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맥주의 역사
맥주의 기원에 대해서는 몇 가지의 이야기가 있으나 기원전인 BC 4천년 경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인 유적지에서 출토된 점토판에서 맥주 제조법이 기록되어 있는 점으로 미루어 이미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마셔 왔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바빌로니아 왕국의 전성기는 BC 1700년 경 함무라비 왕 때로서, 그는 메소포타미아 전역을 통일하고 중앙집권적 통치체제를 확립하였다. 그 후 수메르 법전을 개정하여 세계 최초의 성문법인 함무라비 법전을 편찬하였다.
이 함무라비 법전은 그 내용상 가혹한 것들이 많은데, 거기에 맥주의 제조에 관한 내용이 법으로 명시된 부분도 있다고 한다. 그 후 맥주는 중세를 거치며 호프(hop)를 첨가하여 현재의 독특한 맥주 맛으로 발전하였고 낮은 도수의 음료로 세계 각국에서 대량 생산되고 있다.
이렇듯 우리가 지금도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맥주의 역사는 거의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맥주의 원료
맥주는 질 좋은 맥아(싹이 난 상태의 입자가 큰 두 줄 보리 : 이조대맥), 신선한 물, 맥주에 쓴맛이 나게 하는 호프(hop)라 불리는 다년생 식물, 그리고 효모가 원료이다. 때로 발효시킬 때 부 원료로서 밀, 귀리, 옥수수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3. 맥주의 제조 과정
1) 맥아의 제조
맥주의 제조에 쓰이는 보리는 탄수화물이 많고 단백질이 적으며, 껍질이 얇은 것이 좋다. 선택된 보리는 싹이 틀 때까지 물에 적셔준다. 이 때 충분한 산소 공급을 하고 섭씨 약 15° 정도의 온도를 유지하면 7 - 8일에 걸쳐 뿌리가 보리 알갱이의 약 1.5배 정도로 성장한다.
이 때 보리 알갱이의 내부에서는 전분을 당으로 바꾸는 디아스타제 등의 효소가 활성화된다. 여기에 건조하고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어서 더 이상의 성장을 억제하고 뿌리를 모두 제거하면 맥주의 기본적 원료인 맥아가 탄생하게 된다.
이 맥아는 겉으로 보기에는 원래의 보리와 모양과 크기가 비슷하지만 그 안에는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효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다. 열풍의 건조 온도를 더욱 올려서 갈색 또는 검은색이 될 때까지 맥아를 그을리면 흑맥주를 만드는 맥아가 된다.
2) 담금
담금은 맥즙을 만드는 공정으로 이것은 맥아의 분쇄, 당화, 맥즙 여과 및 끓이기의 과정을 밟는다. 이 과정에서 맥아는 발효되기 쉬운 형태의 당분과 아미노산으로 분해된다.
이 때 맥즙은 탄수화물의 분해 효소인 아밀라아제(amylase)의 작용을 받기 쉽도록 녹말의 구조가 느슨하게 되는 호화, 알파 아밀라아제(α-amylase)의 작용으로 녹말 입자가 덱스트린(dextrin) 으로 끊어지는 액화, 덱스트린에 α, β-amylase가 작용하여 알코올 발효를 일으키기 쉬운 단당류 및 이당류로 분해되는 당화(saccharification)가 일어 나게 된다.
이렇게 당화가 일어난 맥즙은 일단 여과시킨 후 호프를 첨가하여 끓이게 된다.
3) 호프(hop)의 첨가
중세 이후 사람들은 맥주에 여러 가지의 향료를 넣어 마셨다고 하는데, 그 중 지금까지 사용되는 향료가 바로 호프이다. 호프는 위도 33 - 55도의 서늘한 지역에서 자라는 뽕 나무과(科)의 다년생 덩굴식물로서 맥주에 쓴 맛을 나게 하며 신선도와 보존성을 높여 주는 역할을 한다.
호프는 암그루와 수그루가 따로 있는데, 맥주에 이용하는 호프 열매는 암그루만을 따로 재배해서 사용한다.
호프가 맥주의 향료로 자리를 굳힌 것은 16세기 독일 바이에른 공국의 빌헬름 4세가 맥주 순수령을 내려 맥주의 원료로 보리와 물, 그리고 호프만을 사용하도록 한 정책 때문이었다고 한다. 현재 이 호프는 맥주의 제조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4) 끓이기
발효조에 옮겨지기 직전에 맥즙은 일단 끓이는 과정을 밟는데, 이때 지금까지 작용하고 있던 탄수화물 분해 효소의 작용이 멈추게 된다. 그 후 맥즙은 침전 과정을 거친 후 발효 공정으로 들어간다.
5) 전발효
발효조로 옮겨진 맥즙은 효모가 첨가되고 적당한 온도, 공기 등의 발효 조건을 맞추어주면 활발하게 발효되기 시작한다. 효모의 작용에 의해 맥즙의 당분이 알코올과 탄산가스로 분해되는 이 과정을 전발효라고 한다.
전발효는 8 - 12일의 기간이 걸리며, 여기에 사용되는 효모는 사카로마이 세스 세레비지에(Saccharomyces cerevisiae : 빵 효모)와 사카로마이세스 칼스베르겐시스(Saccharomyces carlsbergensis)의 두 종류이다.
전자는 발효 중 탄산가스와 함께 발효액의 표면에 뜨는 성질이 있어서 이 효모에 의해 빚어진 맥주를 상면 발효 맥주라 하고, 후자는 발효 도중이나 발효가 끝났을 때 가라앉는 성질이 있어 이 효모로 빚어진 맥주를 하면 발 효 맥주라고 한다.
상면 발효 맥주는 맥아즙의 농도와 호프의 사용량도 높고, 발효 온도도 10도에서 25도 정도로 높으므로 색이 짙고 알코올 도수도 높다. 흑맥주가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하면 발효 맥주는 알코올 도수가 5도에서 10도 내 외이고 낮은 온도에서 발효하며 부드러운 맛과 향기가 있다. 세계에서 생 산되는 전체 맥주의 약 70%가 하면 발효 맥주에 속한다.
전발효에 의해 만들어진 맥주를 어린 맥주(young beer)라고 하는데, 이 상태는 아직 숙성되지 않은 상태이며 효모와 단백질의 부유물로 탁하게 보 인다.
6) 저장 및 후발효
후발효 공정은 전발효가 끝난 맥주에서 효모 등 기타 부유물을 갈아 앉혀 맑게 하고 맥주 특유의 맛이 나게 하는 숙성 과정이다. 보통 0°C의 저장 탱크에서 20 - 40일 정도의 과정이 필요하다.
후발효 공정에 들어간 어린 맥주는 거친 맛과 향기가 숙성되어 좋은 맛으로 변하고 짙은 황금빛을 띠게 된다. 이 때 이산화탄소의 양을 잘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7) 열처리
생산된 맥주는 병에 들어가서 유통되는 동안 효모가 계속 활동하게 되면 그 맛이 변한다. 그래서 저온 열처리(pasteurization)를 하여 효모의 활동이 정지되도록 만든다. 완전히 병 속에 들어간 맥주를 60°C의 온도로 40분정도 처리하면 효모의 활동이 멈추고 장기간 유통해도 변하지 않게 된다.
8) 비열처리 맥주
비열처리 맥주란 열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아 효모가 그대로 살아 있는 맥주를 말한다. 생맥주가 대표적인 예이다. 최근에는 열처리를 하는 대신 미세한 필터를 이용해 효모를 걸러내는 방법을 써서 장기간 유통해도 상하지 않고 신선함을 유지하는 기술이 많이 발전해 있다.
4. 맥주의 종류
1) 하면 발효 맥주
일반적으로 많이 마시는 라거 맥주(Lager beer)가 대표적이다. 맥주 생산 공정이 다 끝난 후 60°C에서 30분 정도 살균 처리함으로 오랫동안 보존 할 수 있다. 반면에 효모가 살균되지 않은 생맥주(Draft beer)는 신선하고 효모의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장시간 보존할 수 없다.
2) 상면 발효 맥주
발효 중 위로 떠오르는 상면 발효 효모를 이용하여 만드는 맥주로 비교적 고온에서 발효되고 색깔도 짙다. 우리가 알고 있는 흑맥주가 여기에 속한다. 세계적으로 포터(Porter), 알레(Ale), 스타우트(Stout), 램빅(Lambic) 등의 맥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