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음식 상차림

어느 한 지역을 알고 싶거나 여행을 하고자 할 때는 그 지역의 자연과 역사, 문화를 조사하게 된다. 문화에 대한 조사 중에는 날마다 일어나는 먹는 행위 즉 음식이야기틀 빼놓을 수가 없다. 먹는다는 행위 자체가 문화이기 때문이다.

지역마다 자연과 환경이 다르므로 음식문화는 지역과 시대에 따라 변한다. 그러나 우리는 날마다 먹는 음식 보다는 다른 나라의 새로운 음식에 호기심을 갖는다. 먹는다는 일상의 행위에서 일탈된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 많은 사람들이 자기 지역 향토음식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왜 향토옴식인가? 현재 우리나라의 식생활은 동물성 식품 사용량이 많은 서구식 식사패턴과 외식소비가 증가하였으며, 식량자급자족이 감소하고 대신 외국산 농산물 수입 의존도가 높아졌다.

이런 식품 소비패턴의 변화와 전롱음식 식재료 공급의 붕괴가 오면서 건강상의 문제가 커지고 있다. 첫째, 동물성 식품섭취 중가 등 식생활의 서구화와 영양불균형을 초래하는 전통식문화의 붕괴는 비만과 고혈압, 당뇨범, 뇌졸중, 심장질환과 갈은 생활습관병의 발병을 증가시키고 있다.

둘째, 수입식품의 증가는 농장에서 식탁까지의 거리가 더욱더 멀어졌음을 의미한다. 수입식품은 식재료 운반의 시간이 길고, 또한 저장 유통 과정 중의 변질을 방지하기 위한 첨가물의 문제, 유통과정 중 저장방법에 따른 안전성의 문제, 그리고 장거리 수송에 따른 과다한 에너지 소비로 인한 지구 온난화 등의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따라서 세계적으로 인근 지역의 신선하고 안전한 제철 농산물을 이용하자는 로컬푸드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향토음식은 지역의 식재료와 독특한 조리법으로 오랫동안 전해져온 음식으로 지역마다 특색있게 발전되어 왔으며 지역마다의 특색있는 맛을 지니고 있다.

우리 제주만의 특색 있는 맛과 멋은 무엇일까? 한라산과 중산간이라는 넓은 들과 무엇보다 섬을 휘감고 있는 풍요로운 바다에서 나오는 다양하면서도 신선한 청정재료가 아닐까 한다.

하룻길이면 산으로 바다로 갈 수 있는 지리적 조건까지 더하면 제주움식의 식재료는 생산에서 소비까지 기간이 짧다는 것, 바로 신선 재료라는 것, 청정 재료라는 것이다. 제주만의 고유한 음식은 가까운 거리에서 생산된 식재료를 그 맛을 보존하면서 담백하게 조리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특징이 자연식을 선호하는 현대인의 입맛에 맞는다고 볼 수 있다. “제주도는 다른 지방과 왕래가 쉽지 않아 섬 안에서 생산되는 식품에만 의존하였고 조리법은 매우 단순하고 간단하다는 것이 특징이다”라는 것이 초기의 많은 문헌에서 기록되는 제주 움식문화의 특징이다.

그러나 제주도의 식재료가 한정되어 있다는 설정부터 이미 그롯된 생각이다.

산, 바다. 들이라는 자연환경에서 다양한 식재료가 공급되었고, 산과 바다 사이가 하롯길이면 왕복이 가능하고, 날씨가 따뜻하다는 지형적 특징은 음식을 복잡하게 요리, 가공, 저장하기 보다는 가장 신선한 상태에서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이런 신선 재료의 요리법은 재료의 맛을 살리는 단순한 조리법을 사용한다는 것이 조리원리의 가장 기본이다.

많은 생선국들이 이런 특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단순 조리법이라는 것은 음식문화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고도의 음식문화인셈이다. 여기에 건강을 생각하는 웰빙 문화의 트랜드까지 더해져서 제주 향토음식이 점점 더 부각되고있다.

요즘 사람들은 먹을 것을 앞에 놓고 생존을 생각하기 보다는 맛과 멋을 찾으며 그 속에 숨겨진 지역의 문화나 역사를 생각하며, 담론을 주고 받고 추억을 만들며, 움식이 주는 오감을 느끼면서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

즉 풍요로움의 시대에 멀리서 돌고 돌아오는 식재료에서 느껴지는 이국의 맛보다는 제철 제고장에서 나는 식품, 그 지역의 독특한 문화, 식문화를 경험해보고 싶어 한다.

* 책임연구원 고 양 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