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잎은 사시사철 울산의 밥상에 오른다. 사계절 먹는 콩잎장아찌부터 시작해 봄, 여름, 가을, 겨울 울산의 밥상에 오른다. 그 시작은 5월경 이다. 연녹색의 콩잎은 밀가루와 만나서 맛있는 콩잎쌈이 된다.
♣ 여름이 왔음을 알리는 풋콩잎쌈
풋콩잎쌈은 여름이 왔음을 알리는 음식이다. 콩을 심어 제일 먼저 먹는 것이 풋콩잎이다. 풋콩잎은 주로 되직하게 끓인 된장을 곁들여 쌈을 싸 먹는다. 풋콩잎 앞에서는 종종 거짓말쟁이가 되기도 한다.
입맛이 없다며 밥 먹기를 거부해도 콩잎이 있다는 소리에 밥 한 그릇을 뚝딱 먹어 치운다. 콩잎쌈은 여름철 밥도둑이다. 생콩잎은 짧지만 삭히는 과정을 거친다.
① 콩잎을 깨끗하게 씻어서 통에 담는다.
② 밀가루를 잘 풀어서 끓어서 식힌 다음 소금과 설탕을 약간 넣는다. 마늘, 붉은 고추를 채 썰어 넣는다. 양파도 넣는다.
③ 물이 다 식은 다음 콩잎 위에 붓는다.
콩잎쌈 앞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손이 빨라진다. 울산 사람들은 여름내내 콩잎의 마성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 사계절 콩잎장아찌
콩잎은 된장이나 간장을 만나 최고의 반찬이 된다. 이때 콩잎은 푸른콩잎을 쓴다.
♣ 콩잎간장(된장) 장아찌
1936년 울산 사람들이 먹었던 콩잎 요리법이다. “콩잎을 데쳐서 주로 간장에 절인다.”164) 간장에 절인 콩잎이다. 현재의 일반적인 요리법과 다르다. 지금은 콩잎 대신 간장을 끓인다. 콩잎을 삭히지 않고 데치는 방법이 특이하다.
① 부드러운 콩잎 10~20장 정도씩 묶어 간장을 붓는다.
② 며칠 후 간장을 따라내어 끓인 후 식혀 다시 콩잎에 붓는다(2-3 회 반복)165)
콩잎이 부드러워서 오래 삭히지 않고 먹을 수 있다. 간장 대신 된장을 넣어 장아찌를 만들기도 한다.
① 콩잎을 소금에 절인다. (한두 시간)
② ①을 꼭 짜서 된장을 그 위에 뿌린다. (군데군데 넣는다.)
된장과 진간장을 갈아서 콩잎에 뿌린다.
♣ 가을, 콩잎무침
한여름을 지낸 콩잎은 늦가을 콩을 털어내기 전 단풍색으로 물든다. 풋콩잎보다 몸값이 높은 것은 단풍콩잎이다. 언양알프스 시장에서는 단풍콩잎 한묶음에 이천 원에 거래된다. 콩잎 가격이 비싸지만 불티나게 팔린다.
상북면에서는 콩잎을 따 용돈 벌이를 하는 농민들이 적지 않다. 한 해에 많게는 수백만 원까지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주로 언양알프스 시장에 내다괄거나 상인들이 찾아와 사 가기도한다. 단풍 콩잎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콩잎 한 장 한 장에 양념을 바르는 정성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 정성의 깊이는 곧 콩잎의 맛이 된다. 콩잎무침을 하려면 양념이 중요하다. 콩잎의 단짝은 맫젓이다. 맫젓과고춧가루, 실파, 다진 마늘, 홍고추, 물엿, 깨소금 등이 들어간다.
① 20장 정도씩 실로 묶어서 소금물에 담가 10일 정도 삭힌다.
② 삭힌 콩잎은 냄새가 나서 여러 번 씻은 다음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물기를 꼭 짠다.
③ 콩잎에 양념장을 발라 차곡차곡 재워둔다.166)
콩잎을 무치는 날 온 집안은 삭힌 콩잎과 맴젓이 들어간 각종 양념장의 냄새로가득하다. 그러나 아무도 그 냄새를 힘들어하지 않는다. 콩잎무침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콩잎된장국
콩잎을 사랑하는 울산이지만 해 먹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콩잎을 국에 넣는 것이다. 그런데 한 자료에서 콩잎된장국을 발견했다. 심지어 콩잎된장국이 산후 미역국을 대신했다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지역은 상북면 이천이었다.
먹을 것이 귀하던 첩첩산중이었기 때문에 콩잎을 된장에 넣어 먹었을 것이다. 메주콩의 콩잎을 따 저장해 두었다가 된장을 푼물에 콩잎을 갈아 넣어 끓였다. 산모의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한 최대한의 방법이었다.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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