, 마늘 등을 섞어서 삭혀서 만들었다.
누구나 즐겨먹는 밥반찬으로서 새큼한 맛과 단맛이 잘 어울려 입맛을 돋구는 음식이였다. 북청의 가재미식혜가 유명하였다. 도루메기식혜도 맛이 좋았다.
도루메기는 비린내가 없는 담박한 바다물고기로서 감칠맛이 적어 다른 료리에서는 별로 일러주지 않았으나 식혜에서 도루메기식혜는 도루메기를 토막쳐서 얼간하여 거의 익어갈 때 채친 무우와 함께 밥에 고추가루를 많이 넣고 버무려서 식혀 만들었다.
도루메기식혜는 강원도 통천, 고성의 음식명물로 알려져있다. 가재미나 도루메기뿐아니라 명태나 낙지, 문어 등으로도 같은 방법으로 식혜를 담그어 밥반찬으로 썼다.
♣ 장절임
장절임은 남새와 산나물을 말리거나 소금에 절구어 어느 정도 물기를 뺀 다음 간장이나 된장, 고추장에 박아 두었다가 양념하여 먹는 독특한 음식이다. 지난 시기 장절임은 김치와 같이 반찬에서 큰 몫을 차지하거나 많이 먹는 찬이 아니였다.
그러나 장절임은 밥맛을 돋구는 찬의 한 종류로서 간단한 끼니음식상을 차릴 때에도 항상 놓이군 하였다. 옛날에 집집마다에서는 장을 담글 때 미리 장독이나 장단지안에 여러가지 음식감을 넣어 장절임을 만들군 하였다. 세나라시기에 이미 우리 선조들이 장과 절임에 의한 음식법을 알고있었던것만큼 장절임을 만들어 먹은 력사도 오랬다고 본다.
장절임과 관련한 기록은 《림원십륙지》, 《목은집》, 《시의방》, 《산림경제》를 비롯한 여러 책들에 보인다. 그에 의하면 오이, 가지, 고추, 파, 더덕, 도라지, 마늘, 무우, 미나리 등으로 만든 장절임들이 소개되여있다.
이것은 조선봉건왕조시기 장절임의 가지수도 많고 조리법도 발전했다는것을 보여준다. 우리 인민들이 만들어 먹은 대표적인 장절임은 마늘장절임, 미나리장절임, 풋고추장절임, 들깨잎장절임, 더덕장절임, 송이장절임, 가지장절임 등이다.
♣ 조선김치
김치는 우리 나라의 특색있는 발효식료품으로서 불고기, 록두지짐과 함께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장수식품의 하나이다. 김치는 조선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부식물이다. 우리의 민족음식구성에서 밥이 주식물을 대표한다면 김치는 부식물을 대표한다고 말할수 있다.
예로부터 우리 인민들은 추운 겨울이면 뜨끈한 온돌방에서 시원하고 쩡한 김치국물에 국수를 말아먹는것을 제일로 여겼을뿐아니라 무더운 여름철에 땀을 들이고 입맛을 돋구는데도 김치를 으뜸가는 음식으로 여겨왔다. 우리 인민들은 기름진 고기를 먹으면서도 꼭 김치를 같이 먹었으며 떡이나 지짐을 먹으면서도 김치국물을 마시기 좋아하였다.
조선사람에게는 뭐니뭐니해도 김치가 제일이다. 우리 민족의 뛰여난 슬기와 지혜의 산물인 김치는 오랜 력사를 가지고있다. 력사적으로 보면 우리 나라에서 김치는 세나라시기 이전부터 있었던것으로 짐작된다.
단군조선의 건국설화에 마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우리 나라의 첫 봉건국가였던 고구려의 건국시조 고주몽이 건국초기에 비류수강가에 남새잎이 떠내려오는것을 보고 그 웃쪽에 사람이 사는줄 알고 찾아올라갔다는 기록은 우리 인민들이 고대에 이미 적지 않은 남새를 재배하고있었다는것을 말해준다.
또한 세나라시기 고구려에서 술, 된장, 젓갈과 같은 발효식품들을 식생활에 널리 리용한 사실은 당시 식품의 저장 및 양조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있었으며 우리 인민들이 일찍부터 남새를 여러가지 방법으로 가공할줄 알았고 소금에 절여서 만든 김치와 같은 저장음식들도 널리 만들어먹었음을 알수 있게 한다.
우리 나라에서 김치에 대한 직접적인 기록은 고려시기에 처음 보이는데 이 시기에는 고추가 재배되지 않았으므로 여기에서 말하는 김장은 고추를 넣지 않은 동치미였을것이다. 김장풍습이 있었다는것은 이 시기 김치가 일반가정들에서 보편화되여있었고 특히는 겨울철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음식의 하나였다는것을 말해준다.
자료에 의하면 고려시기에는 어장고, 침장고(간장, 된장, 김치를 만들어 보관해두는 창고)를 만들고 김치를 대량적으로 생산하였다고 한다.《리조실록》에서는 1409년에 김장고를 설치하였다고 하였으며 《삼봉집》에는 고려때의 풍습에 따라 료물고(소용되는 물건을 넣어두는 창고)를 설치하였다고 기록되여있다.
이 료물고는 남새류와 그 가공품을 두는 곳이기때문에 김장고의 전신이라고 볼수 있다. 조선봉건왕조시기에 이르러 김치는 더욱 발전하였다. 특히 17세기에 고추가 재배되면서 이때부터 오늘의 김치와 비슷하게 여러가지 양념이 고루 들어간 다양하고 특색있는 김치들이 만들어지게 되였다.
《규합총서》, 《산림경제》등 민족료리고전에 기록된 김치의 종류는 무려 수십여종에 달한다. 여러 기록들에는 김치를 《침채》, 《침장》, 《짠지》, 《싱건지》 등 여러가지 이름으로 서술하였다. 여기서 《침채》는 텁텁한 김치이고 《침장》은 소금물에 담그어 저장한다는 의미에서 불리워진 이름이였다.
우리가 오늘날 말하는 김치, 김장은 바로 이 《침채》, 《침장》이 세월이 흐르는 과정에 이전되여 생겨난 말이다. 그리고 《짠지》는 국물이 없이 짜고 매운 김치를, 《싱건지》는 국물이 맑고 싱거운 김치를 말하였다.
우리 나라 고유의 음식인 김치는 시원하고 쩡하면서도 독특한 향기와 상쾌한 감칠맛을 조화롭게 가지고있는것으로 하여 오늘날에 와서는 여러 나라들에 널리 퍼져 세계적범위에서 특색있는 건강장수식품으로 자기의 존재를 뚜렷이 나타내고있다.
♣ 지방의 특색있는 김치들
김치는 조선의 고유한 민족음식으로서의 일반적속성을 가지면서도 지방적특성이 있다. 우리 인민들은 예로부터 자기 지방에서 나는 음식감들을 리용하여 모양과 맛, 색갈과 향기 등에서 지방적색채가 짙은 여러가지 김치를 담그어 먹었으며 그 가공법을 후세에 길이 전하여왔다.
□ 평안도의 백김치와 동치미
백김치는 고추를 전혀 넣지 않거나 적게 넣고 담그므로 허옇게 보이는데서 붙은 김치이름이다. 다른 김치보다 간을 연하게 맞춘 김치물을 많이 넣고 담근다. 백김치는 우리 나라에서 고추가 재배되기전부터 담그어왔으므로 다른 김치보다 력사가 오래다. 이 김치는 다른 지방의 김치와 달리 사발이나 대접과 같은 큰 그릇에 국물을 많이 부어서 먹는다.
백김치는 국수나 밥을 말아먹는데도 좋다. 동치미는 독에 통무우를 넣고 김치국을 해부은것인데 이른봄까지 먹는 김치이다. 배, 생강, 고추 등과 같은 조미료를 적게 쓰며 국물을 많이 해넣는것이 특징이다.
동치미는 깨끗한 독에 무우를 한돌기 넣고 소금을 한줌 뿌리고 또 무우를 넣고 소금을 뿌리는 식으로 한독을 거의 채운 다음 여기에 소금물로 국물을 해붓고 양념감을 천에 싼채로 띄운다. 양념감을 싸는것은 그것이 흐트러지지 않게 하여 김치국물이 맑아지게 하기 위한것이다.
좋은 무우를 가지고 삼삼하게 담근 동치미는 익으면서 맛이 산뜻하고 쩡해지는데 그 국물로 흔히 메밀국수를 말았다. 유명한 평양랭면도 이 동치미물에 말았기때문에 그처럼 이름떨치게 되였다.
평안도의 특색있는 김치에는 이밖에도 콩나물을 슬쩍 데쳐 양념하여 익힌 콩나물김치와 가지를 데쳐서 손으로 찢거나 칼로 썰어 고추, 마늘, 파 등 여러가지 양념을 하여 익힌 짭짤한 가지김치가 있다.
□ 함경도의 갓김치와 영채김치
함경도산간지대에서는 배추보다 갓이 더 잘 되였으므로 이곳 사람들은 갓김치를 즐겨 해먹었다. 갓김치는 갓의 잎과 줄기로 담근 김치이다.
절인 갓에 파, 마늘, 생강, 고추가루를 두고 골고루 버무려 독에 무우와 한돌기씩 엇바꾸어 넣고 우거지를 덮어서 익히는데 국물이 발그스름한 고운 색을 띠고 냄새가 향긋하며 약간 매울사하면서 시원한 맛을 내는것이 특징이다.
함경도의 산간지대들에서는 예로부터 산골물이 흐르는 개울가에 김치독을 묻어놓고 갓김치의 고유한 맛을 보존하면서 여름철까지 먹는 풍습이 전해내려왔다.
또한 갓김치국물로 언감자국수, 귀밀국수를 말아먹는 식생활풍습도 있었는데 이렇게 만 국수는 그 맛이 하도 좋아 셋이 모여 갓김치국물에 국수를 말아서 먹느라면 그가운데 한사람이 갑산으로 가도 모른다는 말까지 생겼다.
함경도지방에서 특별히 일러준것은 영채김치이다. 영채김치는 갓김치의 한 종류인데 상갓의 잎을 따서 소금에 절였다가 양념을 섞어 항아리에 넣고 봉해서 익힌 김치이다. 색이 누르스름하고 맵고 상쾌한 맛을 내는것이 특징이다.
옛날 함경도사람들은 이 김치를 귀한 손님이 오면 밥반찬으로 내놓군 하였다. 영채김치를 《영갈채김치》, 《상갓김치》라고도 하였다. 이밖에 무산지방의 무우청김치도 산간지대의 별식의 하나였다.
□ 황해도의 고수김치
고수는 미나리 비슷한 남새인데 고수로 담근 김치는 황해도의 특산이였다. 고수김치는 고수의 잎만 가지고 담그거나 배추에 고수잎을 넣어 담근다. 황해도에서는 또한 늙은 호박과 배추, 무우를 섞고 파, 마늘, 생강, 고추가루를 두고 버무린 다음 새우젓국물과 소금으로 간을 맞춘 호박김치도 명물이였다.
□ 강원도의 참나물김치
참나물김치는 참나물을 양념에 버무려서 담근 김치이다. 참나물에 소금을 쳐서 숨을 죽인 다음 쌀 씻은 물로 김치국물을 해붓고 뚜껑을 꼭 덮어놓으면 잠시후에 새큼하고 향기로운 김치가 된다. 이 김치는 늦은 봄부터 여름에 걸쳐 참나물 애잎을 뜯어 담그는데 향기롭고 시원하며 불그스레한 고운 색갈을 내여 입맛을 돋군다.
강원도에서는 배추김치보다 무우김치(동치미)를 더 즐겨 담그었으며 열무김치나 도루메기, 명태, 무우를 토막내여 고추가루물을 들이고 마늘, 생강, 파, 미나리 등과 고루 섞어서 버무려 익힌 해산물김치같은것도 담그어 먹었다.
□ 개성의 보쌈김치
개성보쌈김치에는 두가지가 있다. 그 하나는 통배추를 가로 두토막이나 세토막을 내서 매 배추갈피사이에 낙지, 마른명태, 돼지고기나 소고기, 참나무버섯, 밤, 잣, 무우, 고추가루 등을 버무려 넣고 배추잎으로 싸서 독안에 차곡차곡 넣어 익힌 김치이고 다른 하나는 통배추를 나박김치처럼 모가 나게 썰어 여러가지 양념을 함께 버무려 배추잎으로 싸서 독안에 넣어 익힌 김치이다.
보쌈김치는 좋은 양념감을 쓰고 배추잎으로 쌌기때문에 배추의 신선한 맛이 변하지 않는 장점이 있어 다른 김치보다 고급한것으로 여긴다. 개성지방에는 보쌈김치를 음력 10월경에 담그어 주로 설이나 정월대보름 또는 4월 8일을 전후하여 먹는 풍습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