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쓰이는 속담은 아니지만 “떡에 밥주걱”이라는 속담이 있다. 떡시루 앞에서 밥주걱을 들고 덤빈다는 뜻으로 무슨 일을 도무지 모르는 사람을 두고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이 속담은 울산에서 제대로 쓰이지 못한다.
사실 밥과 떡의 경계는 명확하다. 밥은 주식이고 떡은 간식이다. 그런데 가끔 밥을 해 간식인 떡으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주개떡이 그러하다. 주개는 주걱을 뜻하는 울산말이다.
밥을 떡으로 만드는 것은 오로지 주개(주걱)의 힘이다. 밥을 주걱으로 수십 번 젓다보면 신기하게도 떡이 돼 버린다. 주로 찹쌀을 쓰는 까닭은 찰기가 더 강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콩고물이나 팥고물을 무치면 떡이 완성 된다. 주개떡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173)
① 팥을 푹 삶아서 물기를 빼고 소금간을 한다.
② 주걱으로 삶은 팥을 반쯤 으깬다.
③ 찹쌀을 씻어 불린 다음 소금으로 간을 해 밥을 한다. 물을 넉넉히 부어 질게 밥한다.
④ 질게 한 찹쌀밥을 주걱으로 척척 으깨어 밥알이 일부 있는 떡이 되게 한다.
⑤ 찰떡을 조금씩 떼어 팥고물을 묻힌다.
한 겨울 입이 심심하거나 가을걷이를 하면서 허기질 때 만들어 먹었다. 주개떡은 2월의 머슴날에도 해 먹었다. 흔히 2월은 머슴달로 불린다. 농사일을 하던 머슴들이 일을 하지 않고 쉴 수 있는 달이라는 의미이다. 머슴달 중에서는 2월 초하루를 머슴날이라고 부른다.
이날은 술과 음식, 용돈을 주면서 쉬게 한다. 이날 빠지지 않고 하는 떡이 있는데 이 떡을 머슴떡이라고 한다.174) 머슴들에게 주개떡을 해주며 한 해 농사를 부탁하는 것이다. 먹을거리가 풍족하지 않았던 시절, 허기진 배를 비교적 간편하게 채워 주었다.
구수하고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일반적인 주개떡 외에도 호박주개떡도 있다. 다른 점은 팥과 찹쌀이 들어간 주개떡에 호박까지 보태진다는 것이다. 주개떡은 울산 전 지역에서 해 먹었다. 범서읍 두산리(서영애), 온양음 내광리(김금옥.정현숙), 웅촌면 초천리(박정희), 상북면 길천리(김외식) 등은 주개떡을 해 먹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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