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에 전복을 넣었던 기록이 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지만 꽤 널리 알려진 김치이다. 김치 이름은 섞박지이다. 울산사람들에게 섞박지는 낯선 이름이다.
섞박지는 배추와 무 . 오이를 절여 넓적하게 썬 다음, 여러 가지 고명에 젓국을 쳐서 한데 버무려 담은 뒤 조기젓 국물을 약간 부어서 익힌 김치를 말한다. 섞박지는 사대부 집안에서 먹던 고급 김치 였다. 조선의 사대부였던 김려는 섞박지를 만드는 법을 시로 남겼다. 그의 시「만선과잉고」에 울산 전복이 있다.
만선과잉고 〈은가(銀茄)〉
집비둘기는 여뀌로 조리하고
조개젓도 김치 맛을 돋우긴 하지만
통통하고 흰 은색 물가지에는
굴젓이 들어가야 제격이니
어찌 다시 차게 언 신 김치를 먹으랴
담는 법은 늙은 아낙에게 배웠다네
진주(眞珠) 같은 울산 전복은
말발굽보다 작게 저미고
웅장과 실고추
청각과 다진 마늘
동아와 월과를
가지와함께 가지런히 한 데 넣고
조기 젓국이 스며들면
달고 시원함이 제호탕보다 낫구나
무는 배처럼 연하고
달래와 피는 비름처럼 부드럽네.
그는 울산 전복을 진주 같다고 비유한다. 전복의 하얀 살이 진주와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진주처럼 귀한 대접을 받는 울산 전복의 위상까지 더해진 표현이 아닐까 싶다. 이 시는 울산 전복의 위상을 짐작케 한다. 물론 전복이 주재료는 아니다.
이 시에 서술한 섞박지의 주재료는 흰색의 물가지이다.80) 물가지 섞박지에 울산 전복이 들어간 것이다. 울산 전복은 말발굽보다 작게 저며 섞박지에 넣었다.
시를 보면 굴젓, 조기 젓국 등과 함께 어우러져 달고 시원한 맛을 내는 김치였던 모양이다. 시인은 오랜 유배 생활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후 궁핍한 생활을 하던 중에 이 시를 지었다고 한다. 시인이 꿈꾸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끼는 음식이 아니었을까 싶다.
♣ 그리운 고향의 맛, 전복곰
최현배는 전복곰을 고향을 생각나게 하는 맛이라고 한다. 그는「내 고향 자랑」에서 울산 음식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유포의 유지렁은 전라 순창의 고초장으로 짝할만하여, 조선간장(지렁)의 최상급 대표적인 것이요, 그 진득진득하고 구수한 울산 전복곰, 그 시원하고 향긋한 합도(蛤島)의 깜박조개국, 조선천하 어데서 이 같은 맛을 얻어 볼 수 있으랴.81)
‘조선 천하 어디에서 이 같은 맛을 볼수 있을까’ 고향 울산음식의 확신에 찬 서술이다. 그가 말한 전복곰은 전복곰탕을 말하는데, 진득하고 구수하다고 자랑한다. 일반적으로 ‘곰’은 고기나 생선을 진한 국물이 나오도록 푹 삶은 국을 말한다. 소금을 조금 넣어 삶기만 하면 기력 회복에 좋은 전복곰이 된다.
♣ 전복선
전복선은 ‘모젓’이라고도 한다. 강동동의 제전마을에서는 오징어 젓갈도 ‘모젓’이라고 했는데, 요리법은 같다. 오징어나 전복 등이 들어간 것에 초점을 두기보다 요리 방식이 같을 때 쓰는 이름이 아닌가 싶다.
① 무는 채 썰고 왕소금을 뿌려서 물기를 뺀다.
② 채 썬 무는 간이 배이도록 2분 동안 그대로 두었다가 물에 헹군 후 물기를 충분히 뺀다.
③ 전복은 내장을 제거하고 살만 쓴다.
④ 다진 마늘 고춧가루, 참기름, 물엿, 쪽파, 통깨를 넣는다.
3~4일이 지나면 전복의 향이 배어나면서 맛이 더 좋아진다.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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