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채는 아흔아홉 가지 나물 노래를 부를 줄 알면 삼 년 가뭄도 이겨 낸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산나물은 우리 조상들의 귀중한 구황식이기도 했다. 예전에 보릿고개를 넘기는 지혜로 ‘산나물 서리’가 있었다고 한다.
가난한 산촌의 아낙네들이 산나물 철이 되면 여러 나물을 광주리에 가득 뜯어서 머리에 이고 떼를 지어서 동네에서 잘 사는 집에 들어가 나물을 마당에 가득 쌓아 놓는다. 그러면 그 집에서는 밥을 지어서 먹이고 보리쌀 한 되씩을 퍼 준다.
일종의 양식 강탈이어서 이를 ‘산나물 서리’라고 하였다. 산나물은 우리나라 방방곡곡의 산에서 나는 나물거리를 이르는 것이니 수없이 많다.
산달래, 냉이, 황새냉이, 돌미나리, 두릅, 곰취, 수리취, 미역취, 싸릿대, 모시대, 참나물, 잔대싹, 뚜깔, 싱아, 누르대, 돌나물, 머위, 질경이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수많은 나무와 풀 중에서 이미 우리 조상들은 독이 없는 식물만 가려서 먹는 지혜가 있었다.
예전에는 계절에 따라 산과 들에서 나는 나물을 캐서 먹었지만 요즘에는 밭이나 비닐하우스에서 키워 봄나물과 마찬가지로 산나물, 들나물의 구별도 없어졌다. 산나물은 기른 나물에 비해 억세고 쌉쌀하여 대부분 데치거나 삶아 쓴맛을 우려낸 다음에 무쳐야 한다.
초록색의 산나물은 삶을 때 물을 충분히 끓여 빨리 데쳐 내야 영양소 파괴를 줄일 수 있고 빛깔도 곱다. 잎이 무를 정도로 데쳐 낸 나물은 찬물에 충분히 행구었다가 건져 물기를 짜고 양념한다.
나물은 가열하면 날것에 비해 비타민 등이 손실되기도 하지만 섬유소가 연해지고 전분이 호화되어 소화 흡수율이 높아지는 장점도 있다. 재배하는 산채는 자연산보다 쓴맛이나 아린 맛이 적다. 햇나물은 주로 무쳐 먹지만 묵은 나물은 물에 불려서 기름에 볶아야 한다.
산채류를 제철이 아닐 때 먹으려면 많이 나는 철에 사서 다듬어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데쳐서 한 번에 쓸 양만큼씩 납작하게 뭉쳐서 비닐 봉지에 담아 냉동실에 보관하면 푸른색과 향과 질감이 잘 보존된다. 말린 나물은 주로 불려서 삶은 후에 볶아서 나물을 하는데 신선한 맛은 더없다.
산채요리의 재료인 도라지와 더덕에는 사포닌이 다량 함유되어있어 혈액 속의 과도한 콜레스테롤을 배출해주어 동맥경화와 같은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
또한 고사리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변비예방에 좋고 붓기를 빼는 데도 도움이 된다. 취나물은 알카리성 식품으로 칼륨이 함유되어 있어 우리 몸에 불필요한 염분을 배출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