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오영수는 오랜 서울 생활을 접고 낙향을 결심한다. 때는 1977년이었다. 하지만 그는 여러 작품에서 그토록 그리워하던 고향 언양에 돌아오지 않았다.
고향으로 가고 싶다. 그러나 고향에는 가기 싫다. 고속도로 공사로 해서 각지에서 모여든 뜨내기 노동자들이 근 두해 동안이나 들끓고 묵는 동안 색주가와 다방이 판을 치고, 미나리 강마을 살결 고운 가시내들은 눈두덩에 멍자국 같은 칠을 하고 울저지에 샌들을 끌고 다니게끔 돼버렸다.
(삼호강, 현대문학 1974.5.)
고속도로와 공장이 생기면서 변해버린 고향의 중심에 언양불고기가 있다. 오영수가 변해버린 고향에 마음을 열지 못하는 사이 언양불고기라는 새로운 음식이 울산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언양불고기가 십여 년 만에 울산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언양에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우시장이 있었다. 언양우시장은 일제강점기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표 우시장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소고기를 파는 음식점이 눈에 띄지는 않는다.
우시장이 불고기 문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러한 가운데 우시장 옆에 한우 곰탕집이 문을 열었다. 이 식당은 1969년에 개업한 부산식육점보다 먼저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후 부산식육점이 개업하면서 언양의 소고기 문화를 이끌고 있다.
어떤 문화적 요인이 언양을 불고기의 성지로 만들었던 것일까. 언양불고기의 유명해 지게 된 데에는 경부고속도로의 역할이 지대하다. 경부고속도로로 인해 언양의 교통이 좋아졌다. 언양은 부산과 울산 시내, 경주를 한 시간 안에 갈 수 있는 교통의 요지가 된다.
경부고속도로는 언양 읍내를 관통하고 있어 어느 지역보다 접근성이 뛰어나다. 언양톨게이트는 1%9년 12월 29일부터 2004년 12월 29일까지 35년간 언양의 관문이었다. 언양톨게이트는 사실상 ‘언양불고기 단지’로 안내하는 출입문이나 다름없었다.
언양톨게이트에 진입하자마자 늘어선 불고깃집을 지나가게 된다. 길가에 즐비하게 늘어선 불고깃집에서 나는 고기 냄새를 뿌리치기란 쉽지 않다. ‘훗날 돈을 벌면, 만약 돈이 있으면 꼭 먹으러 가리라.’
이와 더불어 많은 이들이 경부고속도로 공사를 하던 노동자가 언양불고기의 활성화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된 것은 1969년이고, 부산식육점이 개업한 때도 1969년이다.
지금과 같은 언양불고기가 자리 잡았다고 하기에는 시기가 맞지 않는다. 많이 알려진 것처럼 자수정 광산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언양불고기를 알리는 데 한몫을 했다. 언양과 인근에 거주했던 공장과 광산의 노동자들이 언양불고기를 적극 소비했던 것만은 틀림없다.
이후 언양불고기를 본격화한 것은 울산에 있던 노동자들이다. 그들은 한국 산업화의 주역이었지만 언양불고기의 오늘을 만든 또 다른 주역이기도하다. 그들은 마이카시대를 맞이하여 어디든 가고싶어 했다. 그들에게는 자동차를 타고 나가 외식을 할 만한 장소가 필요했다.
또한 영남알프스도 빼놓을 수 없다. 영남알프스는 가지산 1,241m, 운문산 1,188m, 천황산(재약산) 1,189m, 신불산 1,159m, 영축산(취서산) 1,081m, 고헌산 1,034m, 간월산 1,069m를 말한다. 무려 7개에 달하는 높은 산은 여가를 보내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언양불고기는 영남알프스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성장한 것이다. 또한 전국적으로 불기 시작한 외식 문화도 언양불고기를 활성화 시키는 데 기여했다. 1990년대 외식 문화의 정착으로 불고기 시장은 급성장한다. 대표적인 외식 메뉴는 소고기였다.
외식을 할때 10명 중 4명 이상은 소고기 종류를 먹었다.18) KBS의 다큐프로그램인〈한국인의 밥상〉은 불고기를 가난에서 벗어났다는 신호라고 보았다.19) 맛있는 것을 찾아 나서는 일이 일상이 되는 시대가 시작되었다.
허기를 채우는 데 집중했던 지난날과의 이별을 고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울산은 불고기를 통해 새로운 도시로의 도약을 온 나라에 알렸다.
더 나아가 새로운 한국으로의 도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기도 했다. 이처럼 언양불고기는 ‘경부고속도로’, ‘노동자’, '외식 문화’, ‘영남알프스’등이 맞물려 자연발생적인 시대의 요구로 생긴 음식 문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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