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범서읍에는 매집이라는 음식이 있다. 그런데 울산 전 지역에서 사용하는 명칭은 아니다. 상북면의 김외식 씨는 매집 이라는 단어를 전혀 몰랐다. 바닷가 근처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양명학 명예교수는 맨집이라고 했다.
그는 그 이유를 간단한 소금으로 간을 맞췄을 뿐 아무 것도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이 때 ‘맨’은 ‘다른 것이 없는’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이다. 맨주먹, 맨발과 같은 용례로 사용된 것이다. 맨집은 양념을 최소화한 음식인 것이다.
울산에서는 고추 농사가 쉽지 않았다. 상북면의 김외식 씨는 “제국시대에는 고춧가루가 많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부족한 고춧가루에 망개 가루를 섞어서 쓰기도 했다고 한다. 붉은 색은 내야했고 고춧가루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가짜 고춧가루였던 셈이다.
매집의 특징은 재료를 다양하게 쓴다는 것이다. 각종 재료에 밀가루, 찹쌀풀, 찹쌀가루, 들깨가루 등을 넣어 걸쭉하게 끓인 국을 말한다. 매집은 찜의 일종이다. 그 지역에서 많이 나는 식재료를 쓴다. 전반적으로 매집을 만드는 방법은 유사하다. 다른 것은 식재료이다.
지역에 따라 사용하는 재료가 다르다. 울주군 온산읍을 비롯한 해안 지역에서는 찬물 또는 멸치 다시마 육수에 (밤)고동, 따개비, 멍게, 미더덕 등을 넣고 끓이다가 된장을 약간 풀어서 고사리, 콩나물, 부추, 방아를 넣고 끓인다. 후에 마늘, 파를 넣고 찹쌀 풀을 물에 개어서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한다.
한편 울산광역시 울주군 범서읍에서는 찹쌀가루와 들깨가루를 풀어 다슬기와 논고동을 주재료로 하고 보조 재료로 거섶을 넣는다. 거섶은 비빔밥에 넣는나물을 이야기하는데, 고사리와 죽순, 부추 등을 말한다. 거섶을 넣어 걸쭉하게 끓여 소금으로 간을 한다.
그래서 매집은 고동, 거섶 등이 많이 나오는 여름에 주로 먹는다.168) 매집은 찜보다는 국물이 많고, 국보다는 걸쭉하다. 소금으로 간을 해 부드럽다. 이를『범서읍지』에서는‘고동찜’이라고 소개한다.169) 범서읍의 한 식당에서는 이를 ‘고동국’으로 판매하고 있다.
고동국은 매집과 유사하고, 일반적인 국은 ‘맑은 고동국’이라고 판매한다. 이 고동국은 고동찜보다 국물이 많고, 고동국보다 국물이 적다. 매집은 요리법은 같지만 주재료가 다르다. 매집은 식재료를 창의적으로 활용한 울산 사람들의 응용력을 엿볼 수 있는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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