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지개 빛 마법의 포자
“토리야, 넌 지혜로운 할머니의 이야기를 이해하겠어?”
토리는 가벼운 몸을 동동 띄워 자연이의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글쎄. 톨.
인간 어른들만 어려운 말을 하는 줄 알았더니 버섯 어른들도 어려운 말을 하네. 톨.
너무 화내지 마. 방법이 있을 거야. 톨. 믿어봐. 톨”
“그래, 알아. 언젠가는 치유되겠지! 그런데 언제 되냐고!”
자연이는 걸음을 멈춰 쾅! 발을 굴렀습니다.
화도 나고 할아버지가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눅눅한 흙향기와 나무향기가 코를 자극하였습니다.
“아~ 좋다. 이 향은 언젠가 맡아본 향이야. 음. 고기하고 풀.”
향기가 나는 곳은 곧게 자란 느티나무 아래입니다.
젖은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고 그 밑에는 검게 그을린 능이가 무리지어 있었습니다.
그 중 비늘이 가장 오톨도톨한 능이버섯이 구부정한 몸을 펴고 손짓을 합니다.
자연이는 저도 모르게 능이버섯을 따라 느티나무 구멍으로 들어갑니다.
느티나무 안은 어둡고 습했습니다.
“네가 자연이.... 구나. 넌.... 아주 착하고 똑똑해..... 모험심도 많고. 그렇지?”
“네... ”
자연이는 능이버섯의 향기에 취해 몸을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저.... 소원이 있어요... 다시 예전처럼 커지고 싶어요.”
능이버섯은 까만 손톱 끝으로 버섯 갓을 살짝 톡 쳤습니다.
그러자 우수수 포자들이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손바닥에 떨어진 무지개 빛 포자 중에 보라색 포자를 건네주었습니다.
“네가.... 지금.... 원하는 것을 생각해....”
자연이는 그것을 입에 넣고 두 눈을 꼬옥 감았습니다.
귀가 웅웅 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제발 커져라. 근데... ’
자연이는 두 눈을 떴습니다.
“자연아... 놀라지 마. 톨”
토리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자연이는 두 손을 보았습니다. 이런!
손과 팔은 인공 재배한 팽이버섯처럼 길어졌고
코는 양송이처럼 동그래졌습니다. 그리고,
귀는 목이버섯처럼 너울거렸습니다.
“아냐, 이런 걸 생각한 게 아니라고. 능이 아줌마. 이게 뭐예요?”
자연이가 화를 내자 양송이 코가 빨갛게 반짝였습니다.
“호호홋. 참 귀엽구나......잘 어울려.....
지금 너의 모습은 네가 생각한 그대로야. 의심 많은 독버섯....처럼 말이다. 호호호.”
자연이는 눈물이 났습니다.
마음 저편에서 능이버섯 아주머니를 믿지 않은 것이 부끄럽기도 하였습니다.
“힘내. 자연아. 톨.”
“아줌마, 다시 해 볼게요.”
능이버섯 아주머니는 보라색 포자를 다시 자연이에게 주었습니다.
자연이는 이제 박하사탕을 먹을 때처럼 가벼운 마음입니다.
지금 자연이는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버섯연구소의 현관문 앞을 지납니다.
현관문 앞에 전시된 진열장에는 진짜처럼 생긴 능이버섯과 개능이 버섯모형이 보입니다.
“고마워요. 능이 아줌마, 마법의 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