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경이 금지가 되면서 무엇보다 고래고기 가격이 대폭 상승했다. 더 이상 싸다는 이유로 쉽게 먹을 수 있는 서민 음식이 아니었다. 고래고기는 소고기보다 비싼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 그래서 고래고기를 저렴하게 원 없이 먹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이가 많다.
지금은 귀하니까네. 억수로 비싸다 아이가. 고래도 먹는 사람들이 더 먹는다고, 지금 먹고 싶어도 너무 비싸니까네 못 사 먹지.40)
그는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한 상황을 아쉬워하고 있다. 그래서 고래를 많이 잡기만 하면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고래고기는 장생포 일대의 식당뿐만 아니라 울산의 시장에서 어렵지 않게 볼수 있다. 시장에서는 거의 밍크고래가 판매되고 있다.
울산농수산물시장의 한 고래고기집에서 판매되고 있는 고래고기이다. 고래고기는 부위별로 잘라져 손님을 기다린다. 손님이 원하는 양만큼 잘라 판매된다. 고래고기는 어떤 맛일까. 고래고기는 12가지 맛이 난다고 한다. 고래고기는 늘 소고기와 비교당한다.
고래의 맛이 소고기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먹고 싶어 하는 소고기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나은 맛이라고 보았다. 고래고기를 소고기와 비교하면 맹물과 설탕물이라고 보기도 한다.41) 부드러운 식감이 소고기를 능가한다는 것이다.
고래고기가 비교당하는 또 하나가 있는데, 바로 과거의 추억이다.『시와 함께 만나는 울산의 깊은 풍경』에서는 고래고기를 열세 가지 맛이 난다고 했다. 흔히 알려진 12가지 맛에 한 가지가 보태진 것으로 봤는데, 그 한 가지가 추억의 맛이다.42) 오늘 먹는 고래고기는 과거에 먹었던 고래고기와 늘 비교당한다.
지금 고래고기하고, 옛날 고래고기는 틀려요. 옛날 것이 참 맛있었어요 저는 애기 가졌을 때도 그게 먹고 싶어서 가서 먹었는데 그 맛이 아니에요. 옛날에 굉장히 맛있었어요. 그 당시에는 고래가 많이 잡혀서 고래고기가 좀 흔했어요.
지금은 고래가 더 비싸지만 그때는 소고기가 더 귀했어요. 잔치 때 소고기를 쓰면 부잣집이라고 했고, 고래고기 쓰면 보통 사는 집이다라고 했어요. 요즘은 고래고기가 귀해서 더 비싼데 요즘 고래고기는 맛이 없어요. 맛이 꼭 상한 것 같아요. 옛날 맛이 아니에요.
김경희 (여 1969년생), 달동출신.43)
예전에 먹었던 고래고기에 대한 맛이 최고라는 이야기이다. 세상에서 제일 까다로운 맛이 추억의 맛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해 주셨던 음식, 군대에서 먹었던 음식, 남편과 처음으로 먹었던 음식이 시간이 흐르고 추억이 가미되면 세계 최고의 맛이 된다.
그 맛은 누구도, 어떤 경우라도 재현하기 어렵다. 고래고기가 예전의 맛을 내지 못하다는 생각은 상당히 주관적 이다. 배고프던 시절 고괘고기를 먹었던 사람들은 고래고기가 언제나 맛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맛없는 고기는 고래고기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고래가 10~20년 사이에 다른 맛이 되었을 리가 없다. 그래서 고래를 빙자한 다른 고기를 먹었기 때문일 것이라는 자기 합리화도 한다.
고래고기라고 먹어봤는데, 정말 맛없더라. 고래고기가 아닌갑더라.44)
맛이 있는 고래가 아니라 살쾡이라든가 돌고래를 먹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울산 사람들은 가난하던 시절 자신들을 배부르게 먹여 준 고래고기에 대한 고마움을 가지고 있다. 이 고마움은 고래고기가 정말 맛있는 고기라는 절대적 믿음으로 남아 있다. 이는 “고래고기의 참맛은 울산 사람들만이 안다”는 자부심 이기도 하다.45)
ID | |
PW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