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체질의학이 체계적으로 정립된 것은 100여 년 전이다. 사람의 체질을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으로 구분한 이제마의《동의수세보원》에서부터 사상의학은 출발했다.
한의학에서 체질의학은 중요하다. 2008년 조사에 따르면 25%의 한의사들이 체질의학을 진료에 도입하고 있으며, 대중의 인지도 역시 상당히 높다. 한의학적 관점에서는 같은 약을 같은 방법으로 먹어도 나타나는 효과가 다른 현상의 여러 가지 원인 중 하나를 체질이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각자의 체질에 따른 생활방식을 잘 지키면 질병을 예방하는 것은 물론 건강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자신의 체질을 제대로 잘 판별하는 일이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체질을 판별하는 기준이 모호했기 때문이다.
한의사마다 체질을 다르게 진단하는 경우도 있다. 체질을 알기 위해 설문지를 작성하다 보면 답을 어떻게 적어야 할지 애매한 문항조차 많다. 그러니 결과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기가 어려웠다. 체질을 제대로 알았다고 해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체질에 따라 내려진 처방이 정말 나에게 적합한지도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한의사마다 제시하는 체질별 치료법이 조금씩 다를 경우도 꽤 있다. 바로 이런 문제점을 해결 하기 위해 한의학계에서는 지금까지 활발하게 연구를 진행해왔다.
사상의학에서 체질 진단은 외형, 심성, 성격, 증상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 더울 때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리면 양인에 속한다고 본다든지 덩치가 크고 상체가 발달했으며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으면 태음인으로, 내성적이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를 지닌 사람은 소음인 등으로 유추 한다.
하지만, 땀을 많이 흘린다든지 몸집이 크다던지 등 그 정도에 대한 과학적이고 표준화된 기준이 없었다. 이 때문에 체질 진단이 판단하는 사람마다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사상체질은 한의사의 주관적인 진단을 통해 판별되어 왔다.
그러다 보니 체질에 대한 정확한 구분이 모호했고, 제대로 된 통계 자료를 만들 수 없었다. 따라서 체질의 표준화 작업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적 기법을 동원해 체질을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개발해야 했다.
10여 년 전부터 당시 과학기술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사상의학을 기반으로 하는 사상체질 진단기기와 사상체질의 생물학적 특성 연구 그리고 정보은행 구축 사업 등 과학화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연구팀이 주력하고 있는 것은 사상체질의 진단 객관성을 확보하는 연구다.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정확한 처방이 나온다. 체질 진단을 과학화하기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연구팀은 2010년 체질진단툴을 개발했으며, 이를 활용하여 양방병원에서 체질 자료를 수집해 체질-질병 연구와 체질의 생리 특성연구를 진행했다.
또 다기관 임상연구 협력네트워크를 통한 체질정보은행의 체질임상정보와 생물학적 정보를 확충해 이를 바탕으로 체질 전문가의 처방을 객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런 연구들이 성공하면 앞으로는 객관적인 진단툴을 이용해 자신의 체질을 진단하고, 그에 맞는 치료를 할 수 있는 맞춤의학이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