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음식의 개요와 제주 향토음식의 특징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기후와 풍토가 농사에 적합하여 쌀과 많은 종류의 잡곡이 생산되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수산물이 풍부하다.
따라서 육류 및 어패류, 채소류를 이용한 조리방법이 다양하고 장류, 김치와 장아찌류, 젓갈류 등 발효식품이 발달하였다. 이러한 한국음식의 범주 안에 제주 향토음식도 맥을 같이하며 기후와 토양, 자연환경의 지배를 받아 형성된 육지와는 또 다른 식문화를 만들어 냈으며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잡곡을 이용한 곡물조리 방법이 발달하였다.
우리나라의 일상적인 상차림은 주식인 밥과 다양한 조리방법을 활용한 부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부식은 채소류, 어류, 육류 등의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였으며 채소류를 많이 사용하였다.
특히 우리민족은 쌀이나 보리, 팥, 콩 등을 이용한 밥이나, 떡, 국수, 만두, 술, 엿, 두부 등 곡물음식을 발달시켰다. 쌀 생산이 어려운 제주는 쌀을 대체한 차좁쌀, 보리, 메밀 등 잡곡을 이용하였으며 차좁쌀을 이용한 ‘오메기술’, 보리밥을 활용한 ‘쉰다리’와 같은 독특한 음식을 만들어 냈다.
2. 음식의 간을 중히 여기며 조미료, 향신료 이용이 섬세하다.
우리나라 음식의 대부분은 갖은 양념을 고루 넣어 식품자체의 맛 보다는 식품 재료와 갖은 양념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맛을 낸다. 제주는 바람과 가뭄. 자갈이 많고 화산회토는 척박하다. 그러나 기후가 따뜻하여 철마다 신선한 식재료가 풍부하다.
신선한 식재료는 굳이 갖은 양념을 하지 않아도 그 식품 자체의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복합적인 맛을 중시하는 육지부의 식문화와는 달리 간을 중시하고 초피와 참깨, 참기름 같은 향을 내는 것에 섬세하다.
3. 음식의 맛과 멋이 단순함에 있다.
전통음식은 조리 시 갖은 양념을 적절히 사용하여 한국 고유의 음식 맛을 내며 견과류, 알지단, 버섯류 등을 고명으로 만들어 아름답게 장식한다. 만들 때 잔손이 참 많이 간다. 다른 나라 음식에 비하면 정 성과 노력 이 많이 요구된다.
그러나 제주도 음식은 한식문화권이지만 정말 단순하다. 갖은양념을 하는 경우도 거의 없거니와 대체로 고명을 사용하지 않는다. 섬이라는 환경이 사람들의 생활에는 많은 노동과 일손을 요구한다.
음식을 담당하는 여성들도 바깥 활동을 많이 해야 한다. 당연히 음식의 멋을 내는데 가는 손길이나 재료가 부족하다. 그렇게 맛없고 멋없다고 느껴지던 제주음식이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 단순함이 맛과 멋이고 경쟁력이다.
4. 종가음식이 없다.
한국음식은 매일 먹는 일상식과 혼례, 장례, 제례 등과 같은 행사에 차려지는 의례음식으로 구분 할 수 있다. 쌀 문화권인 육지부는 생일이나 혼례.제례 시에도 음식의 가짓수도 많고 멋을 부린다.
또한 물질이 풍족한 양반을 중심으로 한 행사이다 보니 종가를 중심으로 한 식문화가 면면히 이어져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제주는 그 계급이 모호하다. 그냥 다 평민이다.
혼례나 장례음식이라고 해도 이 집이나 저 집이나 매 한가지다. 크게 다양하지도 않으며 한 가정이나 가문을 중심으로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음식이 드물다.
5. 시절식과 풍습 속의 음식이 풍부하지 못하다.
설날의 떡국, 정월대보름의 오곡밥과 묵은나물, 추석의 송편, 동지 팥죽 등과 같이 명절이나 절기에 해 먹는 음식이 시절식이다. 명절이나 절기에 맞추어 친척이나 이웃들과 함께 나누어 먹었다.
또한 시절식으로 봄에는 진달래 화전과 쑥국. 여름에는 육개장, 가을에는 유자화채와 밤단자. 겨울에는 냉면과 수정과 등을 해 먹었으나 제주에서는 유월 스무날 닭 잡아먹고, 동짓날 팥죽을 먹는 정도다.
물론 설날이나 추석에는 있는 정성을 다 해서 떡과 적갈, 전과 같은 음식을 준비 하지만 떡국을 상에 올리거나 대보름날 오곡밥을 해 먹거나 하는 것은 근래에 와서 육지부의 전통을 공유하면서 나온 풍습이다.
6. 저장음식보다 신선한 음식을 즐긴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여 계절에 따라 생산되는 식품을 건조나 절임 등의 방법으로 한 식품이 발달 하였다. 그러나 제주는 기후가 따뜻하여 사계절 내내 풍성한 수산물과 푸성귀를 얻을 수 있어서 저장음식보다는 신선한 재료를 이용한 식문화가 발달하였다.
식품을 건조나 절임 등의 방법으로 만든 부각, 튀각, 자반, 같은 가공식품은 없으며 장아찌로는 마농지. 채소 건조식품으로는 무말랭이, 호박고지, 고추 정도다. 그러나 김치, 술, 장, 젓갈 등 발효식품은 제주의 기후와 환경에 맞게 발달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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