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을 담은 버섯
오솔길을 따라 집에 도착한 할아버지와 자연이.
작은 상자가 먼저 도착해 있습니다.
신문에 쌓여진 포장을 열자 하얀 가루를 입은 버섯이 있네요.
“할아버지, 버섯이에요.”
“그래? 어디 보자. 목이버섯을 말린 것이로구나.”
할아버지는 상자에 붙은 운송장을 이리저리 봅니다.
누가 보냈는지 알아보려고 하시는 것이겠죠.
자연이는 말린 목이버섯을 주방으로 가져가 물에 담갔습니다.
“뭐 하니? 자연아.”
“귀 같지요? 아까는 제 귀가 목이버섯이었어요. 다행히 그러다 말았지만. 큭큭큭.”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자연이는 능이버섯을 만났을 때를 떠올리며 웃습니다.
“아니에요. 아무것도. 할아버지,
목이버섯이 물을 먹으면서 이상한 선이 보여요. 할아버지.”
“녀석도.... 그래? 어디 보자.”
할아버지는 목이버섯을 안경 너머로 보시다가 불빛에 비추어 펼칩니다.
“음. 자연이.... 관찰력이 대단한데?
이 선들은 담자균류가 뻗어 나가는 모양이란다. 이 끝에 포자가 붙어 있어.”
자연이는 물에 불은 물컹한 목이버섯을 펼쳐 들었습니다.
가는 균사는 뿌리처럼 뻗어 나가지만 어찌 보면 별자리를 연결한 선처럼 보입니다.
친구를 찾아 헤매는 여름철의 백조자리 시그너스.
자연이는 잠자리에 들기 전 천체망원경을 보는 버릇이 있습니다.
어릴 때 달 속에 있다는 토끼가 보고 싶어서 사달라고 졸라서 얻은 것이지요.
좀 더 크고 멋진 망원경을 갖는 것이 소원이지만 접안렌즈(아이피스)를 교체하면
그런대로 별자리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밤하늘이 맑아서 백조자리를 금세 찾을 수 있습니다.
먼저 백조자리의 알파별 데네브를 찾고, 그다음 여름의 대삼각형을 연결해 봅니다.
“찾았다. 백조.”
“자연아, 뭐해? 톨.”
“어, 토리야. 나 백조자리 찾고 있어. 너도 볼래? 이리 와봐.”
토리는 눈을 크게 하고 망원경을 봅니다.
“아름다워. 톨. 그런데... 백조의 머리가 어디에 있는 거야? 톨.”
자연이는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습니다.
“와하하하. 맞아 나도 처음엔 그랬어. 백조 머리는 여기에 있어. 아래쪽.”
별이 반짝이는 창가, 오래전 신들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토리야, 시그너스는 아폴로의 아들 파에톤의 친구야.
파에톤은 친구들에게 자신이 신의 아들이라고 자랑하고 싶었대.
그 증거로 아폴로만이 끌 수 있는 태양의 마차를 끌어 보이겠다고
친구들 앞에서 장담을 했어.
아버지는 고집스런 파에톤에게 주의를 주었지만
어리석은 파에톤은 어른 말씀을 듣지 않은 거야.
결국, 마차를 잘못 끌어서 온 세상을 불바다로 만들었어.
제우스가 이런 모습을 보고 화가 나서 파에톤에게 번개를 던져버렸대.
그리곤.... 파에톤은 에리다누스 강에 떨어졌고.”
“죽은 거야? 톨?”
“그렇겠지. 파에톤 친구가 시그너스인데 친구를 잃은 슬픔에 매일,
깊은 에리다누스 강 속을 들여다보면서 찾아다녔지만, 시신을 찾지 못하고
슬픔에 앓다가 시그너스도 죽었대. 불쌍하지?
그런데 다행히도 이런 모습을 지켜본 제우스가 시그너스의 아름다운 우정에
감동해서 밤하늘의 별로 시그너스를 영원히 살게 한 거야.”
“근데, 왜 하필이면 제우스가 시그너스를 백조로 만들었어? 톨.”
“강가에서 파에톤을 찾는 모습이 백조가 먹이를 찾는 모습과 같아서였대.
별들의 이야기는 아름답지만, 좀 슬퍼. 그치?”
“자연아, 우리 파에톤을 찾으러 갈까? 톨.”
자연이는 눈을 반짝였습니다.
토리는 창밖으로 나가서 몸을 한~ 껏 부풀렸습니다.
자연이는 창가에 올라가 팔짝 토리 위에 올라앉았습니다.
시그너스를 향해 또 하나의 별이 날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