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홍로(甘紅露)는 평양을 중심으로 한 관서지방의 특산명주로 알려져 있으며, 『고사십이집』 『임원십육지』 『동국세시기』 『조선세시기』 등의 문헌에 등장한다. 이규경의 ‘물산변증설’에서 감홍로는 냉면, 골동반(비빔밥)과 함께 평양 3대 명물로 꼽고 있으며, ‘중국에 오향로주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평양부의 감홍로가 있다.’고 하였다.
평양의 술인 감홍로가 남한에서 만들어지게 된 것은 북한의 공산화에 따른 평양 갑부 故 포암 이경찬씨의 월남에 의해 이루어진 결과물이다. 감홍로는 1986년 인간문화재로 지정을 받은 이경찬 선생의 집안에서 전해 내려오던 술이다.
이경찬 선생의 고향은 평양으로 소주공장인 평천양조장을 경영하다가, 북한이 김일성의 지배하에 들어가게 되자 일가 친척들과 함께 6.25 전쟁중 1.4 후퇴 때 남쪽으로 내려와 정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1993년 이경찬 선생이 작고한 후, 1994년 차남 이기양씨가 감홍로 명인으로 지정 받아 이를 재현하려 하였으나 2000년 갑자기 사망함으로써 감홍로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였다. 하지만 감홍로 제조방법을 어릴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배워온 차녀 이기숙 씨에 의해 그 명맥을 유지하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감홍로는 곡물로 술을 빚어 소줏고리로 증류한 뒤에, 벌꿀을 넣어 단맛을 내고, 지초(芝草)로 색과 향을 낸다. 그리고 홍국(紅麴)과 용안육(龍眼肉), 진피(陳皮), 방풍(防風) 등을 추가시키기도 한다. 감홍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전인 별주부전과 춘향전에도 등장한다.
별주부전에서는 용왕의 병을 낫게 하겠다고 토끼의 간을 구하러간 자라가 산속에서 토끼를 만나 용궁에 가자고 꼬드기는 장면에서 ‘용궁에 가면 감홍로가 있다’고 토끼를 부추기고 드디어 데려가는데 성공을 하게 된다.
춘향전에서는 남원을 떠나 서울로 이사를 가야만 하는 이도령과 이별하는 장면에서 감홍로가 등장한다. 춘향이는 향단이에게 이별주로 감홍로를 가져오라고 하는데, 이몽룡과 이별주를 마신 곳이 바로 광한루의 오리정이다.
그 옆에는 방죽이 있는데, 춘향이가 이몽룡과 이별하면서 흘린 눈물이 방죽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어 ‘춘향이 눈물 방죽’이라고 한다.
별주부전이나 춘향전에서 감홍로라는 술이 직접적으로 언급된다는 것은, 감홍로라는 단어를 사용했을때 듣는 이가 감홍로를 충분히 인지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으며, 이시기에 감홍로가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고 굉장히 유명한 술이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감홍로는 2005년 ‘농업회사법인 감홍로’가 설립되고 주류제조면허를 얻어 2006년부터 생산하기 시작하였으며, 2012년 10월에는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감홍로에 대하여 전통식품명인 43호로 지정받게 됨으로써 감홍로주가 다시 한국을 대표하는 명인주의 하나로 거듭나게 되었다.