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램프쿡 로고
    • 검색검색창 도움말
  •   
  • 신비로운 버섯

  • SNS 공유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카카오스토리 카카오톡
  • 이전페이지
  • 목차
  • 다음페이지
  • Chapter 2. 재미있는 버섯동화
  • 이동

h2mark 열여덟 번째 여행 | 차가버섯

♣ 시베리아의 모험, 신이 주신 선물

자연이가 사는 집 근처에는 자작나무가 많습니다.

자작나무는 자연이가 좋아하는 나무입니다.

하얀 나무껍질을 가진 자작나무의 향기를 가만가만 맡고 있으면

맑은 눈이 내린 산에 와 있는 기분이 듭니다.

쭉쭉 뻗은 나무기둥은 숲을 지켜주는 씩씩한 전령의 모습이기도 하고,

자연이의 마음을 든든하게 하는 그 무엇이기도 합니다.

자연이는 얼굴을 들어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밤하늘을 봅니다.

“자연이는 자작나무를 좋아하지? 자작나무가 왜 그런 이름을 가졌는지 말해줄까?”

할아버지는 자작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자작나무는 재질이 좋고 단단해서 건축이나 조각을 할 때 많이 사용한다고 해요.

그 껍질을 태울 때 ‘자작자작’하는 소리가 나서 그런 이름을 갖게 되었는데요.

또 다른 이름으로는 ‘백서(白書)’라고도 부릅니다.

옛날에 그림을 그리는 화공들이 나무의 껍질을 태워서

그 숯으로 그림을 그렸고 가죽을 염색할 때도 사용했다고 전하지요.

“할아부지, 구름이 나뭇가지에 걸렸어요.”

“그렇구나.”

“저요. 어렸을 때 구름이 지우개라고 생각했어요.

달님이 있는 곳을 따라다니며 동그라미를 지우잖아요.”

“허허허, 그래 그도 그렇구나.”

“할아부지, 예전엔 많이 업어주셨잖아요. 지금 너무 컸죠?”

“껄껄. 그래.

할아버지가 우리 자연이를 너무 오랫동안 업어주질 못했구나. 이리와 봐라.”

자연이는 두 손을 가슴에 꼭 모으고 할아버지 등에 얼굴을 대었습니다.

할아버지의 등은 참으로 넓고 따뜻합니다.

할아버지는 한 손으로 자연이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자작나무가 늘어서 길을 왼쪽, 오른쪽으로 흔들흔들 걸었습니다.

어릴 때와 같이, 부드러운 바람이 지나갑니다.

“자연아, 할아버지가 너 태어나기도 전에 시베리아에 간 적이 있었어.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말이다.”

“한 얼마쯤이요?”

“음.... 지금부터 40년 전인가. 유 교수랑 갔었지.”

할아버지의 둘 도 없는 친구, 유 교수님.

두 분이 경험한 시베리아의 채집 이야기는 굉장했습니다.

“그날은 우리가 시베리아 도착한 날 중 가장 추운 날이었지.

그 당시 시베리아에만 있다는 식물을 채집하려고 했는데, 결국 찾지 못했어.

우린 너무 지쳐서 마을로 내려가려고 했거든. 그런데 길을 잃어버렸던 거야.

초행길인데 겁도 없이 지름길로 간다고 눈밭을 가로질러 가다가 길을 잃게 된 거야.

생각이 짧았던 거지. 지금 생각해도 어리석었단 말야.

해는 지고, 춥고 피곤해서 걸을 수가 없었어. 그래서 잠시 쉬기로 했지.

아... 그런데,

지금도 눈에 선해. 자작나무 사이로 날리던 그 눈과 하늘빛.”

할아버지는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눈은 자작나무와 대지, 모두를 하얗게 만들었어. 그건 다른 세상의 모습이었지.

내리고 쌓이고 내리고 쌓이고. 음~.”

“그래서요?”

“그래서? 그래서. 마침,

내게 침낭이 있길래 둘이 어깨를 붙이고 침낭을 덮었어.

그렇게 잠시 오들거리던 몸을 녹였거든.

커다란 자작나무 아래에서 말이야.

배도 고파오고 이제 일어나 마을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디선가 늑대 울음소리가 들리는 거야. 자니?”

“아뇨. 얼른 해 주세요. 그래서요?”

할아버지는 걷던 길을 되돌아 집으로 향합니다.

“자, 이제 큰일이 난거지.

우린 주변의 나무 중에 오르기 쉬운 것을 하나 정했어.

유 교수는 워낙 몸이 날래서 금세 나무에 올라갈 수 있었지만,

이 할아버지는 너도 알다시피 몸이 좀 크잖냐.

아이구! 난 몇 번을 나무에서 미끄러졌어요.”

“우후후. 그래서요?”

자연이는 터지려는 웃음을 두 손으로 막았습니다.

“웃을 일이 아니야. 마음은 바쁘지, 늑대는 쫓아오지.

아, 그런데 다리가 움직이질 않는 거야.

눈 때문에 미끄러진 것이라고 변명을 하긴 했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 어찌나 허둥댔던지.

그때나 지금이나 유 교수는 참 대단한 친구야.

글쎄, 내가 나무에 올라갈 때까지 침낭에 불을 붙여서는 늑대를 위협하는 거야.

그 모습이 어찌나 침착한지 아직도 눈에 선해.

그 덕분에 난 나무에 올라갈 수 있었고.

음. 유 교수 팔에 있는 화상을 본 적 있지?

그 흉터가 이 할아버지 때문에 생긴 거야.

연구도 잘하고 아주 훌륭한 친구야. 유 교수.”

“늑대는요? 늑대는 어떻게 됐어요?”

“늑대? 그 녀석들 덕분에, 우린 나무 위에서 하룻밤을 보냈어.

배고픈 늑대들도 기다리다가 지쳤는지 제집으로 돌아가더라고.

아침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정말 길더구나. 아는 노래를 죄다 불렀는데도 말이다.

허허허.”

다행히 이른 아침에 그곳을 지나던 마을 사람이

얼어 있는 할아버지와 유 교수님을 발견했고 그의 집에서 쉬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가 준 따뜻한 차에서 특별한 향이 나더래요.

버섯 열여덟 번째 여행, 차가버섯

“무슨 차냐고 물었더니,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하더라고. 신이 주신 선물.”

자연이는 스르르 눈을 감습니다.

할아버지의 등은 점점 푹신한 침대로 변해갔지요.

“그래. 신이 주신 선물, 차가버섯이지. 자작나무에서만 자라는 버섯. 자니?

다음날 우린 자작나무의 차가버섯을 채집해서 한국으로 돌아왔어.

아주 훌륭한 모험이었다.”

할아버지는 잠든 자연이를 업고 불이 밝혀진 농장의 작은 문을 엽니다.

자작나무 사이로 보슬비가 내립니다.

  • 이전페이지
  • 목차
  • 다음페이지
  • 자료출처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 자료출처 바로가기

향토음식 한반도통합본 후원금 모금안내 향토음식 한반도통합본 후원금 모금안내 바로가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