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위스키(Whisky, Whiskey)의 역사
위스키는 12세기 경 아일랜드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것으로 전한다. 영국 왕 헨리 2세가 아일랜드를 정복했을 때 그 사람들이 증류한 술을 Aqua Vitae(생명의 물)라고 하면서 마시고 있었다. 이때부터 이 증류주는 스코틀랜드 사람들에게 전파되어 널리 마시게 되었다.
18세기에 스코틀랜드가 잉글랜드에 합병되어 대영제국이 건설되었을 때 정부에서 더 많은 세금을 거두어들이기 위해서 위스키에 많은 세금을 부과 하자 주류업자들은 하일랜드의 산악지방에 숨어서 증류주를 만들었다.
이 때 그들은 맥아를 건조하기 위해 값이 싼 피트(peat : 이탄)라는 연료를 사용하고 또 만들어진 술을 셰리(sherry)통 속에 담아 숨겨두었는데, 후일 그 것이 위스키의 독특한 맛과 품질을 향상시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이것이 위스키를 숙성하게 된 동기가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바로 증류한 맑은 빛깔의 위스키를 마셨으나 위스키를 숙성하게 된 후부터는 짙은 황금색과 깊은 맛을 가진 지금의 위스키와 같은 것을 마시게 되었다.
이처럼 위스키는 아일랜드에서 처음 시작되었지만 스코틀랜드에서 숙성을 통해 그 빛깔과 맛이 특징을 갖추게 된 까닭에 스코틀랜드를 뜻하는 스카치(Scotch)라는 말이 위스키의 대명사처럼 군림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유명한 위스키는 스카치 위스키, 아이리시 위스키, 아메리칸 위스키, 캐나다 위스키, 일본 위스키 등이며, 이들은 나름대로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피트(Peat:이탄:泥炭)
수생식물, 이끼류, 습지대의 풀 등이 지표 근처에 퇴적하여 생화학적으로 탄화한 것으로 토탄(土炭)이라고도 한다. 땅 속에 묻힌 기간이 오래 되지 않아 탄화 작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석탄으로 목재와 갈탄의 중간에 있으며, 일반적으로 석탄과는 구분된다.
태울 때 연기가 많이 나서 별로 질이 좋지 않은 땔감이지만 맥아를 건조시킬 때 피트를 태우면서 열풍을 불어주면 피트의 독특한 냄새와 진한 색깔이 맥아에 스며들게 된다.
셰리(Sherry)
스페인에서 생산되는 강화 와인으로, 팔로미노(Palomino)라는 청포도를 주로 사용한다. 셰리는 화이트 와인을 만든 후 공기에 접촉시킨다. 그러면 표면에 효모막이 생기는데, 이것은 알코올을 분해하여 알데히드를 만든다. 향기가 독특하고 식욕을 자극하여 식전주로 사용한다.
2. 위스키의 증류(蒸溜)와 블렌딩(blending)
1) 위스키의 증류
1826년 로버트 스타인에 의해 연속식 증류기가 발명되었으며, 1831년에는 코페이가 이것을 개량, 특허를 획득하게 된다. 그래서 이렇게 만들어진 증류기를 종래의 단식 증류기(Pot still)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연속 증류기(Patent still)라고 부르게 되었는데, 이때부터 위스키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영국에서는 19세기경부터 옥수수를 주원료로 한 그레인위스키(Grainwhisky)를 많이 생산했는데, 나중에는 보리로만 만든 몰트위스키(Maltwhisky)와 혼합하여(blending) 현재 위스키의 주종을 이루는 블렌디드 위스키(Blended whisky)가 탄생하게 되었다.
당시 명성을 떨치던 브랜디(코냑 : Cognac)가 포도에 기생하는 필록세라 라는 병충해로 인해 생산이 거의 중단된 틈을 타서 이 블렌디드 위스키는 급속하게 발전하게 되었다.
2) 블렌딩(Blending)
Mix, 즉 섞다, 혼합하다는 용어와 같은 뜻을 지닌 블렌드(blend)는 위스키의 제조에서는 100% 맥아만으로 만들어져 향이 짙은 몰트위스키와 소량의 맥아에 옥수수 등 다른 곡물을 다량 섞어 만들어서 비교적 향이 약한 그레인위스키를 적당한 비율로 섞어서 상품화하는 것을 말한다.
이 블렌딩은 비단 위스키뿐이 아니고 와인이나 브랜디(속칭 코냑) 등 서양 술의 제품화에서 중요한 것이다. 각각 별개의 통에서 만들어진 술은 아무리 비슷한 여건을 갖춘다고 하더라도 그 맛과 향이 조금씩 차이가 난다.
그러나 제조된 술을 대량으로 상품화할 때는 각 병에 담기는 술의 질이 균일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여러통의 술을 섞어서 일정한 맛과 향을 내도록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것을 블렌딩이라고 하며,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을 마스터 블렌더라고 한다.
3. 스카치위스키(Scotch Whisky)
1) 스카치위스키의 구분
스카치위스키는 원료와 제조 방법에 따라서 몰트위스키, 그레인위스키 그리고 블렌디드 위스키의 세 가지로 구분된다.
① 몰트위스키(Malt whisky)
맥아만을 원료로 사용하며 맥아의 건조에는 피트(이탄: 泥炭)를 태워 그 열풍으로 건조시키므로 진한 향기와 색깔을 갖는다. 몰트위스키는 단식 증류기(Pot still)를 사용하며 알코올 이외에 알데히드, 퓨젤 유, 에스테르 등의 물질을 함유하는 것이 특징이다.
퓨젤 유(퓨젤 오일:Fusel oil)
녹말, 당류 등을 발효시켜 에틸알코올을 만들 때 그 정제 과정에서 생기는 황색 또는 갈색의 부산물을 말한다. 비중은 0.81 - 0.83이고 주성분은 이소아밀알코올 또는 황산 아밀알코올이다. 그 밖에 이소 부틸알코올, n- 프로필알코올 및 그 밖의 고급 알코올이 함유되어 있다. 그대로 쓰거나 아세트산에스테르(아세트산 퓨젤)로 만들어 알키드 수지, 니트로셀룰로오스 등 합성수지의 용재로 쓴다.
② 그레인위스키(Grain whisky)
발아된 맥아의 강한 당화력을 이용하여 소량의 맥아에 일반 곡물을 첨가, 함께 발효, 증류시킨다. 주로 옥수수가 많이 사용되며 감자, 고구마 등의 전분질 원료는 사용하지 않는다. 연속 증류방식에 의하여 대량으로 제조되므로 맛과 향이 거의 없는 위스키가 만들어진다. 이 그레인위스키는 단독으로 판매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몰트위스키와 블렌딩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③ 블렌디드 위스키(Blended whisky)
몰트위스키와 그레인위스키를 일정 비율로 혼합한 것으로 우리가 마시는 대부분의 위스키가 여기에 속한다. 위스키는 숙성되는 과정에서 각 통마다 맛과 품질이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상품가치를 지닌 일정한 맛과 향의 위스키를 만들기 위하여 서로 섞어 일정한 맛의 몰트위스키를 만든 후 거기에 그레인위스키를 혼합하여 일정 기간 재숙성 시킨 후 병에 담는다.
2) 스카치위스키의 증류와 숙성
① 증류
몰트 스카치위스키는 단식 증류기(Pot still)로 두 번 증류한다. 처음과 마지막에 나온 증류액은 알데히드나 퓨젤 오일 등의 불순물이 많으므로 다시 증류하고 중간 부분의 것만 모아서 알코올 농도 60 - 65%로 조절한 후 통속에 넣는다. 그레인 스카치위스키는 연속 증류기(Patent still)로 한 번에 증류한다.
② 숙성
증류기에서 막 나온 위스키는 무색투명하다. 이것을 셰리를 담았던 오크통 또는 화이트 오크 통 속에 담아서 숙성시키게 되는데, 시간이 감에 따라 통속에서 여러 성분이 우러나와 색깔과 향기가 짙어지게 된다. 법적 숙성 기간은 3년 이상이다.
3) 여러 가지의 스카치위스키
발렌타인(Ballantine), 로열 설루트(Royale Salute), 시바스 리갈(Chivas Regal), 커티 삭(Cutty Sark), 글렌피딕(Glenfiddich), 글렌리벳(Glenlivet), 제이 앤 비(J & B), 조니 워커(Johnnie Walker), 패스포트(Passport), 올드 파(Old Par) 등이 유명한 스카치위스키들이다.
4. 아메리칸 위스키(American Whisky)
1) 스트레이트 위스키
① 버본 위스키(Bourbon whisky)
원료 중 옥수수의 함량이 51% 이상이 되어야 한다. 미국 위스키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② 라이 위스키(Rye whisky)
라이 보리가 51% 이상 함유된 위스키이다.
③ 콘 위스키(Corn whisky)
원료 중 옥수수의 함량이 80% 이상 되는 위스키를 말한다.
④ 테네시 위스키(Tennesee whisky) : 잭 데니얼스(Jack Daniel’s)
원료는 버본 위스키와 동일하나 증류 후 테네시에서 생산되는 목탄으로 여과한다. 위스키를 목탄으로 여과한 후 숙성하면 부드러운 맛으로 변한다.
2) 블렌디드 위스키
스트레이트 위스키에 중성 알코올(Neutral spirit)을 섞은 것으로 스트레이트 위스키를 20% 이상 함유하고 있다. 버본 위스키를 기초로 블렌딩한 위스키를 블렌디드 버본 위스키(Blended Bourbon whisky) 또는 버본 위스키어 블렌드(Bourbon whisky a blend)라고 표기한다.
중성 알코올(Neutral spirit)
우리나라의 소주 제조에 사용되는 주정처럼 곡물을 대량 발효시켜서 도수가 높고 알코올 고유의 냄새 이외에 다른 냄새나 색깔이 거의 없도록 만든 알코올을 말한다.
5. 아일랜드 위스키(Irish Whisky)
위스키의 발생지인 아일랜드에서는 원래 맥아와 보리만을 사용하여 정통적인 위스키를 생산해왔다. 아일랜드의 수질은 연수로 위스키 양조에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아일랜드 위스키는 3회에 걸친 증류를 하고 셰리 통에 넣어 평균 7년 정도 숙성시킨다. 최근에는 옥수수를 사용하고 연속 증류장치를 이용해서 수출용으로 만들고 있다. 유명한 아일랜드 위스키로는 제임슨(Jameson), 올드 부쉬밀스(Old Bushmills) 등이 있다.
6. 캐나다 위스키(Canadian whiaky)
20세기에 들어 미국의 금주령 덕택에 캐나다 위스키가 급속히 발전하게 되었다. 캐나다는 좋은 품질의 보리와 밀이 많이 생산되고 맑은 물의 공급원이 많아 위스키 생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캐나다산 위스키로 유명한 것은 캐나디언 클럽(Canadian Club), 크라운 로열(Crown Royal) 등이 있다.
7. 일본 위스키(Japanese whisky)
산토리 위스키와 니카 위스키는 일본에서 유명한 양대 위스키 회사이다. 산토리는 1923년 일본인으로서는 최초로 스코틀랜드에 유학하여 양조 기술을 배우고 귀국한 다케스루를 고용하여 ‘산토리 화이트’라는 제품을 출시했다. 결과는 참담한 실패였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다시금 ‘산토리 올드’를 개발하여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1934년에 다케스루는 산토리와 결별하고 니카 위스키를 창업하게 된다. 그는 스코틀랜드와 기후가 유사한 북해도의 요이치 시에 위스키 공장을 세웠고 그때부터 산토리 위스키와 니카 위스키는 숙명적인 경쟁을 벌이게 된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일본 위스키 업계는 대대적인 판촉을 벌였다. 이 때 산토리와 니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위스키의 소비가 크게 증가되었다.
산토리는 또 ‘미즈와리’라고 하는 위스키를 물에 희석시켜 마시는 방법을 고안하여 위스키의 소비를 크게 증가시켰다. 니카는 최고의 품질을 지닌 정통 스카치위스키의 제조법을 완벽하게 구현했다. 이들 두 회사의 치열한 경쟁으로 일본 위스키가 세계적인 위스키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8. 우리나라의 위스키
우리나라에서는 1976년 백화 양조, 진로, 해태 산업 등에서 위스키 원액을 수입하여 국산 주정과 혼합하여 기타 재제주로 위스키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1984년에는 국산 보리를 원료로 한 그레인위스키가 제조되었으며, 88서울 올림픽을 전후하여 국산 위스키 원주와 수입 위스키를 블렌딩한 특급 위스키가 나왔다.
그러나 그 후 가격 경쟁력의 문제로 인하여 국산 위스키원주의 생산은 중지되었다. 현재 국산 위스키의 제조에 사용되는 원주는 전량 수입하여 쓰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수입 몰트위스키와 그레인위스키 100% 원액으로 국내에서 블렌딩한 고급 제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초창기의 양주인 베리나인 골드는 스코틀랜드산 위스키 원액을 수입해서 소주 제조에 사용되는 것과 같은 국산 주정을 일정 비율 섞어서 팔았다. 스카치위스키 중에서도 맛이 부드러운 편에 속하는 발렌타인(Ballantine)을 모델로 하여 만들어진 것이 베리나인 골드였다고 한다.
그 후 100%원액으로 만드는 위스키의 수입과 제조가 개방되면서 수많은 고급 양주가 시중에 팔리게 되었다. 최근에는 한국에서 위스키의 소비가 급성장하는 것을 보고 한국 사람들만의 입맛을 겨냥해서 특별히 블렌딩한 발렌타인이 따로 나올 정도가 되었다.
그 때 그 사람과 시바스 리걸
1979년 10월 26일 궁정동에 울린 몇 발의 총성으로 대한민국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게 된다. 육영수 여사가 서거한지 몇 해 지나지 않아 박정희 대통령은 힘든 집권의 말년을 지나고 있었다. 국내의 혼란스러운 정세는 부마사태를 기점으로 더욱 악화되어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되었다.
그 혼란스러웠던 시절, 박정희 대통령이 부하 김재규의 총에 숨을 거둔 바로 그곳 궁정동의 안가에서 마지막으로 마신 술이 시바스 리걸(Chivas Regal)이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우리 국민들이 양담배를 피우거나 양주를 마시는 것은 불법이었다.
더구나 대한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박정희 대통령은 새마을 운동과 함께 늘 밀짚모자를 쓰고 농부들과 함께 막걸리를 마시는 서민 대통령의 이미지를 고수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연회장에서 양주를 마시다가 부하의 총탄에 쓰러졌다는 소식은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 충격은 세월이 그럭저럭 수습해주었다. 긴 시간이 흐르고 어렵사리 88 서울 올림픽을 치르면서 문화적 개방이 급물살을 타자 권력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양주나 양담배도 이제는 그저 흔한 물건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 후 정권이 몇 차례 바뀌고 민주화의 물결이 온 나라에 범람하였다. 그렇지만 IMF 사태와 함께 나라가 경제적으로 흔들리고 또 국민들 사이에 좌우 이념의 문제로 사회가 혼란스러워지자 카리스마가 강했던 박정희 대통령의 지도력에 향수를 느끼는 국민들도 많이 생겨났다.
궁정동의 밤을 지켰다던 젊은 여가수의 애절한 선율 ‘그 때 그 사람’과 함께 박정희 대통령은 정말 ‘그 때 그 사람’으로 막을 내렸지만, 약 삼십 년이 지난 오늘날 그는 국민들의 마음속에 다시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